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관련 내용을 포스팅하지 않은 내가 이 시점에서 글을 올린다는 게 참 뻘쭘하긴 하지만 '허탈'한 마음을 스스로 풀어보기 위한 자위 정도는 될 것 같다.)
오늘 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조금 후에 식당에 올 거라는 얘기와 함께 한 말은 '엄청난 속보를 알려주겠다'였다. 그리고 그 내용은 모두가 알다시피 '황우석 박사 관련 내용'이었다.
사실, 얼마 전에 여러 블로거들의 글을 읽다가 '[PD수첩] 폐지 반대 릴레이'를 봤다. 며칠 간 급박하게 전개되었던 '황우석 박사 논란'을 며칠 간 정독을 하며 이해를 해왔던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최소한(?) [PD수첩]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을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나마도 갑자기 일이 생겨 며칠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없어서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오늘 '급보'를 전해듣고 잠깐 멍하게 있었다. 사실 화가 나지도 않았고 '그럴 줄 알았다'거나 하는 식의 반응은 더더욱 없었다.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정작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많은 '공부'를 했던 탓인지 담담했다.
그럼에도 난 무척 '허탈'했다. 그건 황우석 박사측에 대한 허탈함이 아니었다. 그 많던 논란들 -'좌경세력'과 '보수세력'으로, '황빠'와 '황까'로, '종교화된 믿음'과 'PD수첩에 대한 믿음'으로, '일반인'과 '과학도'로 나뉘어진 그 많던 논란들이 달구어지기만 했지 정작 중요한 문제점들은 오늘 '속보' 한 방에 다 날아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여전히 꽤 괜찮은 블로거들의 글은 진심과 차분한 시각들을 담고 있고 의견들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것은 분명하고 이 많던 논란들이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묻힐 수(잊혀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욱 그러하지 않았나 싶다.
그간 '공부'는 나름대로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앵똘레랑스에 대한 단호함의 '똘레랑스'와 참 의미의 '중용'을 다시 곱씹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참 재밌는 세상이다. 허허.
여전히 열심일 젊은 과학도들에겐 격려가 필요하겠고,
황우석 박사를 비롯한 팀들에겐 다독임이 필요하겠고,
많은 사람들에겐 황우석 박사의 진심어린 사과도 필요하겠고,
권력관계에 여전히 숨 죽이는 이들에겐 진실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겠고,
순식간에 황색 언론에 휘둘리는 누리꾼들에겐 동요하지 않을 진중함이 필요하겠고,
국익에 목숨 걸던 사람은 자신과 이건희가 같은 민족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겠고,
여자의 난자를 계란 노른자 정도로 치부하는 이들에겐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겠고,
그 동안 5-10% 속에서 마음 고생이 심했을 누리꾼(블로거)들에겐 심심한 위로와 박수가 필요하겠고,
정신없던(난잡했던) 언론판은 스스로 정화필터를 착용해야겠고,(불가능하리라)
[PD수첩]은 폐지되지 않고 계속 좋은 방송을 해줬으면 좋겠다.
아! 이 뜨거운 열기로 '검찰이 삼성 가족이 아님'을 증명했으면 좋겠다.
혹시, 내일이 되면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드는 밤이다.
매일 말이 뒤집히는데 두고봐야하지 않을까~
답글삭제무슨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도 아니고 말야 - -;;
@kisca - 2005/12/17 02:44
답글삭제사실, 내 말이 그 말이....-_-;;;;
첨엔, 헤프닝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로다. ㅡ,.ㅡ; 얍삽한 그들이나, 무식한 언론이나 참~ 대책 없는 유황불이지만, 내가 느낀 제일 무서운 것은 바로, 다수의 맹목적 추종...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니, 나는 아직도 민중들의, 황교수를 향한 그 맹목적인 추종을 믿을 수가 없다. 이건 애국이 아닐진데... 항상 그들이 필요할 때는 없더니... 죽었나 했더니, 이렇게, 이런 식으로 살아 있었구나... 싶어, 슬프기 짝이 없다. 나는 여기서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책하기 보다는... 제발, 어여쁜 국민들이 진정한 의식을 갖기를 원한다.
답글삭제@wolhoo - 2005/12/23 05:46
답글삭제애국을 위해 나 이외의 사람들을 단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파시즘의 망령과 국가가 잘 살면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이해오류, 그리고 정작 중요한 다른 사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국회의원같은 이기적 욕망의 분출... 때론 무섭고, 때론 지겨워.-_-;
저 또한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었기에 반성하게 되네요. 시사엔 너무 무지해서... 이제 수능도 끝났으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얼개쯤은 알고 살아야겠어요.
답글삭제@왕도비정도 - 2005/12/27 00:12
답글삭제저도 이번에 꽤 많은 '공부'를 했지 뭡니까.^^; 시사에 무지한 건 저도 매한가지입니다만 과거 관념적 철학에 함몰되었던 것에 대한 반성 후엔 비교적 나아진 편이네요.^^;; 수능도 끝나셨으니 정말 홀가분하시겠어요.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