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박사 학위가 돈으로 산 가짜였다?
꽤 많은 이들이 자신들도 피해자라며 모르고 당했다고 하지만 그 말이 사실처럼 들린다면 그게 더 문제다. (러시아 음악원의) 석사, 박사 학위를 일주일 한 두 차례 수업으로 얻어낼 수 있었다면, 게다가 배우는 동안에도 전공과 같은 점이 없었다면 석박사 과정의 진위관계를 의심해 봤어야 했다. 최소한 학위증을 받았을 때 그 학위에 써 있는 문장만큼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긴 이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그 뿌리가 너무도 깊다. 석박사가 도대체 뭐길래 그렇게 목숨을 걸고 따내려 하는 것일까. 하지만 석박사 학위가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는 아주 명확하다. 교수라는 미래가 보장된 직업과 사회적 위치, 명예. 이 것들을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바치면서 학위를 따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이런 사람들이 가진 절박함과 필요 요구에 의해 이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도 생겨나는 것이다.
나도 전에 대학원을 다니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고 다니려고 생각도 해보았다. 그 때 괜찮은 대학원-깊이 있는 공부와 작업을 할 수 있는-을 수소문하고 다녔었는데 되돌아 온 대답은 “별로 없다”였다. 그리고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보통 학위를 받으러, 인맥을 넓히러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인맥도 중요하고 학위도 중요하다. 하지만 석사, 박사 과정은 학사 이상의 깊이 있는 학문적 접근과 보다 정교한 작업을 위한 과정이 아니던가? 아주 단순하고 바보스럽게 이런 의문이 든다. 대학에서 대학원 이상 학위를 가진 자만 강사와 교수로 모집을 하는 이유는 뭘까.
요즘 농담으로 “남산에 올라 돌을 던져 맞는 사람은 대부분 대학원생이다.”라고 하더라. 예전엔 대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대학원생으로 바뀌었다.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석사, 박사 과정을 밟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개개인의 실력을 검증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학위를 가지고 개인의 실력을 평가한다. 만약 석사, 박사 학위가 100% 바른 과정을 통해 취득을 하게 되어있는 구조라면 반대할 리 만무하다. 그러한 구조에서는 석사, 박사 학위가 바로 그 사람의 학문탐구의 깊이, 실무에 대한 능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구조에 무비판적으로 따르고만 있다.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이유는 이거다. “현실이 그렇잖아”
맞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교수사회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박사 레벨로 신분상승을 하고 싶은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밟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학에서도 그러한 학위를 가진 이들을 선호하고 학위를 가져오도록 부추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러시아 음악원 학위 파문”은 참으로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학위(종이로 된 서류)만 있으면 실력 검증이든 뭐든 필요 없는 일이 된다. 여기에 “국외” 학위 수여자라면 대접이 더더욱 좋아진다.(국외 학위 취득자를 싸잡아 폄하하려는 뜻은 없다.) 현실 사회에서의 일단의 기득권 층이 만들어 놓은 중심을 잃은 제도를 일단은 먹고 살기 위해 따라야 하는 게 슬픈 것이고 그러면서 점차 그 기득권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간다는 게 슬픈 것이다.
학위가 있음에도 그에 걸맞지 않은 경우를 종종 봐와서 인지 학위가 있던 없던 꾸준한 노력과 자기 개발을 통해 진정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강단에 서고 활동에 제약이 없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
위와 같은 현실이 만들어낸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학위와 같은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 <기회불평등>이 아닐까.
대학와서 수업을 듣고있는데, 하버드로스쿨에 다녔다고 하는 교수의 강의를 듣고 무척 실망하고 있어요. 박홍규교수.. 아시죠? 젊은날의 깨달음서문이 전에 이 블로그에 올려져있었던데.. 사람의 글과 실제 사람이 이렇게도 다를 수 있는가.. 싶더라구요.. 명예도, 이름도 한 철인생 끝나면 덧없는 것을.. 말이죠.
답글삭제@왕도비정도 - 2006/03/28 01:18
답글삭제아...그렇군요. 이런...;;; 삶과 글, 생각이 하나로 꿰뚫어지기가 어렵다는 걸 그 분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나보군요. 그래도 그런 불일치의 진리를 배우고 계시네요.-_-;;;
사실, 저도 삶, 생각, 글(혹은 작품)이 일치하는 것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되고 안되고의 문제보다는 경우에 따라 변하는 상황들을 접하면서 참 속이 시끄럽더군요. 저 또한 그런 부분이 없진 않겠지만...
가치 중심을 '작은 나'로 두느냐, '큰 나'로 두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