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8일 금요일

[mov] 홀리데이 | Holiday | 假日


“有錢無罪 無錢有罪” 이 말 외에 다른 말을 덧붙이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88년 10월 8일 12명의 죄수 탈옥. 그 속에 지강헌이 있었고 전국민에게 울분을 토해내듯 인질극을 벌였던 이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 후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18년 세월 속에서 과연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을까. 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맛봤던 것도 어쩌면 전씨의 올림픽 개최 열망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면 착각일까. 유래없이 단기간 내에 민주화를 이뤄낸 한국인들. 그 행복한 성취감은 자주 정치인들이 자신은 민주화 세대라고 떠벌리며 이용되는 영광스러운 과거의 모습이 되고 말았다.

노회찬 의원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여전히 대한민국 헌법은 만인에 불평등하다고 느끼고 있는 이가 73%에 다다른다고 한다. 법치국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해괴한 설문조사 결과라니… 법이 인민을 보호해주지 않고 권력자만을 보호해 준다니… 믿고 싶지 않을 뿐이다.

삼성이나 두산 그 외 많은 대기업들은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아 자산을 불리고 영토를 넓혀가고 대추리 서민들 역시 제대로 법의 보호를 받아(?)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처지에 있다.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다고 말한 이 과연 누구인가. 법은 평등한 적용기준이 아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작년 6월에야 보호감호법이 철폐되었다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여전히 돈으로 법을 사고 파는 일이 빈번한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직 끝나지 않는 비극이다. 작은 법리해석을 두고도 정의를 위해 몇 년씩 자비를 들여 투쟁을 한(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삼성비리를 털어내면 국내 경제가 휘청거릴까 내심 고민하고 있는 검찰도 있다. 한 개인의 권리와 삶은 별 것 아니지만 국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력가, 기업가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감동까지 전달해주는 모양이다.

영화 <홀리데이>는 최민수의 오버연기와 억지스러운 허구를 삽입함으로 인해 싸구려 영화가 되어버렸다. 정작 지강헌(영화 속 지강혁)이 부르짖었던 “有錢無罪 無錢有罪” 이야기 하나만 보고 달려가고 몰아가는 바람에 좀 더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회현상들을 놓치고 말았다.


다만, 이성재의 연기는 꽤 빛을 발한다. 너무나 화려한 몸 근육 때문에 시선을 종종 뺏기곤 했지만(몸 근육이 어울리는 영화 내용이었다면 좋았을 걸…) 살이 빠진 이성재의 얼굴 굴곡과 눈빛, 표정 등은 영화와 잘 어울린다. 그러고보면 이성재는 감독의 역량부족이나 영화선택의 실수로 간혹 빛을 잃곤 해서 그렇지 꽤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이성재를 제외한 나머지 조역 탈주범들은 연기를 너무 못한다. 특히 장세진과 파트너는 자꾸 영화와 겉도는 느낌이다. 브로커로 나온 배우도 오버센스다. 여현수는 영화 속에 깊이 뭍어나진 못하고 이얼의 연기 변신은 아주 충격적이었지만 감정이 너무 흘러넘친다. 이얼의 파트너로 나온 배우가 조역으로 적절한 선을 유지하지 않았나 싶다.

최민수는 왜 건달 똘마니를 데리고 다니는 것일까. 그냥 감독의 의도일까? 당시 경찰, 검찰은 깡패 두목이다..라는 식의? 최민수의 배역이 너무나도 허구적이기 때문에 영화의 몰입을 자꾸 방해한다. 최민수는 <나에게 오라>, <테러리스트>, <남자 이야기> 정도에서 적절한 배역과 연기를 보여주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너무 폼만 잡는 것 같다. 영화에도 많이 개입을 한다는 소식을 접해서인지 이번 영화에도 자신의 장광연설을 늘어놓고 감독을 홀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본이 좀 더 좋았다면 어땠을까… 배우들의 부족한 부분이나 오버연기도 잘 덮어주지 않았을까? <실미도>, <공공의 적2> 시나리오 작가 김희재가 각본을 맡았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난 이 두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가 마치 보호감호법 철폐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처럼 마지막 자막을 올리는 것이 의아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자막에 비해 영화는 이야기를 제대로 못한 격이 되지 않았나 싶다. CGV와 마찰로 “有錢無罪 無錢有罪”가 현실화되고 이슈화되긴 했지만…


적어도 영화 <홀리데이>는 당시 현실보다도 드라마적이지 못하다. 특히 당시 인질로 잡혀있었던 고모양이 마지막 생존자였던(현재도 수감중이던) 강모씨를 위해 제출한 탄원서 내용이라던가 이를 근거해 추측해 볼 수 있는 범인과 인질들 사이에 존재했을 스톡홀름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 등은 오히려 더 극적이다. 이는 오히려 유오성이 주연했던 같은 내용의 TV단막극이 더 낫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정태춘, 박은옥의 <아! 대한민국> 앨범을 좋아했을 때, 정식 음반으로 나오지도 않았던 걸 공연현장에서 팔던 테잎을 사서 듣고 또 들어 테잎이 완전 맛이 갔을 때 읽었던 글 한토막이 생각이 난다.

“모든 가슴을 울리는 것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현실을 이야기 하는 것들이다.”

댓글 6개:

  1. 친구의 이야기도 최민수씨의 연기를 하더라구요. 너무 심하다고 하는......

    사실적이지 않다고 하던 이야기도 역시.

    몇 시간 전에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바로 글로 보게 되니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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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oadrich - 2006/04/28 23:15
    그러게요. 너무 심했어요. 독특한 캐릭터 설정은 인정하지만 영화와 완전히 분리되어있는 건 문제겠죠.



    역시 웹은 신기한 일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 곳인가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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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조연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최민수의 똥폼(?)은 영화를 보는내내 짜증스럽게 만들었던것 같아요. 현대 큰형님도 학교(?)에 들어가셨다고 하는데 얼마나 갈수 있을지, 또 독도 문제와 더불어 표몰이를 위한 사전작업인가? 힘없는 서민으로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한편으론, 사회약자들을 알게 모르게 속이고 또 탄압 하면서도 그들이 인지 할수조차 없게 만드는 고단수 꼼수에 놀아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근데 영화속 지강헌과 이성재의 인상도 좀 비슷하네요..영화속 인질 아가씨 아름다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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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cheng - 2006/04/29 15:38
    음...아가씨만 보이는 게 로구나...흐.



    큰 형님이든 똘마니든 죄를 지으면 죄 값을 치루고 잘못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하고 살아야 되지 않겠냐.



    要不然韩国的政治和中国的、台湾的会差不太多了,不是吗?-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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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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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Anonymous - 2006/05/01 07:02
    네...그래야지요. 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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