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1일 일요일

삼라만상의 의지

왜 태어났는지 궁금했던 때가 있었고,
왜 살아야 하는지 궁금했던 때가 있었다.

물론 다른 수 많은 자문(自問)들, 문제들 역시
여전히 '진리(眞理)'의 발끝자락도 다가서지 못했지만
위 두 가지 문제는 어떻게 해도 풀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그냥 살아보기로 했다.

태어난 게 내 의지가 아닌
우주 삼라만상의 의지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나 죽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로
내 의지가 개입될 여지는 무척 적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살아가며 고민하고 풀어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천상병 시인처럼 이 풍진 세상을 소풍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만,
아직 내 마음은 여전히 빈곤하고
사고의 한계는 넓게 장막을 치고 있는 것 같다.

뭐, 말은 거창하게 풀어놓은 듯 하지만 역시 빈약한 나의 삶이라...

20대 중반의 어느 날, 우주와 내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수행이 부족한 탓인지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그 느낌들을 다시 잡아내기가 어려워졌다.

이렇게 나이만 먹어가는 건 아닌지... 쩝...



- 벗에게 했던 이야기를 옮겨와 기록함(약간의 수정)

댓글 2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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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onymous - 2009/07/02 21:02
    결혼이 주는 이로움도 많지만 비슷한 생각을 서로 용기있게 실행에 옮기지 못할 때는 '행동의 제약'이란 게 생기기 때문에 네가 말하는 '함께 해요~'는 참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흑-



    언제든 '떠나는 자'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이젠 그런 생각조차도 쉽지가 않으니... 이건 세월의 탓-나이 탓도 있지만 역시 환경 탓도 무시할 건 못되는 듯.ㅎㅎ



    그래서 젊은 날 무엇이라도 해 볼 수 있는 네가 부럽기만 하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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