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6일 월요일

잠시 아프다.

피곤함이 쌓이고 쌓였나보다.


전날 용정에서 다시 연길로 돌아와 용이를 만나려 했지만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만나질 못했다. 기회를 틈타 전자상가에서 한글판 XP CD를 사서 영중 형 컴퓨터를 다시 세팅해 주었다. 속도가 아주 빨라지진 않았지만 전보다는 안정적으로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세팅을 하는 동안 영중 형과 형수, 나 셋이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주전부리를 좀 했다.


잘 못 먹은 것도 없었는데 추위에 떨지도 않았었는데, 저녁에 사우나 갔다 오는 사이 위장감기에 걸려버렸다. 피곤함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그랬나 보다. 설사에 몸살이 겹쳤다. 중국에는 이런 증상에 즉효인 약이 있어 병원에 가자는 것도 물리치고 약으로 치료할 생각을 하고 하루를 쉬며 보냈다. 하루종일 형수가 끓여주는 죽을 먹으며 약을 먹으며 몸을 추스렸더니 정상회복이 되었다.


계속 북경으로 가는 표가 구해지지 않아 영덕 형도 조바심이 나는 차에 몇 번 전화가 왔다. 만약 침대칸이 구해지지 않으면 일반 좌석표라도 끊어서 가자고 한다. 그런데 몸이 막 회복되는 터라 그다지 자신이 서질 않는다. 이젠 버스로도 못 가겠다. 눈도 내린 터지만 버스로 20여 시간을 타고 갈 자신이 없다. 결국 일단 하루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그 동안 몸을 더 추스린다. 두 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게다가 영중 형 유치원 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영중 형도 밖에서 한끼도 먹지 못하고 차 수리하는 곳에 가서 지켜보고 있었단다. 저녁에 겨우 들어와 나를 들여다 보는데 오히려 영중 형이 아플 것 같아 걱정이다. 워낙 조용조용한 성격이라 잘 티가 나지도 않는데. 그러고 보니 이렇게 쉬는 동안 용이를 만나기로 했던 약속도 그냥 무산되고 말았다. 앞으로 많은 기회가 있을 테니 미루기로 했다.


밖은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다. 하루는 아주 지루하게 지나가고 지루했던 시간만큼 휴식을 가졌던 탓인지 날이 저물수록 몸은 맑아져간다.


하루종일 켜 두었던 라디오는 신호가 제대로 잡혔다가 잡히지 않았다가를 반복하면서 그나마 적막한 방안에 소리를 가득 채워줬다. 간혹 중국어가 잘 들리지 않더라도 '소리' 자체만으로도 꽤 위안이 되는 경우가 있다. 중국어가 아닐지라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면서 그 사람을 생각했다. 혼자만의 생각일지라도.

댓글 4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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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onymous - 2006/02/09 02:27
    지금은 아주 멀쩡하다오. :) 영중 형한테는 직접 전화하는 게 어떠우? 이젠 북경이라서..흠;흠;; 그대도 건강 유념하고 정진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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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몸은 미리 미리 챙겨야지. 늘 건강하다고 큰소리만 치더니... 타지에서 고생했다. 다행히 죽 끓여주는 사람도 있었네. 그만하니 다행이다. 몸 관리 잘하면서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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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wolhoo - 2006/02/10 13:46
    뭐, 큰소리까지 쳤겠냐. 암튼 푹- 쉰 덕에 금방 회복이 되었으니 다행이지. 몸 관리 잘 하고 다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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