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완성, 후기
글: 김승인 (스튜디오 다다쇼 프로듀서)
상황1 "우리... 족발 안 시켰는데요?"
극 중 안경 쓰고 머리 둥그런 재호가 돼지사장에게 던지는 대사다. 우린 족발도 시키지 않았지만 족발의 유혹이 있을 법한 야근도 하지 않았다. 총 인원 7명, 170여 컷, 원화 4,000여장, 동화 10,000여장, 11개월-2,000여 시간, 세계 노동자들의 평균 근로시간을 준수했고 잔업과 야근은 없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은 모두 쉬고 여름 휴가도 다녀왔고 추석과 2008년 설도 잘 쇠었다. 우리는 그저 아침 10시에 나와 저녁 7시 까지 각자 맡은 바 일을 꾸준히 해왔을 뿐이다.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과 선녹음 등의 새로운 제작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하며 시작한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 제작이 2007년 4월부터 봄과 여름, 가을을 보내고 겨울의 한 복판에서 다시 봄을 기다리며 완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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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2 "애들아, 우리... 통닭 시켜 먹을까?"
약 1년 전, 연상호 감독은 현재 다다쇼(Studio DADAShow) 스태프들에게 <사랑은 단백질>을 내밀며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은 함께 모여 후라이드 & 양념 통닭을 시킬 때와 같은 설레는 마음을 놓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작품을 완성시켜왔다.
스태프를 끔찍이도 아끼는 연상호 감독은 "네 덕, 내 탓"의 가치를 공고히 했다. 자신은 작업의 끝자락까지 몰아 학대하면서도 스태프들의 개인적인 사정과 상황은 모두 다 수용하는 이상한(?) 사람 연상호 감독은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서 주말과 공휴일은 쉬면서도 철저하게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말도 안 되는) 제작환경을 마련했다.
그러나 야근은 단 하루도 허용되지 않았던 다다쇼의 작업환경 속에서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놀랍게도 일정보다 훨씬 앞서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는 연 감독을 비롯해 그와 의기투합한 스태프 각자의 자기역할 수행능력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상황3 "웃기라고 한 말 아냠마..."
애니메이션은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때 생명력이 강해진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감독과 스태프 간의 소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애니메이션을 향해 말문을 틀 수 있고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면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도 관객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상황4 "호홍~ 그거 닭 뼈 빻다가 물집 잡힌 거 아냐?"
동화작업 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되도록 원화를 많이 그리는 것이었다. 원화를 그려내는 손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작업량을 마치려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되도록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아야 했다. 물론 각 스태프들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엉덩이에 물집 잡히도록 앉아있었을지라도 제 시간에 마치진 못했을 것이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을 함께 보며 분석하고 연구했다. 대가(大家)라 불리는 감독은 왜 대가인지 다시 이해하게 되었고 도저히 우리 능력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듯한 연출, 레이아웃, 원동화, 칼라, 효과 등을 재발견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새롭게 만들어 냈거나 처음 시도했던 제작방식이 1년의 세월을 지내오며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또 절대로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성취를 이룬 대단한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많은 기술적, 감각적 표현들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사랑은 단백질> 속 몇 몇 장면들은 연구와 분석,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때로는 몇 번의 손가락 놀림으로 해결될 일을 좀 더 어렵고 힘든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은 단백질>과 함께 한 1년의 시간은 모든 스태프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5 "아저씨, 이제 닭돌이 그만 보내셔야죠."
머리띠를 하고 있는 꽃미남 홍찬이 닭사장에게 건네는 대사다. 이제 다다쇼 스태프들은 <사랑은 단백질>을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다듬고 싶더라도 세상에 선을 보여야 한다. 부족한 부분들은 관객들에게 받게 될 냉정한 평가들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사랑은 단백질>과 첫 대면을 하게 될 관객들부터 앞으로 이 작품을 기억하게 될 관객들 모두 많은 비평을 해주시길 원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회생은 시나리오와 연출에 대한 능력배양,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 풍부한 자본의 투자 등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낡은 관습을 벗고 작품 본질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또한 작품들마다 무수히 많은 평가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긍정과 부정을 아우르는 냉정하고 날 선 비평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 작품과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상황6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거예요."
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의 역사 속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의미는 그저 한 점을 찍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그 점은 또 다른 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해 긴 선으로 확장되며 가시화될 것이다. 170여 개의 컷에 담긴 건 비단 <사랑은 단백질>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고민과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까지 촘촘하게 담겨있다. 곧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게 될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반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지금 이 순간,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다다쇼 스태프들은 더 크고 깊은 호흡을 위해, 다시 또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은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그 동안 7회에 걸친 "연상호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의 프로덕션 제작 스토리"를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스태프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은 단백질>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독자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일 수 있도록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준 CGLAND 그리고 종종 늦는 원고 때문에 퇴근도 못하고 기다리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시내 기자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후반작업이 한창인 <사랑은 단백질>이 곧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연재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약 1년 전, 연상호 감독은 현재 다다쇼(Studio DADAShow) 스태프들에게 <사랑은 단백질>을 내밀며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은 함께 모여 후라이드 & 양념 통닭을 시킬 때와 같은 설레는 마음을 놓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작품을 완성시켜왔다.
연상호 감독: 오래 전부터 최규석의 원작만화 <사랑은 단백질>을 애니메이션화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죠. 게다가 어떤 식으로 만들겠다는 방향성과 목표도 분명히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완성되는 시점에 이르고 보니 처음에 의도했던 바대로 만들어졌는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네요.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생기구요. 연출의도가 흐려지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스태프들이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해주었기 때문에 적어도 관객들과 만나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작품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품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인데 만약 <사랑은 단백질>을 재미있어 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우리 스태프들이 노력해 준 성과가 나타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만약 작품이 재미없다고 느끼는 관객이 있다면 그건 모두 감독의 연출력이 무르익지 못한 책임 때문입니다.
스태프를 끔찍이도 아끼는 연상호 감독은 "네 덕, 내 탓"의 가치를 공고히 했다. 자신은 작업의 끝자락까지 몰아 학대하면서도 스태프들의 개인적인 사정과 상황은 모두 다 수용하는 이상한(?) 사람 연상호 감독은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서 주말과 공휴일은 쉬면서도 철저하게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말도 안 되는) 제작환경을 마련했다.
그러나 야근은 단 하루도 허용되지 않았던 다다쇼의 작업환경 속에서 제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놀랍게도 일정보다 훨씬 앞서 작품이 완성되었다. 이는 연 감독을 비롯해 그와 의기투합한 스태프 각자의 자기역할 수행능력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연찬흠 기술감독: "더미 애니메이션(Dummy Animation)"이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던 작업초기에는 결과물이 어떨지 예측이 되지 않아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보니 대체적인 작업라인이 보이게 되더군요.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안도를 했습니다.
제가 <사랑은 단백질>에서 담당한 부분은 작품에 필요한 모든 3D작업이었는데요. <사랑은 단백질>의 완성 결과물은 비록 2D 애니메이션이기는 하나 3D 더미를 기본 골격으로 해서 작화를 하는 방식이었기에 혼자서 작업하기엔 3D 작업량이 생각보다 많았죠. 게다가 더미 애니메이션이 빨리 완성이 되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작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업 속도 또한 빨라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3D 작업을 할 때 작품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나눠보았죠. 예를 들면 모델링에서는 가능한 한 로우 폴리곤으로 표현하면서도 3D 모델을 바탕으로 작화를 할 때 캐릭터의 특징이 잘 살아나도록 하는 것처럼요. 불필요한 디테일을 최대한 제거하고 작업을 한 것이죠.
배경 작업이나 키 애니메이션을 진행할 때 각 씬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의 안배가 관건이었는데 중요한 씬 작업을 할 때는 당연히 작업시간을 많이 가졌지만 비교적 덜 중요한 부분은 작업과정을 과감히 생략해가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씨름했습니다. 그 결과 3D 더미 애니메이션 작업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일찍 마무리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미 애니메이션이 첫 실험이었던 탓에 완성화면을 보았을 때는 몇몇 장면이 아쉽게 느껴지더군요. 왠지 모르게 3D 애니메이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네요. 다음 작업을 할 때는 2D 애니메이션 느낌을 좀 더 살려낼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키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작업이 아주 디테일하거나 사실적인, 고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작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감각적인 작업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서 쉬운 작업이 아니었던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좋은 경험이었고 다음 작품의 완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상황3 "웃기라고 한 말 아냠마..."
애니메이션은 관객과의 소통이 이루어질 때 생명력이 강해진다.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감독과 스태프 간의 소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애니메이션을 향해 말문을 틀 수 있고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만약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면 작품이 완성되고 나서도 관객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정현욱 미술감독: 에니메이션에 간접적으로 참여해서 소소한 부분을 맡아 작업 했던 경우는 몇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두 손 두 발 다 담그고 작업에 참여한 경우는 없었어요. 틈틈이 제대로 작업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연상호 감독이 <사랑은 단백질>을 준비하며 함께 작업을 해보자는 제의를 해왔습니다.
제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해오지 않았던 터라 미술감독 제의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최규석 작가와도 친분이 있었고 <사랑은 단백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실제 인물과 공간 역시 나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 작업에 이모저모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튼 작업이 시작되고 난 후 연 감독과 작업에 대해 본격적인 상의를 하기 시작했음에도 애니메이션 경험이 부족했던 저는 작업 기간 동안 배경미술을 어느 정도 퀄리티로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헤매야 했고 때론 적절한 선에서 완성도의 기준을 설정해야 했습니다.
정해진 일정과 정해진 작업량 그리고 여러 다른 의견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완성에 대한 기준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작업에 착수하고 수 개월이 지난 지금 일을 마무리 하며 돌이켜 보면 걱정하고 고민했던 것 이상으로 작품이 잘 나와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을 하다 보면 개인 작업이건 팀 작업이건 간에 아쉬움이 남길 마련인데요. 그런 아쉬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본질적인 실력향상인 것 같아요.
<사랑은 단백질>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완성도에 대한 기준 역시 감독의 머리 속에 확실히 자리잡고 있었지만 이를 실재화하는 과정에서는 제작 로드맵에 없는 여러 부분, 지형지물 등이 생기기 마련이라서 서로 간 의견조율을 통해 새롭게 추가하고 생략해가며 전체적 일관성, 어울림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했어요. '작품활동'과 '노동(작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음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호 Egrim 2D 매니저: 처음 <사랑은 단백질>의 제작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는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삽화체 애니메이션이 그다지 많지 않은 한국 애니메이션 현실에서 <사랑은 단백질>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있었으나 실제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초반 캐릭터가 작업자들의 눈과 손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 그 이후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작품 캐릭터에 그림자가 많아서 고생이 되긴 했습니다만 색다른 경험이었고 캐릭터 특징이 잘 살아있어 작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또 디지털 공정에서는 보통 캐릭터의 외곽라인의 칼라만 바꾸는 작업이 대부분인데 <사랑은 단백질>의 경우 외곽라인에 블랙이 아닌 다른 칼라로 블러효과를 적용해 형태를 완성하는 독특한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반 OEM방식을 주로 하게 되면 작업방식이 정형화되기 마련인데 <사랑은 단백질>을 접하면서 정형화된 작업방식을 탈피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수시로 감독님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로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상황4 "호홍~ 그거 닭 뼈 빻다가 물집 잡힌 거 아냐?"
동화작업 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되도록 원화를 많이 그리는 것이었다. 원화를 그려내는 손에 물집이 잡히진 않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작업량을 마치려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되도록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아야 했다. 물론 각 스태프들이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면 엉덩이에 물집 잡히도록 앉아있었을지라도 제 시간에 마치진 못했을 것이다.
장진열 원화: <사랑은 단백질>은 제게 애니메이션이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보여 준 작품이었습니다. <사랑은 단백질>의 작업방식은 기존의 애니메이션 제작방식과 현재의 기술이 어우러져 가장 합리적이고 빠르며 효과적인 진행과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작환경 역시 놀랍도록 잘 짜여지고 구축되어 정말이지 애니메이터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작업에 참여해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창수 작화감독: <사랑은 단백질>을 끝내면서 작업했던 7개월여를 돌이켜보니 참 즐겁게 작업을 했었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중간에 지칠 때도 간혹 있었지만 그럴 때에도 다다쇼 팀의 유쾌한 에너지로 다시 힘을 얻고는 했던 게 생각납니다. 처음 작업 시작할 때의 열정을 작업하는 내내 유지할 수 있게 서로 힘이 되어준 연상호 감독님과 스태프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작품을 관객들 앞에 공개하는 일만 남았는데 보다 많은 관객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의미 있는 방점을 찍게 되는 건 다음 작품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기대가 더 많아지지 않나 생각합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여러 애니메이션 작품을 함께 보며 분석하고 연구했다. 대가(大家)라 불리는 감독은 왜 대가인지 다시 이해하게 되었고 도저히 우리 능력으로는 쫓아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듯한 연출, 레이아웃, 원동화, 칼라, 효과 등을 재발견하면서 스스로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이 새롭게 만들어 냈거나 처음 시도했던 제작방식이 1년의 세월을 지내오며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또 절대로 넘지 못할 것만 같은 성취를 이룬 대단한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많은 기술적, 감각적 표현들 역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 <사랑은 단백질> 속 몇 몇 장면들은 연구와 분석,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다. 때로는 몇 번의 손가락 놀림으로 해결될 일을 좀 더 어렵고 힘든 방법으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은 단백질>과 함께 한 1년의 시간은 모든 스태프들에게 성장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5 "아저씨, 이제 닭돌이 그만 보내셔야죠."
머리띠를 하고 있는 꽃미남 홍찬이 닭사장에게 건네는 대사다. 이제 다다쇼 스태프들은 <사랑은 단백질>을 세상으로 내보내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 조금 더 다듬고 싶더라도 세상에 선을 보여야 한다. 부족한 부분들은 관객들에게 받게 될 냉정한 평가들로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사랑은 단백질>과 첫 대면을 하게 될 관객들부터 앞으로 이 작품을 기억하게 될 관객들 모두 많은 비평을 해주시길 원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과 부흥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회생은 시나리오와 연출에 대한 능력배양,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 풍부한 자본의 투자 등만으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낡은 관습을 벗고 작품 본질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또한 작품들마다 무수히 많은 평가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긍정과 부정을 아우르는 냉정하고 날 선 비평이야 말로 <사랑은 단백질> 작품과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상황6 "....언제나 우리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거예요."
알타미라 동굴벽화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의 역사 속에서 <사랑은 단백질>의 의미는 그저 한 점을 찍는 정도 밖에는 되지 않겠지만 그 점은 또 다른 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그 점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해 긴 선으로 확장되며 가시화될 것이다. 170여 개의 컷에 담긴 건 비단 <사랑은 단백질>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고민과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삶까지 촘촘하게 담겨있다. 곧 세상을 향해 손을 내밀게 될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이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작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반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지금 이 순간,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다다쇼 스태프들은 더 크고 깊은 호흡을 위해, 다시 또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의 열정은 좀처럼 지칠 줄을 모른다.
그 동안 7회에 걸친 "연상호 감독 신작 애니메이션 <사랑은 단백질>의 프로덕션 제작 스토리"를 지켜봐 주신 독자들께 스태프들을 대신해 고마움을 전하며 <사랑은 단백질>이 완성되기 전에 먼저 독자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일 수 있도록 소중한 지면을 할애해 준 CGLAND 그리고 종종 늦는 원고 때문에 퇴근도 못하고 기다리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최시내 기자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후반작업이 한창인 <사랑은 단백질>이 곧 여러분들과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연재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원문출처: 월간 CGLAND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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