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1일 일요일

기괴한 놀이

진중권 씨가 쓴 책(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에서 본 내용 중 독일에서 있었다던 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한국에서 종종 하는 놀이, "손을 잡고 오른쪽으로 빙빙 돌아라, 손을 잡고 왼쪽으로 빙빙 돌아라..(중략) 두(혹은 세, 네)사람!!" 노래하다가 이렇게 외치면 모두 우르르 사람 수에 맞춰 제자리에 앉는 그런 놀이... 아시죠? 독일에서 한국인들이 모여 그 놀이를 했는데 독일에서 태어나고 독일에서 교육받은 한국 꼬마 아이들은 처음에 (놀이의 정체를 모르고) 즐겁게 따라하다가 마지막 세 사람이 남은 상황에서 사회자가 "두 사람!"을 외치자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울먹이더라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묻자 같은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만 끌어안고 한 사람을 외면할 수 있겠냐고 대답하더랍니다. 처음엔 놀이인 줄 알았던 아이들이 마지막이 되서야 그 놀이의 기괴함을, 잔인함을 알았던 것이지요.

한국에선 늘 이렇게 패를 지어 몰려다니며 왕따 시키고 자신들이 잇속만 챙기도록 하는 교육을 끊임없이 받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사실 어릴 적 나도 꽤 했던, 지켜봤던 놀이 중 하나인데 어린 마음에 마지막까지 남아 친구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오면 마음이 그닥 편치 않았던 기억이 있다.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내 마음 속에 불편함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었다.)


- 벗에게 썼던 댓글 중.(약간의 수정, 첨가)

댓글 2개:

  1. @Anonymous - 2009/07/07 18:38
    맞아. 그래서 '벗에게 써던 댓글'이라고 달아뒀지. :)



    내 친구가 독일에서 박사공부를 하고 있다. 그 친구도 내게 늘 독일로 오라고 유혹하곤 했지. 독일어를 해야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학비 공짜에 기타 다른 부대시설 사용도 거의 무료로 볼 수 있을 만큼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기회를 무제한 열어주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렇게 공부하고 나서는 사회에 환원해야 된다는 나름의 의무감도 함께 주어지는 것이겠지만...



    공평한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고, 마치 경쟁이 최고의 가치며 진리인 양 포장해 남을 밟는 게 정상이고 내가 남들 위에 올라서는 게 정상이라고 광고, 선전하는 나라에선 교육의 참 의미는 쉽게 찾아질 수 없을 거라 생각해.



    교육의 원대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교육정책은 한 나라의 사활을 걸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국가와 부모, 학생들이 한통속이 되어서 교육 따위는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것이 옳다고 합창하는 것 같아 무섭다.



    교육은 인농'人農'이라는 데 사람농사가 그리해서 잘 지어질 리 있겠나. 농업을 대하는 걸 보면 교육도 뻔해. 농사라는 건 조급한 마음으로 당장의 이익만 보고 덤벼들어선 안되는 거거든.



    보다 너른 마음으로 고루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원하기보다는 끼리끼리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피터지게 싸우는 꼴이니... 당장은 아니겠지만, 분명 언젠가 다시 한 번 새로운 '주의', '사상'으로 인한... 음;;;



    그나저나 직접 체험해보려 간다하니 적극 지지하면서도 무척 부럽다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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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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