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0일 월요일

'내조의 여왕' 속에 '아내의 유혹' 있다.

한동안 드라마를 보지 않다가 오늘은 전에 가끔씩 재밌게 지켜보던 '내조의 여왕'을 하길래 띄엄띄엄 보는데 재밌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드라마 보면서 어지간하면 잘 웃질 않는데 '푸학' 웃음이 터져나왔다.

장면은 이렇다.

천지애(김남주)가 온달수(오지호)와 은소현(선우선)이 바람핀다는 소문을 듣고 뭔가 찜찜해 퇴근해 돌아온 온달수에게 이것저것 질문하는 장면이었는데 온달수가 그런 것 아니라며 오해를 풀어준다. 물론 온달수는 이런저런 소소한 잘못들을 들킬까봐 조바심을 내고 있었지만 단순하고 지고지순한 천지애는 온달수의 변명을 그대로 믿어준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이렇다)
"당신! 바람피다가 걸리면 끝장이야! 만약 바람피면 (입술 위 점을 가리키며) 나 이 점 빼고 다시 돌아와 복수해줄 거야.", 고개를 갸우뚱하며 오지호가 말한다. "점을 뺀다는 말이 뭐야?" 천지애가 픽 웃으며 말한다. "배신당한 여자가 다시 점 붙이고 나타나 복수한다는 그 유명한 드라마도 몰라? 아내의 서릿발"

대놓고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하는 장면에서 참 재밌기도 했고 나름 신랄한 비판(?)같은 느낌(주관적인 생각이지만)도 들었다. 희극 안에서는 긍정적 패러디가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김남주 입술 위 점은 성형 전/후 모두 그대로 있던 것 아니었나.

암튼, '내조의 여왕' 웃겼다.




'내조의 여왕'은 처음에 지켜볼 때는 조금 민망할 정도로 과장된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회가 거듭할 수록 현실의 반영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과장의 폭을 적절히 유지하는 드라마라 생각한다. 진지함과 코믹함의 균형도 잘 잡고, 불륜과 기업비리, 사모님비리도 지나치지지도 않고 너무 허술하지도 않게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 같다. 갈수록 허태준(윤상현)과 천지애, 온달수와 은소현, 그리고 한준혁(최철호)와 양봉순(이혜영) 등의 애정관계가 많이 진행되는 것 같지만 볼 만 하다.

사실 처음 '내조의 여왕'이 시작될 때는 '시마과장'처럼 직장과 삶에 대한 이야기에 사모님들의 암투가 즐겁고 유쾌하게 풀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드라마가 끝나도 시즌2, 시즌3로 이어지면서 온달수가 대리, 과장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 물론 그러려면 시나리오 판을 새롭게 짜야 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내조의 여왕'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부분은 온달수가 퀸즈푸드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과정이 소개된 것이었다. 기업 내부의 일과 사랑을 제대로 그리기만 해도 재밌는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

김남주, 윤상현, 오지호, 은소현, 이혜영, 최철호 연기들이 참 적절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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