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2월 1일 수요일

연길 도착, 그리고...

그러니까 1월 31일 저녁 9시 30분 기차를 타고 연길로 향했다. 연길은 조선족 연변 자치주에서 중심이 되는 도시다. 게다가 연길에는 같이 동문수학했던 조선족 형님 두 분(김영중, 김영덕)이 계시고 2-3년 전에 장춘에서 생활할 때 알았던 동생(이 용)이 한 명 있다. 형님들은 거의 10여 년, 혹은 몇 년씩 만나지 못했기에 이번 기회에 꼭 뵈려고 마음을 먹었다.


저녁 9시 30분에 정확히 장춘을 떠난 기차는 투먼(图们)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투먼에 도착하기 한 시간 전 즈음 연길에 도착할 것이다. 듣기로는 새벽 6시 즈음에 도착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기차 안에서 중국 애에게 물어봤을 때는 새벽 4시, 5시 즈음에 도착한다고 해서 약간 긴장을 했었다. 그 시간에 도착하면 여러 사람 불편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중에 기차 승무원에게 재차 확인한 후 새벽 6시에 도착함을 확인한 후에야 근심을 덜긴 했다. 그러니까 장춘에서 연길까지는 총 8시간 반이 소요되는 셈이다.


장춘을 떠나기 전 저녁을 먹고 가자는 청을 다 뿌리친 이유는 기차 안에서 화장실을 가기 싫어서였다. 또 오랜만에 기차로 이동을 하는 지라 짐을 두고 화장실을 가는 것도 걱정이 되긴 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도 배는 고프지 않았고 오히려 속 편하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근 한 달간 장춘에 있었던 탓인지 장춘에 있던 동생들은 내가 연길로 가는 게 서운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다만 중국 친구들은 모두 설을 쇠러 고향에 가서 돌아오지 않은 터라 별 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어차피 중국에 와서 몇 군데를 돌아보기로 결심한 이상 더 이상 장춘에 지체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침대칸(중간 자리)에 누워 라디오를 듣는데 왠지 아쉬운 마음, 서운한 마음이 그들이 아닌 내 마음에 밀려드는 건 장춘이 내게 꽤 친숙한 도시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잠을 청하고 새벽 세시 즈음에 깨서 잠시 앉아있다가 새벽 6시까지 뒤척이며 잠에 들었다 깨었다 시간을 보냈다. 기차는 아주 정확히 새벽 6시에 연길에 도착했다. 잠에서 깨어있는 동안 많은 승무원들이 분주하게 일을 하는 걸 봤었다. 기차가 오랜 시간 달리면서 차창이며 바퀴가 꽁꽁 얼어붙어 그걸 깨내는 작업을 했던 것이다. 동북의 겨울은 난방이 되는 곳을 제외하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춥긴 한가보다. 특히나 새벽과 같은 시간엔 달리는 기차에도 성에가 끼고 얼음이 얼고 고드름이 열리니 말이다.


새콤한 새벽 냄새를 맡으며 출구를 나서니 수많은 택시 기사들이 손님을 기다렸다는 듯 호객행위를 한다. 이미 택시 가격은 물어봤기 때문에 별 의심없이 한 택시를 잡아탔다. 원래는 5원이면 되지만 설 연휴라 무조건 10원을 받는다고 했다. 연길은 연변 자치주에서는 큰 도시에 속하지만 그래도 장춘이나 북경, 상해에 비할 수 없이 작은 도시라 10원 택시 요금이라면 연길 시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한다. 택시 기사가 내가 말해준 곳을 가보지 못한 터라 단번에 찾진 못했지만 그 새벽 시간에 잠에서 깨어 나를 기다려준 영중 형님과의 통화 덕택에 금새 찾을 수 있었다.


영중 형님과 함께 아주 큰 찜질방에 가서 목욕도 하고 때도 밀고 발 맛사지도 받으며 피로를 깔끔히 풀었다. 그리고 이 용과 영덕형님과 재회를 하고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연길의 저녁을 함께 보냈다. 여전히 난 이곳에 오면 형님들이나 동생에게 손님이고 이방인이다. 택시비 한 번 내지 못하고 신세만 졌다. 나중에 꼭 복수(?)를 하리 다짐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접대를 받았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늦은 시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걸 보며 추위도 잠시 잊고 하늘만 한참 보고 있었다. 아- 좋다. 연길의 하늘은 맑고 맑아서 별들이 쪄들어(--;) 좋다. 정말 상쾌한 밤이다.


연길은 이번으로 세번째, 혹은 네번째(?) 오는 터지만 올 때마다 새롭다. 가난한 도시라서, 내가 가진 게 조금 더 있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냄새 때문에, 착하게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그보다 더 늘 나를 반겨주는 사람들 때문에 새롭고 또 새롭다. 그 만큼 하늘도 공기도 추위도 맑고 착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이곳 연길도 예전과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많은 사람들이 외지에서 들어온다. 언제나 사람들은 머물지 않고 이동한다. 특히나 (한국처럼) 자본주의가 팽배하면서도 늘 불안정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댓글 4개:

  1.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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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nonymous - 2006/02/02 08:36
    짐 다 챙겨서 왔지. 장춘에 가지 않는다.

    이젠 앞으로 일정 챙겨 움직여야지.

    바쁘고 힘들면서도 생활을 위해 고생하는 네가 멋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어쩌겠니. 즐겁게 하는 수 밖에.

    너도 건강 조심하고 마음 행복하길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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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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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Anonymous - 2006/02/02 18:12
    네. 건강하게 잘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진행하는 일이 있는 게 아니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좀 더 있다가 들어가겠지요.

    건강 유념하시고 늘 행복하시길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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