2003년 9월 23일 화요일

...가을 비...

아침부터 비가 온다.
이른 아침에는 마구 쏟아지는 것 같더니 지금은 오다 말다 한다.
 
오늘은 유난히 더 답답하고 화가 났다.
살짝 들리기는 하는데 입으로 말은 안나오고
스스로 쪽팔리고 화나고 그런다.
그래서 家敎를 한 명 더 구해달라고 후배한테 말했더니
그럼 과목 예습을 자기가 도와주겠단다.
 
좀 간단한 말이라도 좀 쉬이쉬이 터져나오면 좋으련만
애니메이션 처음 배울 때의 기백과 자세는 어디로 온데간데 없고
약간 의기소침도 하고 부끄럼증도 생긴다. 에휴. 이러면 안되는데...
그런데 또 중국친구들 만나면 얘기도 잘 나오는데
수업시간엔 잘 안된다.
정말 '언어', '말'이라는 거 중요한 것 같다.
 
외워야지. 외워야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중국에 온지 벌써 20여일이 지났다고 생각하니
와서 조금이라도 달라진 게 있나 싶기도 하다.
물론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오늘따라 답답함이 앞선다.
 
열심히 하는 수 밖에.
 
家敎 하루 더 늘려야겠다.

2003년 9월 22일 월요일

가을이 가면...

어제 농구를 오랜만에 격렬하게(?) 해서인지 몸이 좀 찌뿌둥하긴 하지만 기분은 참 좋다.
 
후배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
살아왔던 얘기, 이성관, 삶의 태도 등등 얘기를 하는데
참 배울 점도 많고 스스로 반성할 점도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좁던 시야가 넓어지는 건 환영할만 하지만
그렇다고 소심해지거나 소극적이 되는 건 원치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배우고 경청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라도 필요한 일임엔 틀림없고 갖춰야 할 미덕인 것 같다.
 
사람들마다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점도 있지만
그런 점들을 적확하게 알고 인식하는 건 참 중요한 것 같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원인과 결과가 있음을 아는 것.
관계가 그러한 원인, 결과에 의해 형성되고 소멸되는 것.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는 평범한 진리를 자주 잊는 내가 보인다.
(사계절이 없는 사람들은? 음...나름대로의 계절변화가 있겠지?...^^;)
삶의 자세로 끌어오지 못하는 나태함도 보인다.
그래도 하나하나 알아가고 변해가는 것에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겁고 행복한 일일 게다.
 
'기다릴 줄 아는 지혜'와 '백척간두 진일보'의 자세.
좀 들여다 봐야겠다.

2003년 9월 21일 일요일

닭도리탕

:: 음식문화
 
낮에 신장사람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갔다.
후배가 우리나라 닭도리탕같은 음식이 있다고 그걸 먹으러 가잔다.
요리하는데 최소한 20~30분은 걸린다고 한다.
그 전에 차오판(볶음밥)을 시켜서 먹고 양고기 꼬치를 시켜 먹었다.
작년에 중국여행할 때 알게 된 사실인데
양고기 꼬치(양로우촬)가 원래 신장사람들로부터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장사람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파는 양고기 꼬치는 유난히 맛있다.
고기를 굽는 정도나 요리 솜씨가 좋은 듯 하다.
오늘도 역시 맛있다.
 
기다리면서 테이블에 있는 요리 사진들을 보니
한국 음식이랑 무척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만두 모양도 그렇고 죽같이 생긴 음식도 그렇고...
그리고 볶음밥 먹을 때 반찬처럼 나온 게 있는데 배추를 매운 소스에 볶은 게 있었다.
마치 김치볶음 같은 맛도 나고 그런다.
문득 서로 문화의 경계와 구분이 모호해질려구 한다.
(그러고보니 작년에 중국에 왔을 때 신장쪽이던가? 그 쪽 사람들 음악 소개하는 걸 봤는데
자신들의 고유음계가 '도레미솔라'라고 하는 걸 듣고 좀 놀랬었다.
국민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아서인지 '궁상각치우(도레미솔라)'가
우리나라의 고유음계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놀랜 것이었다.)
 
닭도리탕같은 음식(이름을 까먹었다.-_-;)이 나왔는데
거의 닭도리탕이다. 거기에 굵은 면도 추가해서 먹기도 하고 감자도 있고 야채도 있고.
신장 음식은 정말 한국음식이랑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사람들이나 한국사람들이 특히 더 좋아하는 듯 하다.
 
 
 
:: 농구
 
규이와 치우메이에게 전화가 와서 원희랑 농구를 하러 갔다.
여기는 큰 체육관 옆 농구코트가 있는 곳에서는 
한사람 당 1원(150원)씩 내고 무제한으로 논다고 한다. 음..돈을 받는군.
그런데 사정상 그곳에서 못하고 규이 집 근처 이공대 내 농구장에서 하기로 했다.(당연 공짜!)
규이 집도 들려보고...(집이 상당히 좋다...음..)
농구장에서 중국 친구들 3명과 함께 3 : 3을 하고 치우메이는 구경을 하고...
농구공 하나로 땀빼고 사람들과 부딪혀가며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참 즐겁다.
(중국사람들은 유난히 농구를 좋아한다. 야구는 돈이 많이 들어서, 그리고 축구는 공간이 넓어야하고 사람이 많아야 하기 때문인지...농구를 많이 즐긴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인지(-_-;) 힘들긴 하다. 에궁~
 
둥근 공 하나에 여러사람의 마음이 좋아지고 즐거워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물론 우리가 마지막으론 이겼다.^^a, 신발 밑창은 다 떨어져버렸지만...수선해야지.)
 
 
아~! 그리고 오늘 낮에 이발을 했지. 5원(750원)
비싼 곳도 있지만 평균 5원이라 해서 깎았다. 아~ 시원해.
그런데 가을햇살은 정말 좋은 거 같다. 행복해~

2003년 9월 20일 토요일

작은 것에서 부터...

오늘은 중국 친구들(치우메이, 옌궈)과 함께 규이와 스동의 농구시합을 보러갔다.
한 회사의 다른 부서들끼리 농구시합을 하는 모양이다.(내가 들은 바로는)
규이와 스동의 팀은 2등을 했다. 음..잘하더군.
그런데 3, 4위전을 하는 중에 거의 경기가 끝나갈 무렵
여자 심판과 어떤 사람이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는데 음...정말 과격하게 싸우더라.
모든 사람들이 다 말리고 난리가 났다.
그래서 경기는 대충 마무리 해버리고 폐막식을 하고 끝났다.
작은 시비로 시작했는데(판정시비(?)) 큰 싸움으로 번지고 끝도 대충 마무리 되는 것을 보면서
우습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모든 일은 모두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을 하는 것 같다.
내 육근동작 하나하나 움직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모든 종교의 계문들은 자신을 단도리하는 작은 것을 제시하는 모양이다.
거짓말을 하지 말고, 남을 시기하지 말고, 한 입으로 두 말하지 말고 등등...
 
작은 것이 크게 되는 것은 비단 나쁜 것만 그렇게 되는 건 아니다.
작은 볍씨 하나가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쌀이 되고
작은 정자, 난자가 만나 생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처음부터 큰 것을 바래는 것도 화를 부를 수 있겠다.
육근동작은 내 수하처럼 부릴 수 있을 때가 가장 큰 것을 얻을 때이니만큼
지금의 내 육근동작 하나하나에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져야 할까 보다.

2003년 9월 19일 금요일

살아가는 방편.

사람이 살아가는 방편은 여러가지가 있을테지만
그 방법 중에 어떤 걸 선택하느냐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일테고
그 개인적인 부분을 강요하거나 억지를 부려서는 안되는 것일테다. 확실하다.
 
세상은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는 거라고 소위 도통했단 분들의 말을 보면
사실 자기 의지대로 사는 게 확실하다.
마음을 보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알면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세상이 흘러갈테니 말이다. 이것도 확실하다.
 
결국 자유롭다.와 자연스럽다.는 뜻은
어느 곳에도 어떤 시간에도 어떤 상황에도 매이지 않고 억압받지 않음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황을 바꾸거나 자신이 바뀌거나 해야한다.
자신이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상황을 바꾸려 할테고
상황이 바뀌는 게 불편한 사람들은 자신이 변해갈 것이다. 사는 방법이다.
전에는 자신이 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떤 게 더 좋은 방법인지..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방법이 있을지...
 
의지대로 살려고 힘껏 노력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세상에 몸을 맡겨볼란다.
그러다 또 의지가 세상을 움직이면 그렇게 살아지겠지...
 
어떻게 살아내건 간에 참 버둥대는 것 같다.
 
....버둥버둥....

2003년 9월 18일 목요일

소브라~~~노~~~~

아침에 6시 즈음만 되면 눈이 떠진다.
당연하지. 저녁에 12시 즈음이면 자니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상쾌한 일이긴 하지만
사실 피곤하기도 하다.
생체리듬이 그렇게 길들여져서 그런가 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들려오는 소리는
"소브라~~~~노~~~"라는 소리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다. "소브라노???"
소프라노도 아니고... 그런데 여기저기 곳곳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으로 들려온다.
 
중국친구에게 물어봤더니
폐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란다.
아마 한국말로 번역하면 "폐품 받아~~~~요~~~" 뭐...이정도 뜻이 아니겠나 싶다.
"소느라노"라는 말도 장춘 사투리일테니 알아듣는 건 거의 불가능할테고.
 
예전에는 아침을 여는 소리가 무엇이었을까?
아침을 잊고 생활한지도 꽤 되는 것 같네.
 
그래도 아직 자명종 없이 일어나는 건 신기하다. 긴장 탓일테다.
집을 옮기고 혼자 살게 되면 소리가 큰 자명종을 하나 구입해야지.
 
낮에 家敎를 두시간 동안 받고 나니 참 피곤하긴 하다.
하긴 두시간 동안 머리 굴려가며 중국어로 대화하고 책 읽고 그러니 힘들지.
오늘 家敎에게 그랬다. 일단 한달 동안은 천천히 차근차근 하자고.
급해서 될 일은 없을테니까.
 
자~ 그럼. 복습해보고 예습해보고 잘까나?

2003년 9월 17일 수요일

지아지아오(家敎 :: jiajiao)

오늘 家敎(과외교사, 가정교사)를 구했다.
처음 소개받은 친구는 너무 내성적이고 목소리도 작은 것 같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성급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두시간 여를 받아 보고 후배에게 바꾸면 어떨까 상의했다.
 
그래서 결국 좀 활달하고 목소리도 큰 친구를 소개받았다.
내일부터 시작이다. 화, 목, 금. 두시간씩이다.
 
학교 수업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부분을 家敎를 통해 메꾸려 한다.
하긴 거의 모든 유학생이 그렇게 家敎를 두고 배운다.
수업료도 싸고 개인교습을 받으면 확실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겠지.
 
가끔 내 삶의 家敎가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내가 무언가 불확실할 때 내 결정이 스스로 못미더울 때
그리고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을 때 말이다.
그 家敎가 어쩌면 주변에 늘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오만과 아집에 빠져 자만자족을 만끽하고 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마음을 낮추고 교만함을 버리면 수 많은 家敎가 나를 가르쳐주고 있는 게 보일테다.
그래, 중국어도 배우고 삶도 배우자.
 
그래서 내 삶이 풍성해지고 깊어지고 보다 나아지면
그래서 익은 벼 이삭마냥 고개가 숙여지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家敎가 될 수 있겠지.
 
바람이 차다.
찬 바람에 모든 이 가슴 속 상처가 덧나지 않았으면
찬 이슬에 모든 이 마음 속 얼어붙지 않았으면 좋겠다.
 
따뜻한 녹차 한 잔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