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0일 토요일

친구의 결혼

친구가 결혼한다며 꼭 참석해 주기를 원했음에도 금전적인 부분 때문에 쉽게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못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한 번 들어갔다 오면 몇 달치 생활비가 그냥 날아가기 때문이다. 친구에겐 평생 한 번 밖에 없는 결혼이지만 미안함을 뒤로 하고 못 가겠다고 단호히 말했었다.

그런데 이틀 전, 동화학원에서 급히 나를 찾길래 무슨 일인가 해서 가봤더니 학교 몇 몇 교수님들이 한국에 가서 SICAF참석도 하고 대학 방문을 하기로 되어있는데 같이 가서 도움을 줄 수 없겠느냐고 한다. 사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딱히 통역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고 특별히 내가 함께 갈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 그래서 갈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하자 대표가 작년에 한국에 가서 방문했던 대학을 이번에도 똑같이 방문하는데 작년에 내가 학교 방문단을 도와주지 않았느냐며 게다가 내가 같이 가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동행하길 권유한다.

마침 학교 선생들하고 몇 가지 얘기할 것도 있었고 한국쪽 소식 하나를 기다리는 것도 있었기에, 그리고! 친구 결혼식도 참석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여러 생각에 가는 걸로 결정을 했다.

나는 미리 들어가기로 하고 서둘러 비행기표를 알아보는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늦어 19일 비행기표는 구할 수 없어 20일 비행기표를 구할 수 밖에 없었다. 친구 결혼식은 참석할 수 없겠지만 뒷풀이에는 갈 수 있을 듯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리무진으로 고향까지 직행. 친구들과 해후했다.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오는 길이기에 중국에서 한국 고향까지 꼬박 10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10시간이면 중국에서 장춘-북경 거리보다도 가까운 거리다. 한국-중국은 정말 가까운 나라임엔 틀림없다.)

도착하자 마자 만난 친구는 행복해 보인다. 결혼하기 전 이런저런 마음고생이 꽤 많았는데 이 결혼으로 인해 모두 해결이 된 듯 보인다. 친구와 신부는 내가 보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이런 두 사람만의 어울림과 조합이 두 사람을 이 자리까지 오게 했고 고통과 어려움도 굳건히 이겨내게 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비록 친구 결혼식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직접 만나 축하를 건넬 수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친구는 중국에서 날아와 준 내게 고마워하지만 난 기회가 생겨서 묻어 왔을 뿐인지라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부디 앞으로 백년해로하길. 순탄하고 행복한 가정생활 꾸며가길.




울릉도로 신혼여행을 간다는데 가면 독도도 함께 들렸다 오길 바란다. 생각해 보니 신혼여행 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람으로서 울릉도나 독도를 다녀오는 건 참 드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발상의 전환을 한 친구에게 박수를!!! :) 순전히 안 가봤기 때문에 신혼여행지로 선택한 거라는데. 오호라.

댓글 2개:

  1. 아직 한국에 있구나. 난 것두 모르고 ㅋㅋ

    경진이 결혼식 가면 내 몫까지 축복해주라.

    이래저래 심란할 터인데, 걱정이네.



    더워도 한국에 있으니까 좋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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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wolhoo - 2006/06/05 02:02
    응... 원래 7일쯤 가려고 했는데 경진이 결혼식은 보고 가야하지 않나 싶어 11일로 날짜 변경했다. 니 몫까지 축복해주마. 통화했었는데 담담한 것 같다. 물론 속은 이만저만 복잡한 게 아니겠지만.



    난 솔직히 어디에 있으니 좋다, 싫다 그런 느낌이 없다. 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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