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30일 목요일

근황만...잠깐...

이용배 선생님이 워크샵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 계속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새로 산 카메라로 이곳저곳,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찍긴 했는데 시간이 없어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12월 8일 즈음 한국에 들어가서 비자연장 수속을 밟아야 해서 몇 가지 서류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조차 쉽지가 않다. 들어가기 전까지 별 무리없이 준비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단편 작업은 진도가 더디게 나가고 있음에도 이 외에 다른 일을 준비하느라 많이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조금 답답하다. 게다가 학생들 작품 중에 후반작업 관련, 제작방식 관련해서 문의가 들어와서 이래저래 상대해주고 나면 역시 부족한 시간 쪼개서 작업을 하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에 가서도 급히 서류 갖춰서 준비해야 하는데 마음만 계속 급해진다. 이럴 수록 단전에 기운 모아 하는 걸 잘 안다. 動中靜, 靜中動.

일단 오늘은 이만큼. 또 시간 좀 넉넉해지면 요즘의 생각들을 풀어 정리해야지.

2006년 11월 8일 수요일

요 며칠 이렇게 살았다.

끼 식사 때 준비된 요리는 수는 적지만 지역답게 엄청난 으로 상에 올라 절반 이상을 남기기 반이고 이미 로 뚝 떨어진 기은 다시 올라갈 줄 모르고 내일이면 영하 10도까지는 떨어진다며 북은 매섭게 볼을 에이고 동시에 진행하고 준비하는 들이 겹겹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마음의 심을 놓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고 있고 새로 산 메라는 생각보다 다루기 민한 듯 해 머리를 썩이고 있지만 찍혀 나오는 감들은 맘에 드는 중이고 역시 진은 장비보다 눈과 음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고 루에도 몇 번씩 울리는 전와 문자 메시지로 인해 내 머리와 마음은 한도 쉴 날이 없지만 피한 건 아니고 시간이 없어 수장에 가지 못하는 게 지만 방법이 고... 요 며 이렇게 살다. 

스톱모션 워크샵을 진행하며... 주절주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워크샵은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 대부분은 이 방면에 경험이 전무해 보였고 스톱모션 관련 애니메이션을 접한 경험도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일까 워크샵을 진행하는 내내 모두들 많은 관심을 보이며 흥미로워하는 중이다. 학교 자체에서도 2D나 컴퓨터 3D 위주로 진행하는 학과과정이 대부분이라 스톱모션이나 기타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장소, 설비 등은 무척 부족한 상태다.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런치박스'나 몇 개의 아마추어 몇 덩어리의 플레티신(클레이의 애니메이션의 재료) 정도가 그 문제를 나름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인 것만은 사실이다. 직접 만들어보고 움직여 보며 직접 체득하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할 워크샵에서 장비의 부족이나 협소한 장소 등은 워크샵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는 요소가 된다. 워크샵 기간이 짧다는 이유도 함께 작용을 하기 때문에 주로 픽실레이션이나 오브제 애니메이션 위주로 진행이 될 예정이다.

기본적인 이론부터 비교적 상세한 내용까지, 그리고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스톱모션이란 무엇인지 이해하며 접근해 가는 과정은 사실 내 입장에서도 새롭게 공부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미처 보지 못한 몇 개의 작품도 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반 고흐의 침실이라 알려진 유명한 그림 한 폭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낸 작품 "Bed Room"이나 색종이를 잘게 오려서 창문을 통해 들어온 빛으로 표현한 "빛의 여행"이라는 작품 등이 그랬다. 2003년도에 만들어졌다는 러시아 애니메이션 "어부와 물고기'라는 작품은 그 안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형식, 특히 이야기의 진행 방식이 다른 작품과는 달리 작품 안의 4명의 캐릭터가 세트를 움직여 가며 장면전환을 시도한다거나 바다의 표현 등을 간단한 천으로 일렁이게 하여 표현하면서 유랑극단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작품을 보면서 느낀 거지만 여러 해 전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하며 보석같은 단편들을 보고 감동받고 작품 제작의 열의를 불태웠던 때가 그리워졌다. 왜 지금은 자꾸 애니메이션을 몇 가지의 단순한 방향만으로 설정해 만들려고 하는지 실험정신이 많이 퇴색되어버린 지금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선생님과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종종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런 나를 질책하고 새롭게 마음을 가져보려고 하는 자신이 자꾸 투영되어 튀어나오는 중이다. 현재 준비하는 작품부터 제대로 끝내야겠지만 새롭게 느끼게 된 초발심을 잘 간직해 가야겠다. 애니메이션을 산업으로 봐도 좋고, 예술로 봐도 좋지만 어쨌든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일 뿐이다. Frame by Frame의 작업 과정 속에서 나와 대면할 용기도 필요하고 프레임 사이의 간극 안에서 땀의 결실을 일궈내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연속된 프레임을 통해 자신과 타인과 열린 소통, 대화를 할 수 있다면 내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외의 것들은 어떻게든 충분히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통역을 하기 때문에 강의 내용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달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더욱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고 이러면서 중국어도 꽤 늘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강의 내용을 선생님의 설명없이도 나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한 점은 있다. 역시 말을 더욱 많이 해야하는 피곤함은 있겠지만... 이제 겨우 이틀했는데 피곤하긴 하다. 다만 내일부터는 실습 위주의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은 덜 하겠지...라고 기대만 해본다. 

2006년 11월 6일 월요일

바쁜(?) 일정의 시작

하나 얼마 전부터 계속 연락을 취해오긴 했는데, 오늘부터 계원조형예술대학 이용배 선생님이 길림예술학원동화학원에 오셔서 '스톱모션' 워크샵을 하기로 됐다. 공항에 가서 선생님을 마중하고 호텔로, 식당으로 옮기면서 내 바쁜 일정도 함께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오늘부터 15일 동안 학생들과(몇몇의 교수들과) 함께 워크샵을 진행하게 된다. 그 보름동안의 통역은 오로지 내 몫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단편 애니메이션의 일정도 빠듯한데 일이 겹치게 되어서 함께 공동감독을 맡고 있는 중국 선생님도 걱정이 상당하고 나도 이래저래 신경이 곤두선 상태다. 암튼, 워크샵 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게 발 등에 떨어진 불이라서 이쪽으로 먼저 신경을 써야 하긴 할테다. 다행이 매일 진행하는 시간이 오후부터 시작되는 일정이라 오전에는 작업실에 건너가서 작업 진행상황을 체크하거나 얼마간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듯 해서 다행이다.

선생님은 얼마 전 장춘국제애니메이션교육포럼에도 오셨었기 때문에 장춘이 그다지 낯설지는 않겠지만 당시에는 일정이 너무 빠듯해 시내를 돌아 볼 틈도 없었다. 이번 기회는 비교적 편안한 상태로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라 오전과 저녁 일정은 그나마 여유가 있을 것 같다. 전에 오셨을 때도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제대로 된 이야기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이것저것 여쭙고 배워야겠다. 오늘은 내가 작업하고 있는 곳에 모시고 가서 구경도 하고 함게 작업하고 있는 감독님과 간단한 대화도 나누고 준비 중인 단편 스토리보드 릴도 보여드렸다. 작업 진행상황도 보여드렸는데 나름 흥미가 있으신 것 같아 한편으로 안심이 된다. 아래 사진은 현재 작업 진행 중인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이다. 뒤로 보이는 게 간단히 만든 "날아라 병아리(大)" 포스터와 상해에서 주홍수 감독님이 진행 중인 "도야지 봉" 포스터다. 오후 햇살 분위기가 괜찮네...

정이강 감독님(좌)과 이용배 선생님(우)

정리궈 이사장과 창광시 감독님이 저녁에 이용배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 식사를 했는데 간만에 고량주(마오타이 술보다 더 고급인 쉐이징팡)도 마시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다들 다시 재회를 하게 되어서 그런지 반가움에, 익숙함에 분위기가 좋았다. 내일부터 워크샵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더 긴 시간 대화를 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 시간이 많으니 많은 교류와 토론들이 오고 갈 것이라 생각된다.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DSRL을 구입했다. 한국보다 조금은 싼 가격이라 마음이 편하긴 하지만 여전히 고가의 장비를 구입한다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점이 많다. 암튼 구입을 했으니 잘 활용해야지. 덕분에 다시 아날로그 사진기를 대하듯 공부할 게 많이 생긴 것 같다. 바쁜 시기에 구입하게 되어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찍으며 공부하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니 별 걱정은 되지 않는다. 욕심은 늘 무럭무럭 자라는 법, 그 욕심을 잘 다스리고 좋게 활용하면 독이 되기 보다 약이 되는 부분이 많은 걸 안다. 욕심을 다스릴 만한 힘이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끼긴 하지만 때론 그 힘을 역이용해서 상황을 만들어 내는 법도 필요한 것이겠지.

장춘은 이미 영하로 떨어진 기온 탓에 공기가 차다.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미지 않으면 목을 타고 바람이 들어와 한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어제는 잠시 첫 눈이 내리고 오늘도 살짝 눈 발이 휘날렸다. 장춘의 지독한 겨울이 막 시작되었다. 하지만 역시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여유는 지난 몇 차례 동북의 겨울을 보낸 내 몸의 세포들 안에 숨 쉬고 있다. 와라! 겨울. 신나게 맞이해 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