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6일 금요일

백두산으로!!!

규이, 치우메이.와 함께 백두산을 가기로 했었다.
오늘 아침에 시카프에 해줘야 할 일을 후다닥 마치고 규이 자가용에 몸을 실었다.
어제 허정 귀국 파티에서 술을 좀 먹은 탓인지 조금 부시시 했지만
백두산으로 향하는 마음은 반갑기 그지 없다.
 
백두산까지는 7-8시간 거리. 국제 운전 면허증을 챙겨오지 못한 게 미안하기만 하다.
계속 규이. 혼자서 운전을 해가야 하는데 시종 밝은 모습으로 괜찮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번 여행은 우리 셋의 즐거운 여행임과 동시에
규이.가 치우메이.에게 2년 전에 약속했던 백두산 여행을 실현하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둘이 알콩달콩 사랑하며 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인다.
 
이곳 저곳을 지나며 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시골 내음을 바람으로 받아 안으며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있는 옥수수밭을 지나며
멀리 보이는 작은 산들, 언덕들, 초원들을 지나며 조금씩 백두산으로 다가서고 있다.
 
가다가 멈춰 녹색의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쉰 곳은 장춘 외곽에 비교적 유명하다는
라파산(拉法山) 근처의 와불산(卧佛山)이 보이는 전망대.
법을 끌어온 부처님이 피곤해서 쉬는 모양이다.
 

 
산이 누워있는 형세가 정말 부처님 누워계신 와불이다.
 
'이번엔 꼭 천지를 볼 수 있게 보살펴 주시옵소서.'
 
다시 차를 몰고 또 몰고 난 뒤에서 눈치도 없이 졸고 또 졸고
그러다 졸음이 사라지면 애들을 붙잡고 중국어 공부하고 경치 구경하고 그러다 또 졸고...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어둑어둑 해지는 얼다오린에쥐(二道林业局)에 도착해서
빙빙 돌고 돌다가 어떤 호텔 복무원의 도움을 받아 오토바이로 길 안내를 하는 청년을 따라나섰다.
그런데 문득 괜찮은 장소가 눈에 띄어 규이가 경적을 몇 번 울렸는데도
이 순박한 오토바이 청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길만 간다.
뒤 따라 갈 때부터 알아봤지. 뒤에 따라오는 손님은 보지도 않고 오토바이를 열심히 몰아서 가나.
결국 그 청년을 앞에 두고 숙소 찾아서 와버렸다.
생각할 수록 불쌍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그 친구는 길 안내를 해주면 호텔에서 5원을 준다고 그러던데...
우리들끼리 아무래도 그 오토바이 청년은 우리가 없는 걸 알고는 한참 울 거라고 농반, 진반.
 
백두산에서 30분 거리인 이곳은 호텔비가 장춘보다도 비싸다.
별이 몇 개씩 붙어있는 것도 아니면서...360원, 320원.
방법은 없으니 짐을 풀고 식사를 하러 갔다. 배가 고파서 모두들 힘겹다.
하지만 마음만큼은 즐겁고 좋다. 가볍게 맥주 한 잔, 그리고 숙소로.
 
내일은 아침 일찍부터 백두산 행이 시작될 것이다.
2년 전에 보지 못했던 천지를 이번 만큼은 꼭 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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