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에 도착한 날 친구를 만나러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라디오 방송에서 어떤 꼬마 소녀 아이에 관한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정확히 알아듣지 못해 기사에게 물어보니 장춘에 살고 있는 한 여자 꼬마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암에 걸렸고 지금은 암 말기라 며칠 살지 못하고 죽을 거라는데 그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위해 사람들이 북경 천안문에 모여있다고 한다.(택시기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던 듯)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해 궁금하던 차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요즘 신문, 방송을 접하지 못해 모른다고 한다. 어랏, 장춘에서 일어난 일인데?
그러다 오늘 우연히 인터넷 한국판 기사에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중국판 마지막 잎새". 장춘에 살고 있는 8살 소녀 시아오신웨(小欣月)가 학교에서 돌연히 쓰러지고 난 후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뇌종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3개월 전에 실명을 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소녀의 유일한 소원은 북경 천안문에 가서 국기 게양식을 보는 것. 직접 북경에 데리고 가서 보여주면 좋으련만 담당 의사는 북경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고(장춘에서 기차로만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힘들어서 자칫 도중에 죽을 수도 있다며 만류했다. 그래서 소녀의 아버지와 주위 사람들이 생각해 낸 방법은 장춘의 한 곳을 천안문 광장처럼 꾸미고 국기 게양식을 하는 것처럼 준비하는 것이었다.
비록 천안문과 똑같지도 않고 국기 게양식도 어설펐겠지만 이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소녀에겐 중국 국가가를 듣는 순간 소원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집에서 가짜로 만들어 놓은 장소로 이동하는 순간에도 함께 이동하는 사람들은 모두 북경어를 사용하도록 했고 버스 안에서도 북경에서 있음직한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도록 연기를 했다. 그리고 버스에 내리면서 소녀의 아버지는 딸에게 "비로소 천안문에 도착했구나. 정말 크고 멋지다"라는 말로 소녀에게 거짓말을 했고 소녀는 국기 게양식이 거행되고 나서 "드디어 국기 게양식을 보게 되었네."라며 기쁨의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학교, 병원, 관공서, 일반 시민 등 많은 사람들이 이 크고 아름다운 거짓말에 기꺼이 동참을 했다.
소녀는 병마와 싸우는 게 무척이나 힘들텐데도 울지도 않고 견뎌낸다고 한다. 그저 아빠에게 "아빠, 나 아파"라는 말만 할 뿐이고 눈물도 흘리지 않고 병마와 싸우고 있다고 한다. 중국 기자가 방문했을 때 소녀의 부모는 소녀가 한 말을 전해 주었다. "엄마, 아빠,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마. 내 병은 이미 나을 수 없을거야. 돈이 있으면 동생에게 맛있는 거 많이 사주면 좋겠어." 8살(한국나이로 9살) 소녀지만 세상의 마지막을 앞둔 그에겐 세상의 모든 것을 알게 되버린 게 아닐까. 이 소녀의 소식은 장춘 뿐만이 아니라 중국 전역에 많은 감동과 슬픔을 안겨다 주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이 소녀를 위해 격려와 사랑을 보내고 있다.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소녀에겐 텔레비전이 유일한 친구라 한다. 아직 TV방송은 보지 못했지만 TV방송도 거짓으로 보도를 해줬음에 틀림없다. 며칠을 더 살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소망을 이뤘고 부모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 준 소녀는 곧 편안히 눈을 감을 것이다.
소녀야, 이번 생엔 그렇게 황망히 떠나가지만 다음 생엔 건강한 몸으로 다시 오길 바란다. 잘 모르는 이방인이지만 진심으로 편한 길 떠나도록 마음 모으마.
때묻지 않은 소녀의 순수한 마음씨.. 가 중국사람들 가슴가슴에도 전해졌나보네요. 찡하네요, 비록 한 사람의 죽음이지만 한 사람을 위한 거짓말이지만, 한 우주를 위한 거짓말이기도 하니까요.
답글삭제@왕도비정도 - 2006/03/28 01:11
답글삭제한 우주를 위한 거짓말...그렇지요. :)
좁쌀 한 알 속에도 우주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