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30일 목요일

정신과 치료가 미친 짓? 자살을 방치하는 사회.

'무간도' 중에서. (출처)

영화 '무간도'를 보면 양조위가 진혜림에게 정신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이중생활을 하는 경찰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조울증, 우울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 제공되는 일종의 강제적 서비스다. 물론 '무간도' 외에도 'CSI'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등 많은 영화에서 경찰, 또는 일반인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장면들을 종종 보게 된다. 반면에 한국의 TV나 영화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건 '정신병원'에 들어가는(혹은 감금되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거나 소위 '레드 썬!'으로 잘 알려진 최면치료가 자주 등장한다.

한국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고 부끄러운 일로 간주되는 측면이 강하다. 상대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고 말하는 건 '너 미쳤다'는 소리와 같다. 언덕 위의 하얀 집으로 대표되는 '정신병원'은 더 이상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만이 가는 곳으로 인식되곤 한다. 현실이 이럴진대 친구에게 '너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면 어떨까'라고 말을 꺼내면 한 대 얻어맞을 테고, 가족들에게 '나 정신과 치료를 좀 받아볼게'라고 말하면 '너 미쳤냐'는 소리를 듣게 되지 않을까.

최근의 우승연의 자살을 비롯해 최진실, 안재환, 유니, 정다빈, 이은주 등의 많은 연예인들의 자살과 학생들의 성적비관 자살,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젊은이들의 처지비관 자살, 적지 않은 가정의 생활고로 인한 동반자살, 군대 내 자살 들의 이면에 늘 등장하는 건 '우울증'이란 병명이다. 최근엔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사회가 들썩인다. 특히 29일 현직 경찰관이 미용실 주인(여)을 살해하고 자신 역시 권총자살을 한 사건을 두고 '그 경찰관은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며 자살의 이유를 쉽게 내뱉는다.

자살을 선택한 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기 전 제대로 된 정신치료를 받기나 했을까. 주변에서 '우울증'의 낌새를 눈치챘다면 어떻게 '처신'해야할지 알고는 있었을까. 대한민국 국가사회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만연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치료'와 '상담'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했을까. 현직 경찰관이 그렇게 밖에 삶을 정리할 수 없었던 게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었다면 동료들은 그에게 최소한 '정신과 치료'를 권하기라도 했었을까.

물론 자살만을 막기 위해 치료 운운하는 건 아니다. 대규모 사업장이던 중소규모의 사업장이던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이라면 '정신과 치료'를 위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사후(事後 또는 死後)에 판단하고 단정짓는 일은 쉬운 편이다. 예방이 쉽지 않은 일일지라도 일(들)이 벌어지기 전에 알아채고 예방하는 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적어도 '상담'의 기회는 최소한으로 보장되고 '치료'의 기회 역시 적극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 누구도 스스로가 또는 가까운 주변인이 '정신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삶 속에서 한 개인이 모든 걸 감내하고 이겨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로 인해 우울증도 걸리고 스트레스도 쌓여간다. 개인의 정신적 피로가 계속해서 쌓여간다. 삶을 보다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몸을 더 많이 움직이며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감소시켜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본인 스스로와 주변인들이 '정신치료'를 받는 것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개선해가면 어떨까. 적어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치료'의 기회를 얻도록 하는 데 편견의 시선보다는 애정과 응원의 시선을 보내면 어떨까.

힘든 세상을 살면서 삶의 무게를 모두 혼자서 짊어지려다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폭발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사회는 공동의 정신병에 걸려 광폭한 시대를 통과해야 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일은 삶의 대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정치적 행위'들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참된 교육'이 제대로 실현되는 것이겠지만 이미 거대해지고 다양해진 현대생활에서 '정신치료'와 '심리치료'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스스로의 삶을 끝낸 이들 중엔 단 한 마디지만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만 있었더라도 쉽게 목숨을 버리지 않을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Snap out of it!"




[record my mind] - 자살(自殺)이란 이름의 타살(他殺)
[sense datum] - ...두고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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