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이 모여 한반도 대운하의 허구성에 신랄한 성토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연장선으로 전국 교수모임이 출범을 하게 된 것이다. 여전히 2mb측에서는 한반도 대운하의 실효성을 높게 평가하고 사업을 실행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총선에 임해 선거 공약에서도 슬그머니 빼놓긴 했지만 2mb를 포함해 TFT팀 모두 확고한 의지가 있는 건 부인할 수 없겠다.
문득 2400여 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총선을 앞두고 불순한 의도로 모임을 출범시킨 게 아니냐는 억측과 음해를 받으면서도 왜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대를 하고 나섰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너무나 상식적이고 타당해서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인데 그 바쁜 교수생활 속에서도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환경, 경제, 문화, 삶 등을 존속시키기 위한 당연한 목소리인데 왜 마음은 공허하기만 할까. 이유는 상식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당한 이유가 묵살되기 때문이다. 2mb과 그의 일당들이 내놓은 정책들은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논쟁을 가져오고 그로 인해 국민들의 생각은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가며 소모되고 있다. 각자가 전력투구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국가 전체에 가져올 비관적 결과를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말 바꾸기로 대운하 사업의 타당성을 유지하고 있는 담당자들은 기본적인 사고체계도 갖지 못하고 있지 않나 의문이 생긴다.
간단한 예로 과거 대학시절 학년대표를 맡은 적이 있었다. 당시 난 과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었고 다른 동기들은 모두 나보다 나이가 많은 형, 누나들이었다. 대표를 맡고 처음 회의를 주관할 때 여러 의견들에 부딪히게 되었고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여러 이유들을 스스로 찾으려 노력했던 게 생각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어떤 안건을 발의하거나 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그에 대한 내용을 아주 면밀히 검토하고 수 많은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만들어 두기로 한 것이다. 선배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선생님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 이후에 모든 회의 석상에서 어떠한 안건도 동기들에게 심한 반발을 샀던 경우는 없었다. 물론 개인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고 소소한 의견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게 전체 의견을 관철시키는 데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1년 동안 꽤 순조로운 학년 사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집단에서 진행하는 회의나 사업도 그럴진대 국가차원에서 진행하는, 그것도 한반도의 국운 운운하며 진행하려고 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2mb와 그 일당들의 일 처리 진행 방식이나 반대의견에 대한 대처방식은 그야말로 유치한 수준이다. 게다가 처음에 내놓은 계획도 여러차례 수정을 거듭하며 난항을 겪고 있으면서도 "물류", "관광", "수질개선" 등의 몇 가지 단어만 계속 남발하며 사업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건 우습기 전에 슬프기까지 하다.
찬성하는 사람들에게도 더 적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실제적 비전을 설명해야 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내놓은 의견에 대한 설명, 근거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생각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찾아서 답변을 준비하고 설득을 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건 사업에 대한 비전은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으며 사업자체 역시 아무런 논리와 사실 근거없이 의지와 뚝심으로 밖에 진행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이건 2mb의 탓이거나 그를 수행보좌하고 정책을 실질적으로 집행하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탓이다.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논쟁과 토론은 무의미한 소모전에 지나지 않는다.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입안하기 전에 모든 준비가 끝나있어야 한다. 그건 어떤 직업군, 어떤 직책, 어떤 상황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야 최고다!라는 상찬은 고사하고 밥값 좀 하는구나..하는 평가라도 받을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해 수 많은 국민들이 정력을 소모해야 하고 그로 인해 지쳐가는 지금의 현실은 진정 참담할 뿐이다.
2008년 3월 26일 수요일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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