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떠올랐다. 천사에 대한 바뀌지 않는 고정관념은 오히려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그들의 사리분별력을 떨어트린다. 세상의 진실은 가려지고 오해와 왜곡된 시선을 강요받는다.
악(惡)은 "예쁘면" 안된다? 선(善)은 무조건 "예뻐야" 한다? 마치 천사는 죽여서는 안 될 대상이고 공산당은 머리에 뿔이 나고 엉덩이에 꼬리가 달린 괴물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화의 원전은 대부분 잔인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잔인하고 비극적인 결말을 도려낸 채 보톡스와 성형수술로 인해 굳어버린 거짓 미소를 가진 것처럼 조작된 이미지와 결말을 보여주려 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천편일률적인 사고방식의 주입은 삶의 다른 영역에도 마수걸이를 하게 된다. 남자와 여자에 대한 편견,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백인과 흑인,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 선진국과 후진국의 구별, 각 나라 문화에 대한 오해 등등. 선악(善惡)의 구별이 명쾌해질 수록 삶의 가치는 명쾌하게 추락한다. 다양성을 부정하고 소통을 막는 행위가 삶의 일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안착한다.
여우가 사특한 간교를 부려 죄 없는 한 가정의 막내딸로 태어나 집안을 망하게 한다는 이야기인데도, 책 표지의 주인공은 깜찍발랄한 여자아이의 모습이다. - 기사 내용 중
"사특한 간교를 부리는" 여우는 깜찍발랄한 여자아이가 아니라 흉칙하고 못생긴 여자아이가 되어야 할까. 그런데 사실 집안을 망하게 하거나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겉으로 멀쩡하고 생김새가 아름다우며 온갖 재주를 다 가지고 있고 학벌도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설령 현실을 부정한다고 하더라도 세상에 "사특"하고 "간교"를 부리는 여러 모양새를 알려주는 편이 오히려 해롭지 않다.
전래동화의 목적이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라고 하던가? 진실이 예쁜 그림에 매혹되어 진실을 놓치게 된다면 그건 그림과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동화를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가 부족한 것이고 소통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예쁜 그림에 매혹되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어른 쪽이 심하다. 동화의 다양성을 애써 무시한 채 획일화된 이미지와 내용을 설파하며 그게 동화의 본질이라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 마치
"곰인채로 있고 싶은 곰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사람들"들과 같고 이혼률 세계 1위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에서 이혼이란 단어는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되는
"특별한 손님" 취급을 받는 것과 같다.
최규석 작가의 "천사를 죽이다"로 인해 아이들의 정서에 해가 된다며
"고래가 그랬어"를 절독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천사는, 악마는, 호랑이는, 간교한 여자아이는 단 한 가지 모습으로만 표현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