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7일 화요일

체류기간 연장

국경을 넘은 후 30일 밖에 체류하지 못하는 비자문제 때문에 몇 가지 수고로운 일을 처리해야 했다. 여권이나 비자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비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비자는 F비자. 그런데 비지니스 비자라 그런지 국경을 넘는 횟수는 제한이 없지만 일단 넘고 난 후에는 30일만 체류할 수 있게 되어있다.


먼저 내가 머물고 있는 곳 근처 파출소에 가서 외국인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는 후배들은 모두 외국인 등록조차 안하고 살고 있기 때문에 내 일을 도와주기엔 무리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호텔에 묵는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난 지금 그런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필히 장춘에 호적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찾아야 했다. 전에 결혼식도 참여한 적이 있고 친하게 지내는 쿠이이와 치우메이가 일을 도와주기로 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외국인 등록을 하더라도 다시 30일 정도 체류기간을 연장해야 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담보(소개서 등)가 설정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길림동화학원 선생님들에게 부탁을 해 처리를 하기로 했다. 내가 학교에서 한 달 동안 강의를 하는 걸로 설정을 하고(물론 강의는 하지 않는다) 이사장의 직인이 찍힌 소개서를 받기로 했다. 이사장은 나와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지만 학교에서 한 번도 외국인을 위해 소개서를 쓴 적이 없다면서 조금 난처해 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만약 내가 (그럴리야 없겠지만)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학교에서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선생님들은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 문제 없다고 장담한 반면 정작 실권자인 이사장의 태도에 살짝 당혹스러웠을 뿐이었다. 어쨌든 소개서는 받았다.


오늘 아침 일찍부터 친구 집 근처 파출소로 갔다. 친구들는 나를 위해 그들 둘의 신분증, 호적 등을 파출소에 제출하고 확인시켜야 했고 난 그들 집에 머물고 있다는(사실 후배 집에 머물고 있다.) 문건을 작성했다. 그 동안 파출소에는 아침부터 싸움을 해서 끌려온 젊은 친구와 택시기사(피해자)가 조사를 받고 있었고 사업하는 한국인들을 위한 거류증 발급을 위해 온 중국인과 기타 소소한 일들로 찾은 중국인들로 인해 파출소는 북적이고 있었다.


내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관은 아주 온화한 분위기와 말투였으나 어딘가 이상해서 친구에게 물으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분명 좋은 경찰같지는 않다고 한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인다. 친구들의 신분이나 직업이 중국에서는 그래도 꽤 좋은 편에 속한지라 그들의 정황을 파악한 경찰은 친구에게 너무도 친절하게 대하고 어떤 높은 사람의 이름과 연락방법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어디나 이런 종류의 사람은 있겠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좀 심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사람을 알고 있으면 또 나중에 도움을 받을 일도 있겠지.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등록표 두 장을 작성해 한 장은 파출소에 한 장은 공안국에 제출해야 했다. 파출소를 나오는데 한 경찰이 택시기사를 때린 젊은 친구에게 핸드폰을 건네면서 뭐라뭐라 한다. 젊은 친구는 조사를 받던 방에서 다른 방으로 들어가 몰래 전화통화를 한다. 친구는 분명 젊은 친구가 아는 사람들 중에 경찰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있어 경찰에게 바로 전화를 했을 테고 그 친구는 통화 후 약간의 벌금만 물거나 훗날 거한 대접을 하겠노라는 약속을 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말한다. 분명 그럴 것 같다. 힘 없고 죄 없는 택시기사는 얼굴에 상처를 남길 것이고 추운 겨울에 찢어진 상처를 어루만지며 집으로 돌아가 쉬다가 다시 일터로 나갈 것이다. 그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어보이지만 왠지 더 경찰에게 위축되어 보였다. 또 어느 날은 그 택시기사도 좋은 관계(꽌시)를 맺게 되면 다른 위치를 갖게 되겠지.


다시 친구와 공안국으로 갔다. 서류 처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약 3일 후 여권 및 거류증 등을 찾으러 가면 된다. 비로소 한 달 정도 더 중국에 있을 수 있게 되었다.



* 서류 작성 때문에 사진이 필요해 사진관에 갔는데 촬영실에서 사진사가 나올 때 슬쩍 보이는 한 젊은 여자의 상반신. 마치 옷을 벗고 있었던 듯. 사진관 분위기도 좀 묘해서 호기심에 물어왔다. "안에서는 무슨 촬영을 하느냐", "젊은 여성들이 젊을 때 기념으로 자신의 사진을 남기고 싶어해서 찍는 사진이다." 속으로 생각하길 아마 세미누드를 찍나 보다 싶었다. "그럼, 예술사진이네?^^". "뭐, 그런 셈이지" 중국도 여전히 변화하는 중이다.

* 내 증명사진은 중국애들 스타일로 뒤에 빨간 배경 천을 대고 찍었다. 현상수배범같은 느낌이지만 느낌이 색다르긴 하다. 배경 천은 사진사 조수가 내 뒤에 서서 들고 있었다. 허.참.

댓글 10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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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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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쨌든 비자 문제가 해결되어서 다행이다. 규이가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구나. 좋네~ 교수님들도 좋고. 너 말대로 이사장님은 좀 당황스러웠겠다. 어쨌든, 어쨌든 잘 되었다. 하루 종일 바빴겠구나.

    글고 너 회색으로 글 쓰지 않으면 안되냐? 나 같이 난시가 심한 사람은 읽기가 너무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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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nonymous - 2006/01/17 18:32
    염려하시는 건 이해합니다만, 그리 걱정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말거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런 재미로 살 수도 있겠지만

    생각이 다르면 서로 대화를 하면 되는 것이고

    대화가 불가능한 부분들이 생긴다면 어쩔 수 없지요.



    건강하게 잘 있다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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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Anonymous - 2006/01/18 00:20
    그래, 알았다. 소식 주렴.

    설엔 동생들이 꽤 많이(?) 있어서 별로 쓸쓸하진 않을 듯.ㅎ

    설 후엔 연변으로 잠시 이동할 예정이야.

    아는 형님들이 계시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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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wolhoo - 2006/01/18 06:40
    분명 아는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

    늘 마음으로 고마워하고 있어.

    글을 회색으로 쓰는 건 본문과는 별개의 내용이라 그런거야.-_-;

    읽어도 그만 읽지 않아도 그만인...그런 내용.ㅎ

    마우스 드래그해서 읽으면 편할걸? :P

    건강하게 잘 지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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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형님 장춘에서 잘 지내시죠? 한국은 장춘에 비하면 봄과도 같은 날씨 입니다. 때론 집가까운 슈퍼를 갈땐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고 가는 호사 아닌 호사(?)를 누리기도 합니다. 장춘에서 몇가지 복잡스러운 일들도 다 처리가 된듯하여, 무턱대고 장춘에 모셔놓고 혼자만 와버린 죄책감(?)이 사라진듯하여 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부디 계시는동안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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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그래, 무식이소산이다 ㅡ,.ㅡ; 담부턴 드레그해서 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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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wolhoo - 2006/01/20 11:56
    잉? 그런 뜻이 아닌데...-_-;;;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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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cheng - 2006/01/20 02:27
    호사를 누리고 있다니 다행이군.^^

    죄책감은 좀 가지고 있어야 할 듯 한데? 일정이 춘절이 끼는 바람에 순조롭게 되진 않았다.ㅎ 지금은 고향인지 인천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도착하면 얼굴 함 보도록 하자. 건강하게 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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