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에 눈이 부시도록 화창한 날에 모든 복잡한 심경과 단촐했던 일상을 비켜선 후 한국을 잠시 떠난다. 오랫만에 찾은 인천공항은 의외로 한산하고 여유롭다. 한국을 떠나는 사람과 한국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 곳이 오늘은 유난히 한가로움을 느낄만큼 편안하다.
+
밤새워 잠시 비워두게 될 공간을 정리하고 청소하면서 과거 '떠나는 자의 태도'에 대해 견지하려고 했던 파란 젊음을 가졌던 내가 떠올랐다. 세상을 오가며 최소한 내 두 손에 쥘 만큼의 짐만 챙기겠노라 다짐했던 치기어린 생각은 점점 흐릿해졌지만 흐릿한 만큼 삶에 대한 욕심도 꽤 사라져 세속에서 말하는 '내 것'이라는 걸 맘 편히 챙겨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후회보다는 쓸쓸함에 가깝겠지만 그건 내 개인적인 삶에 대한 열정부족임을 잘 안다.
+
핸드폰 착신전환을 신청하기 위해 연락했던 고객센터의 여직원은 정말 열심히 설명하며 최선을 다한다.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진심을 다해 고마움을 표현하면 충분히 즐거운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사실 비슷한 계급의 사람들끼리의 충돌과 의견대립이 생기는 건 대체적으로 상위계급에 의해서 조종되고 형성되어지는 게 많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누군가와 부딪힐 때마다 그리 열내며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인 것이다.
+
전화가 착신전환되어 혹여 연락이 닿지 않으면 문자로라도 소식을 남겨주길... 문자는 받을 수 없으니 전화로만 연락을 해주시길...;;;; (착신전환은 통화가 700원인데 문자를 포함하면 1900원/월 이란다. 게다가 전화정지는 시키지도 못하고 기본료는 고스란히 지불해야 한다. 시스템을 장악한 자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참 쉽다. 물론 공공의 규제나 관리감독이 부실한 상태에선.)
+
KTF의 해외로밍 서비스는 일일 대여료가 2,000원이다. 그럼, 한달을 사용하면 60,000원이란 소린데 너무 비싼 듯. 게다가 받는 요금, 거는 요금 역시 몇 천원씩 한다. 본인이 가진 show폰(3G폰)을 가지고 나가면 대여료도 없는데 너무 박하게 서비스 제공을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09/07/02 20:36
답글삭제그래, 신영복 선생님 글을 읽으며 때론 눈물도 찔끔, 감동도 듬뿍 받았던 때가 생각나네. 그 분이 태우지 못했던 지식의 사유화나 관념의 탑같은 것 처럼, 나도 지난 날 그렇게 버리려고 했지만 버리지 못했던 게 있어 문득 생각난다. '나'. '나'는 참 버려지지가 않더라. 지금은 가끔은 버려지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버림'은 되지 않더라. 아마, 이 세상에 오고부터 시작된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은 어쩌겠니. 다만, '개인'과 '시스템'의 순환구조 속에서 어느 것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원하는 변화는 쉽게 오지 않을 거라는 게 강하게 느껴져서 그래.
늘 나를 과대평가해주니 참 부끄럽다만, 그래, 그런 격려로 또 나를 챙겨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줬으니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
여기 와서 한국 걱정은 좀 덜 하는 편이긴 하다만,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일에 대한 걱정보다는 앞으로 더 긴 암흑기가 오진 않을까 걱정이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점점 더... -_-;
암튼, 우리 모두 '사느라고 고생이 많다' 그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