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8일 수요일

뻔뻔스러움.

마치 나만 고귀한 듯 마치 나만 노력하며 사는 세상인 듯...
무심코 남의 얘기를 할 때 험담을 하고 있다.
물론 듣는 이에겐 내 뜻은 그게 아니라며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긴 하지만
상대방이 그런 내 말을 믿던 믿지 않던 간에
내 마음은 무의식 중에 그래놓고 말이 밖으로 튀어나와 객관적인 느낌이 형성되면
그제서야 뜨끔하며 후회를 하곤 한다.
 
당사자를 앞에 마주하고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서
지금 내 옆에 있지도 않은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과 별 관계도 없는 사람 얘기를
어쩌면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뻔뻔하게 할 수 있을까.
참 오랜동안 몸에 밴 좋지 않은 습관임엔 분명하다.
 
말을 아낀다는 것은 내가 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꾸미는 말이나 남을 험담하는 얘기들을 하지 않는다는 것일터.
예전에 한창 수련을 하고 있을 때는 이것처럼 쉽게 지켜지는 약속이 없더니...
나와서 에너지도 점차 사라지고 다시 내 업과 습에 이끌려 살다보니
다시 똑같은 실수를 번복하고 있다.
 
말하지 말 걸...이란 생각보단 무엇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미리 고민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분명 사람끼리는 다름을 알면서도 왠지 그 다름이 나와 너무나 다를 때에는
나의 알량한 척도로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려고 하는 것.
 
수없는 반성이 부끄럽지 않도록....
'반성'아...미안해...

2004년 9월 7일 화요일

번역하다.

후배 일을 도와 애니메이션 기획서를 번역 중...
정말 어휘의 빈곤을 느낀다. 허기가 진다.
아무리 열심히 해놔도 중국인이 보면 금새 후다닥 고칠 번역이겠지만
나에겐 나름대로 공부다...라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 생각은 오래지 않아 머리에 쥐를 내리게 하지만 그래도 한다.
 
새삼스레 느끼는 건 한국어 중에 외래어가 무척 많다는 것이다.
70-80%가 한자라는 건 말할 것도 없겠지만 영어 및 외래어도 무척 많다.
하긴 표음문자는 국력의 세기에 따라 과학 및 문화의 선진에 따라 흘러가게 되어있으니
당연한 일이다...(라고 받아들이기엔 좀 억울?하다.)
일본어에도 외래어(일본식 영어발음 등)가 많다고 하는데 역시 그런가보다.
 
어쩌면 중국과 비슷하게 표음문자이면서도 스스로들에게 맞는 언어로 바꾸는 건
북.한.이 아닌가 싶다. 얼음보숭이...또 뭐가 있더라...-0-
 
기획서에 무수히 많은 영어들을 중국어로 바꾸어내는 게 참 힘들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적.확.한 뜻도 모르면서 대체의 뜻만 알고 쓰는 영어도 꽤 되는구나.
영어를 중국어로 바꾸는 것만 어려운 건 아니다.
멋진 표현력을 지니고 있는 한국어의 화려한 미사여구도 난감하긴 매 한가지다.
 
그래도 계속 한다.-_-
 
내일은 중국인 동생 불러서 감수 좀 해달라고 해야겠다.
 
내 왼쪽으론 티비를 켜놓고 있으니 중국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가끔 들리면 드라마나 뉴스를 멍하니 듣고 있긴 하지만
내 손끝 자판에서는 아직 내 귀만큼 술술술 중국어가 풀리지 않는다.
손끝이 아니지...내 뇌구조의 문제겠군.

2004년 9월 6일 월요일

...

규이, 치우메이, 옌궈, 옌뽀....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오늘 식사대접을 해주기로 했지. 메뉴는 일식.
명은이가 일하는 일식집에 가서 매상 좀 올려주기로 했다. 그래봐야 싸게 먹을테지만...
 
몇 개월 전에 딱 한 번 먹으러 왔었는데 그 때보다는 훨씬 맛이 좋아진 것 같다.
개업한지 1년도 안된다고 하더니 역시 주방장도 손님들의 입맛에 맞춰가는데는 시간이 필요한가보다.
 
그런데 중국애들은 일식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가격이 중식, 한식보다도 비쌀 뿐더러 먹어도 그다지 배가 부르지 않는다고 하니...
게다가 동북지역은 반일 감정이 다른 지역보다 드센 경향이 있어서 그렇기도 한 것 같다.
 
....
 
돌아오는 길에 살짝 비가 내리네.
초가을 비인가?
서늘한 게 기분은 좋다.
 
살짝 얼굴에 찬 바람이 닿는 느낌이 좋다.

2004년 9월 5일 일요일

잠.

잠을 자다 깨다 문득 문득 꿈인지 실제인지 들려오는 빗소리.
 
하늘이 어두워서 계속 하루가 시작되지 않았나 보다 싶지만
티비를 켜면 나오는 익숙한 프로그램들을 보며 일요일임을 실감한다.
 
몇 가지 일들이 있어서 '해야지...해야지...'하다가 다시 잠이 들고...
 
잠은 내가 원해서 자는 잠이라기 보다 잠이 나를 납치해서 가둬놓는 느낌이다.
 
간혹 울리는 전화벨 소리도 꿈처럼 느껴지니
오늘 내가 보내 온 하루는 내가 꾸는 꿈의 하루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무언가가 가슴에 꽉 들어차 나가지 않고 있는 느낌.
 
싫다...

2004년 9월 3일 금요일

벌써 1년.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이란 노래가 듣고 싶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1년을 말하는 가사이겠지만 제목은 정확히 내게 어울린다.
 
중국에 온 게 그러니까... 작년 9월 3일.
나름대로 포부를 가지고 온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시키기도 했으나
속 마음의 한구석엔 한국을 잠시 떠나고 싶은 욕구도 있었으니
어떤 게 먼저고 어떤 게 나중인지를 가려내긴 무모한 짓일 수도 있겠다.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떠나올 때의 날씨처럼 약간 서늘하고 따가운 햇살을
중국 장춘의 한 동네 아파트 내 방에서 만끽하고 누리며 일기를 쓰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는 말은 또 이럴 때 사용해야 하나보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지만
내 중국어 실력은 내 욕심만큼 늘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가장 큰 결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워낙에 책을 보며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음인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이 되면서도
삼십 년 인생에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해왔던 자기 암시...
 
"또 시작하는 거야". "노력하자"
 
언제 또 시작하는 삶이 멈출지에 대한 두려움같은 건 없다.
다만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길 바래는 마음.
부모님께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그런 투정들은 내 안에, 밖에 가득하다.
 
벌써 1년.
또 다시 1년, 또 다시 1년을 중국이건 한국이건 잘 살아야지.
 
바라보는 건 내 임종의 순간이지만 불안해서라도 지금 살아야지.
 
그 동안 심적으로 물적으로 도움을 준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당신 혼자도 힘드셨겠지만 끊임없는 믿음을 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며!

2004년 9월 2일 목요일

설왕설래.

낮에 나가서 핸드폰 요금을 내는데 복무원 아가씨가 상당히 짜증나는 얼굴로 맞이한다.
사실 이런 경우야 중국에서 너무나 자주 접하는 일이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려 했는데
오늘따라 왠지 약이 오르고 화가 슬쩍 치민다.
영수증을 건네줄 때 이 사람들은 모두 서서 두 손으로 주면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수증을 확 채가버렸다. 아주 소심한 복수....-_-;
 
공무원급, 혹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일정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서비스가 좋지 않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을 접하다 보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사실.
은행, 기차역, 핸드폰 영업소, 우체국, 전화국 등 대체로 그런다.
상해에서 우연히 아는 분과 함께 외국인 비자 발급 센터를 갔는데
거기에서도 너무 불친절하게(막말로 사가지 없게..-_-;) 대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었다.
 
인민을 위한 서비스라면 당연히 인민이 위주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건 싫다.
 
디비디 몇 장을 사고 김치 등 밑반찬 몇 가지 사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디비디를 보다가
슬쩍 잠이 들었다. 상해에서의 피로가 좀 있긴 한가보다.
 
일식집에서 지배인으로 일하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 늦게 나가 간단히 식사와 술 한 잔.
큰 주방장을 나중에 불러 같이 청주 한 잔. 27살인데 메인 주방장이라니 노력한 게 분명하다.
장창(예전 명은이 중국친구)과 주방장, 그리고 지배인 명은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정치, 경제, 문화 등등의 얘기들로 설왕설래.
역시 서민들이 건드릴 문제는 아닌 듯 하다며 정치 얘기 등은 슬쩍 얼버무려지고...
 
아~ 중국인들은 (물론 유물론 때문이긴 하겠지만) 모두들 진화론을 믿고 의심하는 자가 없단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 창조설에 대해선 어이없어 하는 반응이다.
중국, 대만, 인도가 외래 종교가 정착하기 힘든 나라라고 하던데 역시 그런가 보다 싶다.
 
돌아오는 밤 길...날씨 탓인가? 싸~하다.

2004년 9월 1일 수요일

벌써 구월.

늘 한달한달이 흐를 때마다 그리고 그 달의 첫째 날을 맞이할 때마다
마음이 소스라치게 놀랜다.
 
오늘 오후 1시 50분 비행기로 장춘에 돌아왔다.
상해에서 부탁받은 것도 있고 좀 쉬었다가 바로 일을 해야지.
상해에 가서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한 것도 정리해야 한다.
 
오니 상해랑은 너무 다르게 조금은 쌀쌀하고 공기도 뻑뻑하다.
상해는 떠나올 때까지 계속 비가 내렸었는데...
 
잠시 머무는 집이라 해도 내 물건들이 있는 집이 편하긴 한가보다.
 
그런데!!!!
집에 왔더니 전에 중국 친구가 준 막걸리(?)가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사이에
차가웠다가 갑자기 더워져서 그랬는지 다 샜다.
냄새가...-_-;;; 지독하기 그지 없다.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는 괜찮았건만...
 
닦고 또 닦고 짐을 풀고 몇몇 친구, 동생에게 돌아왔노라고 전화를 했다.
 
갑자기 조용해진 느낌이다.
상해에서는 뭔가가 정신없이 돌아가는(밤에 혼자 있었어도...) 느낌이었는데...
 
적지않은 소득을 이제 풀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