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단지 스포츠로 즐길 수 있고 문화를 단지 문화로서 즐길 수 있다면 그건 국가를 초월해 분명 즐거운 일임에 틀림없긴 하지만 꼭 한국이 다른 나라를 이겨야 기분이 좋고 내 편이 남의 편을 짓밟아야 기분이 좋은 게 아님을 알면서도 국가 대항 경기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한국의 선전으로 인해 외국에 나갔을 때 외국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짐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전히 '비자'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땅이 있고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둘러볼 수 있는 땅들이 많은 현실에 나름대로 적응하기 위해 한국의 위상이 세계속에 드높게 떨쳐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유혹처럼 느끼게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국력이 좌지우지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세상에서 한국은 곧 나의 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난 이런 현실을 거부하거나 시선을 피하고 싶다. 피부색과 국가의 이름과 연령과 성별을 벗어나 삶을 공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이 오는 건 진정 요원한 일일까. 지향하는 세상이 꼭 그러하도록 스스로 주문하고 행동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까. 정당한 비평에 귀기울이고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한국에서조차 국민이 국가의 부속품 쯤으로 취급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걸 피부로 느끼거나 접하게 되면 그런 꿈과 희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전락하곤 한다.
'대추리 황새울 미군 기지 확장'에 대한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물론 그 전에 '영화 스크린 쿼터'에 대해서, 그보다 전에 '쌀개방 반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지 못하는 내 무지는 반성하고 있지만 찬성과 반대가 대립하는 수 많은 이슈 속에서도 나름 '바른' 자세를 견지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많은 영화배우가 광화문에 서서 시위를 하는 스크린 쿼터보다는 쌀개방 반대 시위가 쉽게 묻히기 마련이었고 그보다 황새울 사태는 더 쉽게 잊혀질 수 있다. 어느 것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소홀할 수 없는 일들이지만 일단 매체를 통해 확장되고 관심을 받게 되는 건 역시 '돈'과 '권력'의 '힘'의 우선 순위에 맞춰 드러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단지 돈의 가치 우선을 위해서 '미래'를 포기하고 희생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고 내게 행동하지 못하는 삶의 자세가 부끄러울 뿐이었다. 지금 당장 배 곯지 않으면 다행이고 지금 당장 거리에 쫓겨 앉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다. 삶이 그렇게 단순하게 비겁해지더라도 국가의 위상이 드높아지면 내 배가 부르지 않아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삶이 뜨거워질 수 있는 것일까.
최소한 내 나라 내 땅에서 쫓겨다니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싸해질 수 밖에 없다. 함께 연대하지 못해도 생각조차 못하게 되는 처지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수 밖에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행동으로 나투어질 수 있도록.
이 땅에서 태어나 이 땅에서 길러낸 쌀을 먹고 자라고 이 땅의 흙과 함께 늙어갈 사람들. 국가의 힘 겨루기에 영문도 모르고 스러져 간다는 건 정말 비극이다.
관련기사 읽기
김규항 | http://gyuhang.net/archives/2006/03/15@11:44PM.html
민중의 소리 | http://www.voiceofpeople.org/new/news_view.html?serial=37732
한상욱 | http://blog.naver.com/hsworkr?Redirect=Log&logNo=10002297705
컬쳐뉴스 |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101&title_down_code=005&article_num=5390
참세상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5587
썩은 돼지 | http://blog.jinbo.net/batblue/
한겨례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9012.html
김규항 | http://gyuhang.net/archives/2006/03/15@11:44PM.html
민중의 소리 | http://www.voiceofpeople.org/new/news_view.html?serial=37732
한상욱 | http://blog.naver.com/hsworkr?Redirect=Log&logNo=10002297705
컬쳐뉴스 |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101&title_down_code=005&article_num=5390
참세상 |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35587
썩은 돼지 | http://blog.jinbo.net/batblue/
한겨례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9012.html
그리고 이런 시각을 보여주는 집단도...-_-;
조선일보 | 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603/200603120474.html
동아일보 |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n=200603170069
조선일보 | http://www.chosun.com/editorials/news/200603/200603120474.html
동아일보 |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1&n=200603170069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06/03/19 11:05
답글삭제알겠습니다. 노력해야지요.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06/03/23 22:18
답글삭제이 글은 나중에 봐서 바로 연락을 못드렸군요.
먼저 전화를 주셔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건강하게 살려고 신경쓰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염원합니다.
답답할 뿐이지요.. 저도 요새 대구백화점앞에서 농촌살리기 촛불집회시작한지가 123일째인데, FTA에 반대하고 이런 저런 구호를 내걸지만 정작 해결책은 없는데 그냥 지푸라기붙드는 심정으로 할 뿐이고..
답글삭제참, 홈페이지 개편하셨네요? 축하드려요. 앞으로 번창하시길 바래요.
@왕도비정도 - 2006/03/28 01:29
답글삭제그러게요. 뾰족한 대책을 정치하는 사람들이 내놔야 하는데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영화쪽은 유명세라도 있으니 그렇다 치지만 농촌, 농민은 무슨 죄가 있을까요. 땅 일궈서 먹고 살아온 죄 밖에 없는데...
번창은요;;; 테터가 버전 업 되면서 겸사겸사 개편한 것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