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 3일 금요일

벌써 1년.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이란 노래가 듣고 싶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1년을 말하는 가사이겠지만 제목은 정확히 내게 어울린다.
 
중국에 온 게 그러니까... 작년 9월 3일.
나름대로 포부를 가지고 온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시키기도 했으나
속 마음의 한구석엔 한국을 잠시 떠나고 싶은 욕구도 있었으니
어떤 게 먼저고 어떤 게 나중인지를 가려내긴 무모한 짓일 수도 있겠다.
 
1년이 지난 지금 한국을 떠나올 때의 날씨처럼 약간 서늘하고 따가운 햇살을
중국 장춘의 한 동네 아파트 내 방에서 만끽하고 누리며 일기를 쓰고 있다니
감회가 새롭다는 말은 또 이럴 때 사용해야 하나보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지만
내 중국어 실력은 내 욕심만큼 늘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가장 큰 결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워낙에 책을 보며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음인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이 되면서도
삼십 년 인생에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해왔던 자기 암시...
 
"또 시작하는 거야". "노력하자"
 
언제 또 시작하는 삶이 멈출지에 대한 두려움같은 건 없다.
다만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지길 바래는 마음.
부모님께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그런 투정들은 내 안에, 밖에 가득하다.
 
벌써 1년.
또 다시 1년, 또 다시 1년을 중국이건 한국이건 잘 살아야지.
 
바라보는 건 내 임종의 순간이지만 불안해서라도 지금 살아야지.
 
그 동안 심적으로 물적으로 도움을 준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당신 혼자도 힘드셨겠지만 끊임없는 믿음을 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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