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5일 화요일

종교의 기본을 생각하다.

예전에 느낌표!에서 얼굴을 비췄던 장 모 목사를 TV에서 자주 마주치게 된다. 기독교 채널을 고정시청하는 건 아닌데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면 거의 매일 TV에 출연해 설교를 하는 것 같다. 언제가는 설교하는 말폼새가 재밌어서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걸죽한 입담을 자랑하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었다. 가끔 예로 드는 내용들이 내가 듣기엔 불편할 정도로 수위를 오락가락했지만 어르신들이 듣기엔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다 싶었고 인신공격성 발언 비슷한 내용들 역시 듣기에 따라서는 귀여운 애교쯤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장 목사의 설교를 오랫동안 듣는 건 너무 힘들었다. 어쨌든 그는 재담가임엔 틀림없어 보였다.

오늘, 아침에 TV에서 다시 그를 마주쳤다. 공교롭게도 "거부(巨富)" 야곱에 대한 이야기와 2mb의 근면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요즘 화제가 되고 있었던 고.소.영, 강.부.자. 내각들이 떠올랐고 새벽형 인간이라고 나팔을 불어대며 몇몇 언론들이 소개하던 2mb의 일상이 떠올랐다. 거부에 대해 설명할 때 단팥죽 장사에 대한 약간 비아냥 섞인 말투와 웃음이 있은 후 자신의 잘못을 느꼈던지 그 분들을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며 해명했지만 "거부(巨富)"에 대한 "거부(拒否)"감을 희석시키려 애를 쓰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2mb의 새벽형 인간형, 부지런함을 '극찬'한 후 그걸 힘들어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차리라며 호통치고 그 분을 위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을 모아 협조하면 좋겠다고 호소하며 야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아멘"이 족히 3-4번은 등장했다. 내가 민감한 건가? 장 목사가 혹세무민을 하는 것인가?

어느 한 편에만 서서 오랫동안 사고하고 행동하다보면 건너편의 입장은 잘 들리지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반성하고 회개하며 수양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한 인간을 찬양하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어느 집단, 어느 개인의 행위를 찬양하더라도 그와 대척점에 서있는 이들도 함께 둘러보고 살펴야 하는 게 종교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애초 종교가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 절대자를 "달래기" 위한 원시형태로부터 시작했다면 최소한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함과 그로 인한 불안감을 위로하고 달래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종교인의 도리일 것이다. 게다가 하나님, 부처님 그 누구도 자신이 말하고 행한 바를 종교로서 가둬놓은 바 없기도 하지만 제자들로 인해 그 분들의 말씀과 행동을 종지로 하는 종교가 만들어졌다면 그 말씀을 전하는 자들이 하나님 행세를 하고 부처님 행세를 하는 건 안될 말이다. 그저 그 분들의 말씀과 행동을 자신이 따라 행하고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면 될 뿐이다. 종교에 귀의하는 이들 역시 "종교적 사실"과 "사실적 종교"의 차이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 분명 오늘 내가 받은 느낌은 아주 일부분일 수도 있고 종교인의 도리를 못하는 이들 역시 아주 극소수일 수도 있을 것이다.(그렇게 믿고 싶다.)

대부분의 종교는 기본적으로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난한 자, 병든 자, 핍박받는 자들을 위해 시작되었고 각 종교의 교조들은 그들을 위해 삶을 버리셨다. 그 기본을 저버리는 순간 종교는 없다.


[record my mind] - 한 목사의 막말 그리고 종교의 참과 거짓.
[record my mind] - 종교적 신앙과 진리적 신앙
[sense datum] - 그(GOD)는 당신과 돈 중에 어느 쪽을 더 사랑하나.
[record my mind] - 음식과 종교인

댓글 3개:

  1. 별로 인기 없는 주제를 매우 공감이 가도록 올려 주셨습니다. 같은 주제의 제 글을 트랙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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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rackback from: 영적인 독립과 종교로부터의 자유
    어제 후배가 찾아와서 한 잔을 했다. 이 녀석이 뜬금없이 삶의 목표를 물었다. 마침 어제 글재료로 정리중인 게 있어 답으로 대신했다. 나는 영적으로 독립하는 것을 최대 과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영적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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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리내 - 2008/03/25 15:10
    공감하셨다니 고맙네요. 저도 트랙백 걸러 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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