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7일 토요일

상상.

날개가 돋아 하늘을 날 수 있다면...이란 생각은 너무 유치하지만
날개가 달려 날개가 알아서 어딘가에 데려다 줄 수 있다면...
지금보다 좋은...어느 곳.
 
이런 욕심은 욕심일 뿐,
하루하루 변해가고 노력해가는 마음 한 쪽에선
어쩌면 정말 날개가 돋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중에 마음 먹은 대로 걸림없이 대자유를 얻어 산다면
그게 정말 날개가 돋은 거겠지.
 
그런데 몸이 찌뿌둥할 때는 난 꼼짝않고 앉아서
둥둥 떠다니면 참 좋겠다는 생각.

2004년 2월 6일 금요일

외출과 안방 사이.

나가서 중국친구를 좀 만나고 올까...
새로 나온 DVD가 있나 보러 갈까...
빵을 좀 사올까...
커피를 좀 사올까...
카메라 들고 나가서 이곳저곳 둘러보며 좀 다닐까...



결국 집에서 밥해서 먹으면서 영화를 봤다.
영화보고 인터넷하다가 한국에 있는 녀석들과 대화도 좀 하고
TV도 좀 보다가 다시 영화보고...
 
밥먹고...
 
그렇게 하루가 갔다.
 
결코 귀찮은 건 아니었다. 밖이 추워진 것도 아니다.
그냥...가끔 이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는 횟수가 많아지면 당연히 문제가 된다.

2004년 2월 5일 목요일

정월 대보름.

아침에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규이다.
 
'웬샤오지에 축하하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람.
달이 둥글고 사람은 더 둥글다.' 라는 내용이었다.
 
정월 대보름을 웬샤오지에.라고 한다.
그런데 메시지에 적힌 글을 보면서 잠깐 갸우뚱 했다.
달이 가장 동그랄 때가 오늘인 건 맞는데 사람은 더 둥글다?



사실 내가 추측한 건 사람이 둥글다는 건 살이 쪄서 동그랗게 변한다는 게 아니고
사람의 마음, 인격이 원만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중국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말이 맞다고 그런다.
 
보름달을 보며 달처럼 원만하고 둥그러운 삶을 살아가길 바래는 것.
 
중국에서도 정월 대보름에 먹는 음식 있는데
웬샤오지에.삥.이라고 해서 팥죽같은 동그란 밀가루 덩어리 안에 참깨 등으로 만든 속을 넣어서
끓는 물에 푹 익혀 먹던가 불에 익혀서 먹는다고 한다.
먹어봤는데 달고 맛있다.
 
오늘은 후배 허정.의 생일이다. 하얼빈에서 중국여자 친구도 오고
또 원희. 학교 후배(여자) 둘이 새로 와서 집도 옮기도 해서
겸사겸사 모여 생일파티하고 웬샤오지에 분위기도 좀 내고 그랬다.
 
아마 춘절을 포함해서 오늘이 가장 폭죽을 가장 많이 터트린 날이 아닌가 싶다.
오늘 이후로는 절대 폭죽을 터트리지 못한다고 한다. 내일부터는 불법인 것이다.
시끄럽지 않아서 이제 좀 살만 하겠다.

2004년 2월 4일 수요일

말.

이 사람에게, 혹은 저 사람에게 말을 듣고
또 나도 그 말에 대해 말을 하고
내 말은 다시 그 사람들에 의해 다시 내게 돌아오고
그렇게 시간이 가면 말을 쌓이고 쌓여서 가끔 날 죄어오기도 한다.
 
말을 많이 하는 걸 싫어하면서도 습관처럼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물론 되도록 실수 안하고 후회할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말은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를 해서 내보내도
결국 상대방에 의해 가치판단이 결정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늘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최선의 방법은 말을 적게 하고 실천으로 보여주는 수 밖에.



꼭 필요한 말을 해야할 때를 위해서 노력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꼭 필요할 때, 진심을 담아서 정직하고 솔직히 말하면
상대방의 어떤 판단에 의해서도 내 본의는 상실되지 않을 거라도 난 아직 믿고 있다.
 
하지만 역시 여전히 생활하는 중에는
내 말로, 상대방의 말로 힘겨울 때가 있다.
 
특히 오늘은 그랬다.

2004년 2월 3일 화요일

싫어.싫어.

만나는 중국친구들마다 삭발한 머리를 보더니 일단 놀랜다.
그리고는 한결같이 하는 말...
머리에 점 여섯 개, 아홉 개...찍으면 딱! 이겠다고 말한다.
 
예전 이연걸 주연의 '소림사' 영화 등을 보면
늘 소림사 스님들은 머리에 점을 찍고 나왔더랬다.



어렸을 때 이마에 볼펜으로 점을 찍고 무술한다고 장난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한 후배녀석은 불교 수계식할 때 팔에 향으로 살짝 찍었다고 그러는데
그러면 머리에 점을 찍을 때도 향으로 점을 찍나?
 
과거 스님들은 육체적인 고통을 이겨내며 정신적 해탈까지도 바랬던 것 같다.
소지공양이라던가...'등신불'에 나오는 것처럼 소신공양이라던가...
 
하지만 그건 그 때 당시의 나름의 수행방법...
세상은 달라지고 가치관도 달라지는 법.
아니, 꼭 그렇다고만도 볼 수 없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우리들 몸이라는 것.
 
몸은 만사만리의 근본. 모든 일을 하는 데 기본이기 때문에
깨달음도 몸이 있어야 깨닫는 것이고 원하는 일을 할 때도 몸이 온전해야 제대로 해내는 법.
 
머리를 깎고나도 생각이 번뇌처럼 일어나는 건 변하지 않는다.
꼭 그것 때문에 깎은 건 아니지만.

2004년 2월 2일 월요일

삭발.

삭발을 하기 전에 거의 비슷하게 느껴지는 감정은 다른 게 아니다.
'왜 머리카락이 있지?' 라는 뜬금없는 자문과
'아~ 자르면 정말 시원하겠다.' 라는 갈망...
 
사실 처음엔 삭발을 할 때는 생각도 많이 하고 망설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남들이 머리에 무스나 젤을 바르며 멋을 내듯
헤어스타일을 바꿔가듯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삭발을 하고 나면 늘 듣는 얘기가 있다.
 
'스님같다'.라는...
어찌 감히 수도하시는 분들께 견줄까마는...
하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건달같다'.라는 말도 가끔 들으니...
 
늘 가던 미용실에 가서 오늘은 삭발을 하겠다고 그랬더니
머리카락에 뭐가 있냐고 묻는다. 아마 그 녀석 생각으론 '이'.같은 걸 떠올렸겠지.
또 추운데 왜 머리를 깍냐고 묻는다.
빵모자를 늘 쓰고 다니는 데 사실 추울 겨를도 없다.
늘 내 머리를 깎아주던 젊은 사장님이 오늘은 어설픈 애한테 날 넘긴다.
삭발하는데 기술은 필요가 없지.
사실 전기이발기를 빌려달라는 말이 나올 뻔 했다.
혼자서 잘 깍고 다듬고 다녔으니까.
 
금방금방 머리카락이 잘려나가고 다 깎이고 나니 분위기 잡히고
번뇌가 사라져 버린 듯한 고요함이 잠시 머문다.
 
5원을 건네니 삭발은 가격이 더 싸다며 3원만 받는다. 하~
 
하루종일 머리가 개운함을 느끼고 있다.

2004년 2월 1일 일요일

2월...

벌써 2월.
1월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데
또 꾸역꾸역 2월을 맞이하고 있다.
 
참 이상도 하지.
시간도 가속도의 법칙 적용을 받는 모양인지
시간은 흐를수록 빠른 것만 같다.



하지만 이미 온 것, 자! 와라.
잘 살아내주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벌써? 2월?
너무 빨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