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김연아 소문'이란 검색어가 보였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내 블로그에도 이 정도로 들어오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검색을 하고 있다는 뜻일 거다.(내 블로그 글은 "김연아, 소문, 무료배송, 대마초, 서경석, 외국어, 미국, 종부세, 선진국, 후진국"인데 모두 낚인 거다.-_-;)
무슨 내용인지 기사를 봤더니 "일본의 압력에 의해 4대륙대회에 출전한다"는 요지의 내용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25일 앞두고 컨디션 조절을 해야해서 불참을 원했는데 일본의 압력과 강요로 인해 출전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기사를 읽으면서 김연아 선수는 인터넷을 자주 하는 것 같던데 이런 기사를 읽으면 어떤 마음이 생길지 궁금했다. 혹 이런 기사들이 김연아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유명해지는 만큼 루머도 많아지고 유명세에 시달린다고는 하지만 대놓고 '소문'이라는 기사가 너무 많다.
'소문'의 진원지는 어디의 누구일까. 혹은 그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만약 그 소문이 단지 소문일 뿐이라면 소문에 대한 '주의'와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돌아다녀야 할텐데 '소문'은 '진실'이 되거나 진실이 아닌 소문은 그냥 연기처럼 사라질 뿐이다. 한 번 전파되기 시작한 '소문'은 사람들에 의해 키워지고 부풀려져서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거대한 괴물이 되곤 한다.
소문은 소문 자체로 전파되기도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속담처럼 진실을 품어안고 소문이 탄생되기도 한다. 이는 진실을 진실대로 말하지 못할 경우에 자주 일어난다. 마지막 하나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소문이 탄생되는 것이다. 추악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완전히 다른 내용의 소문을 퍼트리면서 진실을 감추는 것이다.
매체와 기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문(이슈 또는 '~설')'를 만든다. 사람들은 '소문'을 쫓고 소문을 쫓는 사람들에 의해 때론 엉뚱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도 하고 반드시 처벌되어야 할 범죄자들이 몸을 숨긴다. 소문 그 자체로 피해(또는 이득)를 보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계속 소문을 확대재생산하기 때문에 피해(이익)를 보는 것이다.
수 많은 검색어가 난무하고 실시간 검색어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밀물처럼 몰려드는 정보들에 '부회뇌동(附和雷同)'해서는 안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전한 사실로 증명되지 않은 정보들에 대해서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는 여유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기사들의 행간(行間)을 읽는 법을 키워야 한다. 행간에 보이지 않는 활자로 적힌 내용은 기사 전체를 다시 읽을 수 있는 묘미를 주기도 하고 '진실'을 전하는 '키(key)'가 된다.
죽도록 미워하면 닮아간다고 했던가. 찌라시 기자들, 양심없는 기자들이 써내는 기사와 사이비 언론들이 쏟아내는 정보에 날 선 비판을 하던 사람들이 스스로가 '기사'를 생산해 내는 위치를 갖게 되면서 그들과 닮아가는 꼴을 보게 된다. 일반인들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정보'와 '소문'을 받아들이는 피동적 위치에서 '소문'과 '정보'를 능동적으로 생산해 내는 위치가 된 것이다. 자신의 손가락을 통해, 키보들 통해 써진 글들이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때 느껴지는 쾌감이나 달콤함의 유혹은 떨쳐내기 힘들다. '기자윤리'를 강요하던 시대에서 '네티즌윤리'가 중요해진 시대로 바뀐 것이다.
누군가가 맛있는 뼈다귀를 던져주길 기다렸다가 눈 앞에 떨어진 뼈다귀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개가 되기 보다는 스스로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스스로가 원하는 양질의 음식을 찾기 위해 'explore'하는 '사람'이 되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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