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12일 금요일

"꼭지점 댄스"에 대한 단상

조금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어느 날인가 인터넷에서 “꼭지점 댄스의 다른 버전”들이 공개되었다. 물론 한 포털 사이트가 주관하는 대학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일이긴 하지만 그걸 떠나 젊은 친구들의 신나는 한마당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꼭지점 댄스가 부끄러운 현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혹자는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춤이라 왈가왈부하지만 난 그런 것엔 별 관심이 없고 왜 이렇게 꼭지점 댄스에 열광하는지가 궁금했다.

한국에는 노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 음악,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을 즐기거나 미술, 사진, 조형 예술품을 관람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고 문화적 소양을 쌓긴 하지만 서울을 제외하곤 간단한 기회조차도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문화를 향유하는 건 그 나라의 경제적 풍요와 맥을 함께 한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문화’를 얘기할 수 있겠나. 한국 경제가 불경기다 어쩌다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은 상당한 높아진 한국의 물질 생활 덕에 나름의 여가 활동을 계획하고 즐긴다. 여전히 서울 쪽에 집중되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등장한 ‘꼭지점 댄스’는 일방적으로 관람만 하던 문화를 직접 몸을 움직이며 동참할 수 있게 하는 문화로 전환하는 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즉, 행동하는 놀이 문화라는 특성 때문에 수면 위로 급부상하지 않았나 싶다. 몸을 움직여 노는 문화는 굳이 특별한 장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서울이라는 지역이 아니어도 무방하다.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웃고 떠들고 즐기면 그만인 것이다.

어릴 적 주먹야구나 비석치기, 오재미, 동그랑 땡과 같이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몸을 부딪히고 놀 수 있는 문화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그저 어느 공간에 앉아 정신과 마음만을 즐겁게 해주는 문화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인지 몸 놀이, 몸 언어가 많이 부족해진 건 사실이다. 그만큼 내 몸 하나 움직이며 동참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사라진 것에 다름 아니다.

꼭지점 댄스의 탄생 배경이 조금 어뚱하긴 하지만 ‘라틴 댄스’나 ‘발리 댄스’, ‘스포츠 댄스’와 같이 일정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고 전문적인 교육을 필요로 하던 춤과는 달리 몇 명만 모이면 쉽게 따라하거나 위 링크된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각자가 여러 형태로 변환시켜 함께 놀 수 있다는 점이 꼭지점 댄스를 유행시키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나 싶다.

동영상을 보며 한 편으론 씁쓸한 마음도 있었는데 그건 월드컵에 맞춰진 이벤트라는 점과 흥겹게 놀 수 있는 몸 문화가 얼마나 없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회들을 통해 대기업 자본이 투입되어 형식적으로 만들어지는 이벤트 말고도 각자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신명나게 놀 수 있는 문화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 또한 가져본다. 몸으로 부딪히며 나누는 대화와 문화의 교류는 정신이나 마음까지도 함께 동반 교류할 수 있는 좋은 소통의 방식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댓글 4개:

  1. Jumpkarma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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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미디어몹 - 2006/05/16 08:57
    그런가요?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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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나도 '얼마나 놀 문화가 없으면 그럴까'에 동감. 몸으로 즐기는 문화 말고도 말이지. 근데, 난 꼭짓점 댄스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유는 3가지. (많기도 하다)



    1. 원래 춤을 안좋아한다. -_-

    2. 퍼포먼스도 아닌 게, 자율적인 춤도 아닌, 뭔가 좀 애매한 군무다. (솔직히 어디서 즐거워 해야 하는지 아직도 포인트를 잘 모르겠어)

    3. 'TV에 나온 연예인'의 코믹 에피소드가 인터넷에 전파되며 퍼졌다. (인터넷이 '대안'이 아니라 '기존 미디어'의 '확산'의 또 다른 매체로 쓰이고 있다는 게 못마땅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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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써머즈 - 2006/05/16 18:57
    니 말에 동감.



    나도 꼭지점 댄스를 좋아하진 않아. 난 그렇게 집단으로 행동하는 것에 거부반응이 있는 편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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