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일 월요일

삭발.

삭발을 하기 전에 거의 비슷하게 느껴지는 감정은 다른 게 아니다.
'왜 머리카락이 있지?' 라는 뜬금없는 자문과
'아~ 자르면 정말 시원하겠다.' 라는 갈망...
 
사실 처음엔 삭발을 할 때는 생각도 많이 하고 망설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남들이 머리에 무스나 젤을 바르며 멋을 내듯
헤어스타일을 바꿔가듯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삭발을 하고 나면 늘 듣는 얘기가 있다.
 
'스님같다'.라는...
어찌 감히 수도하시는 분들께 견줄까마는...
하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건달같다'.라는 말도 가끔 들으니...
 
늘 가던 미용실에 가서 오늘은 삭발을 하겠다고 그랬더니
머리카락에 뭐가 있냐고 묻는다. 아마 그 녀석 생각으론 '이'.같은 걸 떠올렸겠지.
또 추운데 왜 머리를 깍냐고 묻는다.
빵모자를 늘 쓰고 다니는 데 사실 추울 겨를도 없다.
늘 내 머리를 깎아주던 젊은 사장님이 오늘은 어설픈 애한테 날 넘긴다.
삭발하는데 기술은 필요가 없지.
사실 전기이발기를 빌려달라는 말이 나올 뻔 했다.
혼자서 잘 깍고 다듬고 다녔으니까.
 
금방금방 머리카락이 잘려나가고 다 깎이고 나니 분위기 잡히고
번뇌가 사라져 버린 듯한 고요함이 잠시 머문다.
 
5원을 건네니 삭발은 가격이 더 싸다며 3원만 받는다. 하~
 
하루종일 머리가 개운함을 느끼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