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21일 수요일

더운 날에...

무더운 여름 날씨...
선풍기를 1단으로 맞춰놓고 하루종일 틀고 있어도 선풍기는 나를 시원하게 해주지 못한 채
습한 바람과 짜증이 살짝 날만큼의 불쾌지수를 뿜어내는 것만 같다.
 
그런 느낌들을 날려보내기 위해 기껏 하는 일이라곤
하루 종일 집 안에 앉아서 중국어 메일이나 문서를 번역해 보내주고
처리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가는 것...
일이 많지 않으니 가끔 있을 일을 위해 집에서 대기해야 하고
그 남는 공백에는 친구가 구워준 'CSI 마이애미'를 보는 것 뿐이다.
 
날은 덥지만 또 컴퓨터 안, 동영상 안에 세상을 들여다보면서
작지만 하나씩 삶의 뭉클한 뭔가를 배워가고 있다.
 
사실, 가만히 앉아서 선풍기를 끄고 더운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몸 위에 걸친 옷 안에서 내 몸에서 배출되는 땀들이 배어나는 것을 느끼며
은근슬쩍 더위를 즐기는 것도 사실 그렇게 나쁜 기분만은 아닌 것 같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밥도 해먹다가 음식을 시켜먹기도 했다가...
그러다 음식을 시키면서도 스스로가 뻘줌했는지
'아~ 바빠서 나갈 시간이 없네요~'라는 내가 듣기에도 어색한 말을 하고 있다.
 
해는 길어지고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시간은 흘러가고 그리움도 깊어가고...

2004년 7월 20일 화요일

수면 불량.

백두산을 다녀와서 그런 것일까? 피곤한 건가?
피곤한 것도 느끼지는 못하겠는데 어째 잠을 자고 나도 잠을 잔 것 같지 않은 느낌.
날이 덥고 후덥지근 한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전부 다 그런 이유라고 생각하기엔 부족한 어떤 부분.
 
생각이 많은가? 혹 이런저런 일들에 마음을 뺏겨 평상심을 잊어버렸는가..?
생각에 생각, 또 생각에 생각...
 
평소엔 잘 느끼지 못했던 사실 하나.
늘 여유롭고 대범한 듯 살다가도 어떤 외부의 경계로부터 자극을 받는 일이 생기면
특히 그런 일이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일이라면
남들에게 하던 말들과는 짐짓 다르게 마음이 흔들리고 표류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해도 별 탈은 없으련만...
인간이라서 충분히 벗어던져낼 수 있는 힘과 마음이 있으니
그렇게 하지 못할 때 번민만, 번뇌만 쌓이는 것 같은 느낌.
 
미풍에도 흔들림 없는 마음, 태풍에도 자유할 수 있는 마음.
 
요즘 잠을 제대로 못자는 이유 중에 몇 가지...

2004년 7월 16일 금요일

백두산으로!!!

규이, 치우메이.와 함께 백두산을 가기로 했었다.
오늘 아침에 시카프에 해줘야 할 일을 후다닥 마치고 규이 자가용에 몸을 실었다.
어제 허정 귀국 파티에서 술을 좀 먹은 탓인지 조금 부시시 했지만
백두산으로 향하는 마음은 반갑기 그지 없다.
 
백두산까지는 7-8시간 거리. 국제 운전 면허증을 챙겨오지 못한 게 미안하기만 하다.
계속 규이. 혼자서 운전을 해가야 하는데 시종 밝은 모습으로 괜찮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번 여행은 우리 셋의 즐거운 여행임과 동시에
규이.가 치우메이.에게 2년 전에 약속했던 백두산 여행을 실현하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둘이 알콩달콩 사랑하며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인다.
 
이곳 저곳을 지나며 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시골 내음을 바람으로 받아 안으며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는 옥수수밭을 지나며
멀리 보이는 작은 산들, 언덕들, 초원들을 지나며 조금씩 백두산으로 다가서고 있다.
 
가다가 멈춰 녹색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쉰 곳은 장춘 외곽에 비교적 유명하다는
라파산(拉法山) 근처의 와불산(卧佛山)이 보이는 전망대.
법을 끌어온 부처님이 피곤해서 쉬는 모양이다.
 

 
산이 누워있는 형세가 정말 부처님 누워계신 와불이다.
 
'이번엔 꼭 천지를 볼 수 있게 보살펴 주시옵소서.'
 
다시 차를 몰고 또 몰고 난 뒤에서 눈치도 없이 졸고 또 졸고
그러다 졸음이 사라지면 애들을 붙잡고 중국어 공부하고 경치 구경하고 그러다 또 졸고...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어둑어둑 해지는 얼다오린에쥐(二道林业局)에 도착해서
빙빙 돌고 돌다가 어떤 호텔 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로 길 안내를 하는 청년을 따라나섰다.
그런데 문득 괜찮은 장소가 눈에 띄어 규이가 경적을 몇 번 울렸는데도
이 순박한 오토바이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길만 간다.
뒤 따라 갈 때부터 알아봤지. 뒤에 따라오는 손님은 보지도 않고 오토바이를 열심히 몰아서 가나.
결국 그 청년을 앞에 두고 숙소 찾아서 와버렸다.
생각할 수록 불쌍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그 친구는 길 안내를 해주면 호텔에서 5원을 준다고 그러던데...
우리들끼리 아무래도 그 오토바이 청년은 우리가 없는 걸 알고는 한참 울 거라고 농반, 진반.
 
백두산에서 30분 거리인 이곳은 호텔비가 장춘보다도 비싸다.
별이 몇 개씩 붙어있는 것도 아니면서...360원, 320원.
방법은 없으니 짐을 풀고 식사를 하러 갔다. 배가 고파서 모두들 힘겹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즐겁고 좋다. 가볍게 맥주 한 잔, 그리고 숙소로.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백두산 행이 시작될 것이다.
2년 전에 보지 못했던 천지를 이번 만큼은 꼭 보길 바라면서...

2004년 7월 9일 금요일

안다는 것.

DVD기기 뒷면에 광단자가 있는 걸 오늘 처음 봤다.
후배의 말로는 광케이블로 연결해 영화의 대사를 녹음해서 들으면 참 좋다고 한다.
MD를 가져왔으니 나도 가능하긴 한건데
미처 광케이블을 챙겨오지 못했다.
 
그래서 후배는 DVD 살 것을 보러 난 광케이블을 살 겸 오야 전자상가에 갔다.
 
DVD는 세일 중이라 가격들이 많이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름 있는 회사제품들은 비교적 비싸긴 하다.
결국 후배는 돈이 부족해서 맘에 드는 걸 사지 못하고
광케이블 사는 데 함께 다녔다.
 
그러면서 참 이상한 걸 알게 되었는데
중국엔 VHS기기는 다 사라진지 오래다.
보통 VCD나 DVD를 보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런 기기들이 많이 발달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이란 말이 그렇게 보편적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광케이블 하나 사는데 정확한 명칭를 가지고도
많은 사람이 알아듣지를 못하거나 안다고 하더라도 본적이 없는 듯 했다.
컴퓨터 상가에서도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을 막론하고 생소해 한다.
 
디지털 기기가 보급이 되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DVD의 화질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중국사람들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DVD 중에 화질이 안좋은 것들도 잘 팔려나가고
또 스페셜 피처가 없어도 개의치 않는다.
하긴 불법복제물이 대부분인 이상 그런 것들은 생각을 아예 하지 않겠지.
 
이런 경우를 배제하더라도 생활 속에서 접하는 많은 상황들...
정확한 이유와 과정을 모르고 사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모르면서 살아가는 삶처럼 때론 답답한 일도 있을까.
 
정확한 내용 전부를 알 수는 없더라도
대체적인 개괄을 알고 있다면 충분히 잘 이용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아는 것은 힘이라고도 하고 아는 것은 병이라고도 하지만
앎으로 인해 그 앎을 제대로 취사활용할 수 있는 게 참 능력이 아닌지...생각해 본다.

2004년 7월 3일 토요일

덥기도 하고...

며칠 비가 오다 말다 햇볕이 나오다 말다 해서인지 그렇게 더운 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아니, 선풍기를 켜면 추울 정도였는데...
이젠 햇살이 아주 쨍쨍쨍쨍 내리쬐는 날씨가 도래했다.
 

 
하늘은 너무 이쁘고 햇살도 너무 좋지만...
방에서 선풍기 바람에 책보다 잠을 자도,
DVD보다가 잠을 자도 좋은 날...

오늘 주말이군.

결국 햇살 좋을 때는 이거한다 저거한다 하면서 나가보지도 못했네...
내일은 꼭 나가야지...

더워도 좋다...선풍기가 있으면...

2004년 7월 2일 금요일

햇살.

이제는 해가 길어져서 그런지 아침 해가 새벽 3-4시 사이에 밝아 올 조짐을 보이고
저녁 해는 저녁 7-8시 사이에 사라질 조짐을 보인다.
 
해가 막 떠올 무렵에...혹은 낮에 점심을 먹고 약간 나른한 오후에 바라보는 햇살은
왠지 나른하면서도 행복한 느낌이다.
 

 
스윽 내 몸에 기어올라오는 햇살은 뿌리치기 힘들다.
조금 더워도 혹 살빛이 까매지더라도 한참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햇살이 방안 전체로 비추는 큰 유리창이 있는 그런 방에서 잠을 자고 싶다.

2004년 7월 1일 목요일

7월...이네....?!

벌써 7월이네... 이제 앞으로 두 달만 지나면 중국에 온지 일 년이 되는데...
아무리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느껴지는 건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그런걸까?
 

 
나름대로 이런저런 일이 있었긴 했지만 그다지 만족감?은 별로 들지 않는다.
가끔 이런 생각들이 들 때는 한국에서라면 어떻게 지냈었을까...하고 반문하곤 하는데
정말 어땠을까?
 
그런 가설은 세우나 마나 시간은 흘러가고 이렇게 흘러왔고 또 앞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니 다시 또 끙~ 일어나서 걸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