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기도지사가 '경기디지털컨텐츠진흥원'을 방문하는 바람에 진흥원 건물 이곳 저곳에 전경들과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한 쪽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위하는 내용이 흘러 나오는, 뭐랄까... 'Boss'가 뜨면 주변 환경이 순식간에 바뀌는 체험을 했다. 도지사가 수업 중간에 들어와 (전시행정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잠깐 수업을 참관한 후 강사와 학생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는 무수히 많은 식솔(?)들을 데리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로 인해 오늘 하루 종일 진흥원 아카데미 직원들은 긴장 에너지가 흘러 넘쳤고 수업도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었으니 열심히 촬영을 해댔고 진흥원에서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지사를 열심히 찍었건만 정말 애석하게도 경기도 행정이 바쁘셨던 탓인지 조는 모습이 꽤 촬영되어 버렸다. 물론 그 졸린 눈을 뜨려고 애쓰는 모습은 박수칠 만 했지만... 아!!! 이게 어릴 적 겪었던 참관수업이었네.-_-;;;
담당했던 촬영(계약서에 '촬영기사'라는 문구를 보고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일도 내일이면 끝난다. 촬영이라는 게 쉬운 듯 어렵고 어렵지만 재밌는 일이라는 걸 느낀다. 기록촬영과 영화촬영, 애니메이션촬영은 다른 기법, 느낌이겠지. 어쨌든 카메라 두 대를 돌리며 힘든 점도 많았지만(가장 힘든 건 촬영하는 중엔 앉을 수 없었다는 것) 사람을 프레임에 담아내고 그 프레임을 통해 실제 느끼지 못하는 느낌까지 얻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워크샵에 참여하신 임아론, 유진우, 오순한, 이문성 등 네 분의 강사님들의 강의 내용은 오히려 참석한 학생들보다 내게 더 많은 소득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간의 소득을 짤막하게 말하자면...(더보기)
어제 유진우 선생님과 풀어낸 한 보따리의 '이야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시원하게 매듭을 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자해지', 내가 풀어놓은 고민의 흔적들을 내가 닦아내지 않으면 그 누가 와서 나를 도와 뒷 정리를 해 줄 것인가. 어쩌면 쉽게 갈 것을 여전히 '자승자박'하며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심히 반성이 되고 있다.
임아론 감독님이 툭툭 던지던 식당에서의 '짧고 단호한 질문'에 답을 하면서도 많은 부분 정리가 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못내 부끄럽기도 하고 나름 정리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좀 더 확신을 갖게도 되었다.
오순한 선생님과의 짧은 대화 속에서는 많은 부분 정신 놓고 살았던 화두를 끌어올리게 되었고 기름칠 되지 않아 빡빡했던 뇌의 톱니에 윤활유를 칠하게 된 기회가 되었다.
이문성씨는 나와 동갑, 혹은 동년배임에도 불구하고 꽤 멀리 큰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모습과 당당하게 벌어진 가슴과 같이 호쾌한 삶의 모습에서 '지독하게' 나를 자극하고 또 자극했다. 멋진 청년이다.
이지선씨는 중국어 통역하러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지게 되었고 중국 친구들과 꽤 많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준 밝은 사람이다. 애니메이션 용어를 잘 몰라 내게 물어보며 전문용어도 공부하려고 애를 썼던, 통역 열심히 하며 생활도 열심히 하는 '청순한 숙녀'다.
안잉(安颍-쓰촨>상해)과 리양즈페이(梁志飞-허난>상해) 두 친구와는 형동생 하게 되었고 많이 친해졌다. 나를 편하게 생각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지.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내가 그들보다 더 중국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계속 하는 건 왜 그런 것일까.-_-;;; 회화는 그저 그런데...흠;;; 언제 상해가면 상해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가자 한다. 마오타이주도 대접을 하겠다고 한다. 귀엽고 실력있는 친구들이다.
워크샵 관련 진흥원 식구들은 늘 밥을 사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물론 밥 사이로 오가던 대화들 속에서 좋은 인연으로 알게 되었다.
내일 촬영 마무리 한다는 얘기를 짧게 쓰려고 했는데 흠;;;
생각나는 얘기들은 차츰 몸으로, 행(行)으로 나투는 게 가장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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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Anonymous - 2005/12/21 09:23
답글삭제너무 고맙습니다만, 괜찮습니다.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05/12/22 18:36
답글삭제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씀이 더 이해가 안됩니다.
늦고 말고가 아니라 제겐 필요없으니 필요없다고 하는 겁니다.
비밀 댓글 입니다.
답글삭제@Anonymous - 2005/12/23 06:07
답글삭제내 능력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나 역시 문제는 '나'인 걸 다시 알게 되었지. 사람들과의 간격을 만들어 내는 건 '나'라는 걸 알게 되어도 그걸 해소할 방법은 딱히 없는 것 같아. 기다리는 수 밖엔.
넌 잘 될 거야. :) 그들과 연애를 한다 생각한 들 어떠리.^^ 올해는 다 갔으니 내년엔 정말 더 잘 되길 바라마.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