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1일 화요일

성룡의 실언, 그리고 반대와 이해.

보아오 아시아 포럼에서 성룡의 실언-'중국인들은 통제가 필요하다(中国人是需要被管的)'로 인해 중국 네티즌들이 들썩인다. 사실 성룡의 발언 자체로 보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성룡의 지인 중에 증지위(曾志伟)는 '성룡이 의견을 말하는 데 문제가 있고 의사를 표현하는데 서툴다'고 하면서 '과거 진자강(陈自强)이 있었을 때가 그립다. 그 때는 진자강이 성룡의 대변인 역할을 해주기도 하고 성룡이 발언을 할 원고를 미리 검토해줘서 실수가 별로 없었다'고 했다. 덧붙여 '성룡은 아마도 자신이 어릴 적 부모님이나 칠소복 시절 사부님에게 엄격한 교육을 받고 난 후 성공한 예를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너무 솔직한 발언을 하는 성룡이라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성룡 스스로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관련 발언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증지위도 사회주의 국가에서(물론 홍콩은 일국양제(一国两制)로 자본주의 시스템이지만) 예술인의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아들 방조명(方祖名)은 '아버지가 무척 엄격하고 무서워서 말을 잘 못하겠지만 그런 뜻으로 한 건 아닐 것'이라며 '아버지는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하는 솔직한 분'이라고 했다.

사실, 성룡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자선사업이나 기타 좋은 일도 많이 하는 편이라 이번 발언은 대만, 홍콩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음은 물론 일반 팬들에게도 적지 않은 실망을 가져온 것 같다. 난 성룡의 '변명' 또는 '해명'을 바라긴 하지만 설령 본인이 한 말에 대해 다른 언급이 없다고 하더라도 성룡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쉽게 바뀔 것 같진 않다. 물론 성룡의 발언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 중국 대륙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고 있으며 의식이 점차 선진화되고 있는 걸 고려해보면 성룡의 발언은 큰 문제가 된다.

다만, 성룡의 '중화(中华)적 사고'와 '보수적 사고'는 어쩌면 지극히 정상일 것이다. 그간의 성룡의 언행을 보면 분명한 보수주의자(착한 보수)라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중화'를 무척 강조하는 성룡으로선 대만도 홍콩, 티벳도 결국 중국, 중화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시위건수가 부쩍 늘어난 대륙의 상황을 안다면 그는 '중국인은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한 게 애국심, 중화사상에 입각한 발언이지 않았나 싶다. 이에 대만, 홍콩은 발끈하고 나섰지만 대륙 본토에서는 성룡의 발언을 환영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 의미가 확실해 보인다. 이미 CCTV에서 나가려고 했던 성룡관련 기사는 삭제했는지 막아뒀는지 검색이 안된다.

성룡이 전재산 기부를 한다거나 1원(인민폐) 모으기로 학교설립을 한다거나 각종 재난/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구호의 손길을 내민다거나 생일선물 대신 기부를 하도록 한다거나 헌혈 홍보활동을 하는 등 크고 작은 일에서 좋은 일이라면 앞장서서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는 정치적 발언을 즐겨하며 정치활동을 한 적도 없고 그걸 바래는 사람도 없다. 중국 대륙과 홍콩, 대만, 서울시 등등 그가 필요한 곳에서 그를 적재적소에 사용한 경우가 많은데 그건 그가 가진 영향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그의 발언은 쉽게 용서가 되지 않을 듯 싶다. 그저 그가 그런 말을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물론 이유를 듣지 않더라도 위에서 말한대로 그가 가진 '모종의 신념'이 발로가 된 말이라면 일부 이해가 되긴 한다. 아시아 경제관련 보아오 포럼에서 한 말이라면 중국에 발딛고 있는 기업인들에겐 성룡의 말이 고마웠을 것이다. 마치 MB가 촛불시위나 용산시위를 강력처벌하거나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 있을 때 한국의 기업들이나 외국의 기업들이 기뻐하는 것처럼.

유명한 사람들은 모두 진보주의자가 되었으면 좋겠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 하면 좋겠고, 모든 언행에 하나도 틀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책임감 없는 보수, 악날한 보수가 아니라면 괜찮다(봐줄만은 하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도 '통제가 필요하다'라고 줄창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성룡보다 기부도 덜 할 뿐더러 성룡보다 의미있는 일을 더 하지도 않는다. '인민'들을 더 생각해주지도 않는다. 성룡이 말하는 '통제'와 대한민국에서 운운하고 있는 '통제'가 과연 같은 것인지는 잘 생각해 볼 문제다.

워낙에 진보를 찾아보기 힘든 대한민국이라 정상적인 보수라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한 즈음에 성룡의 발언을 접하면서 몇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좀 더 궁글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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