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1일 일요일

두려움, 삶에 대한 몇 가지 생각.

두려움, 그 모든 게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은 건 매 한가지다. 듀스포인트의 지리멸렬 끝에 찾아오는 건 두려움.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백척간두 진일보"하라고 했건만 그 "일보(一步)"를 내딛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았을 때 내 삶은 지리멸렬해지고 마는 건 아닐까 싶었다.

늘 생각했던 게 인생이란 저울에서 내 마음과 판단이 어느 한쪽으로 단 1g만 기울어도 기울어진 쪽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세월의 무게를 받아들일 수록 한 쪽을 선택하는 방법보단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쪽으로 변해가는 내 자신을 보면 인생이 예전만큼 박진감있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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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 국민이 된 것이 내 의지 때문이 아니라 태어남과 동시에 이루어진 (내 자신의 선택이 없다는 점에서) 강제적인 것이라면 이 나라는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삶의 가치를 보장해줘야 마땅하다고 투덜댄다. 수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현실의 (말도 안되는, 상식적이지 못해)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낭비되어야 하는 것도 슬픈 일이다. 그 모든 걸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역시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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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실적인 타협이라고는 하지만 자격시험을 통과해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격에 대한 문제를 개선해보려하는 건 물리적으로 먼 거리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타협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면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게 맞을 듯.

난 그런 기회가 몇 번 있었음에도 끝끝내 거부하고 버티다 나이를 먹어가는 즈음에 살짝 후회도 한다. 사회의 달콤한 유혹을 거부했던, 하지만 내 의지를 따르려 했던 당시의 내 유일한 방법이었지만 그 방법이 거칠었음에 아쉽고 다른 많은 방법들을 찾아보지 못했던 게으름이 후회스럽다는 거다. 기회라는 건 한 번 지나고 나면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그 기회가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열정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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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에 굴러보지 않고도 진흙 속에 있으면 옷이 더럽혀질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엔 그 진흙 속에서 굴러봐야만 또 다른 대안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는 것이니까. 보수화가 되지 않고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서도 삶 속에서 당당하게 늙어가는 사람들이 가장 부럽지만, 그건 단지 그들의 결과만 보고 있는 것 뿐이지. 그들이 살아왔을 지난 날을 조금이나마 역지사지 해보면 지금 나는 무척이나 게으른 삶을 살고 있다고 밖엔 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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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우수하다 우수하지 않다는 것은 단지 경쟁률, 비교법, 수치법 등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수하다는 것은 삶 속에서, 진행형 속에서 빛을 발할 뿐이다. 우수하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도 무척 중요한 것이고. 삶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기준에 따라서 비참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는...



- 지난 날 벗과 나눴던 대화를 옮겨 와 기록해 둔다.(약간의 수정이 있음)

댓글 2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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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onymous - 2009/07/02 21:27
    이렇게 몰아서 댓글을 남겨주니 나 역시 몰아치기 타법으로 응수하는 수 밖에..^^;;;



    난 가끔 풍선 얘기를 하곤 했었어. 가령, 풍선이 더 이상 불어지지 않을 만큼 빵빵해진 상태라면 누군가의 손길이 스치기만 해도 바람이 살짝 불기만 해도 가벼운 솜털에 닿기만 해도 '뻥'하고 터진다...는 얘기. 즉, 고민이 한껏 부풀어져 있고 가슴앓이가 심해져 있는 상태라며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혹은 노래 한 소절, 혹은 낯익은 어떤 풍경을 보면서 순식간에 해결이 된다는 것이지. 난 이걸 '깨달음'이라고 생각해. 물론 큰 깨달음도 있겠지만 나를 끊임없이 변화발전시켜 가는 작은 깨달음들 말야.



    해답은 누가 던져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고민이 깊어졌을 때, 가득 찼을 때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지. 그것이 사회의 합의된, 연대된 공기(公氣)일 경우 큰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스스로가 준비된 상태여야겠지. :)



    청풍월상시(淸風月上時) 만상자연명(萬像自然明)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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