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14일 목요일

아바타 기술력은 2000억 원?

9시 뉴스를 보다가 헛웃음을 지었다. '아바타'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니 대한민국도 미국 CG기술의 90%까지 따라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2000억 원을 지원한단다.(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CG산업 육성에 2013년까지 총 2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저 얘기가 왜 안나오나 싶었다.

문득 '쥬라기 공원'이 흥행을 하고 있을 때 흘러나오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쥬라기 공원'의 흥행수익이 자동차 몇 십만대, 몇 백만대 수출효과와 맞먹는다느니 '쥬라기 공원'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손을 걷어부치고 달려들었다는 이야기들.

영화 뿐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였다. 꿈에 부푼 장미빛 미래들을 거론하며 헐리우드에 버금가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제작만이 미래의 희망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눈 먼 돈들은 쏟아졌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몇 년을 넉넉히 먹고 살았고 누군가는 돈 냄새도 맡지 못하고 제작 현장을 떠나갔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이 낸 세금은 그 누구도 모르게 여기저기에서 소모되었고 허공에 뜬 채 사라졌다.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영화/애니메이션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만 생각한다. 정말 2000억 원만 투자하면 몇 년 사이에 미국 CG기술의 90%를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인가.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2000억 원을 투자 못해서 CG기술이 헐리우드만 못한가.

한국의 기술력이 많이 발전했다는 건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애니메이션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방법이 글러먹었다. 90년대 초반부터 20여 년 동안 지원방식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냥 돈을 가져다가 쏟아 붓는 거다. 누구 좋으라고?

2000억 원이 아니라 2조 원을 들이 부어도 지금과 같은 투자/양성 방식이라면 희망을 품기 어렵다. 시간이 약이고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것은 이 나라 위정자들에겐 공염불에 불과한 이야기일 뿐이다.

댓글 4개:

  1. 아, 공감하는 글입니다. 안타깝군요. 어쨌거나 왠만하면 정부는 작은 정부가 더 좋은 듯 합니다. 저 2000억원은 어디로 갈까요? 타이타닉 때도 전국에서 금 모으기 운동한 돈이 다 나간다고 외화 안보기 운동까지 하던 정부, 참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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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APPYKCK - 2010/01/20 02:07
    2000억 원은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사람들에게 가겠지요. 지원해주고 결과물은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죠.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곰이 제대로 재주도 못 넘고 돈은 돈대로 허공에 날리는 경우가 될 공산이 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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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복한 자유인 - 2010/01/20 12:30
    '밀접'하게 '소통' 이라는 부분이 참 와닿는군요. 요즘 소통, 소통 하는데 정작 중요한 소통이 빠졌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요원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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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HAPPYKCK - 2010/01/20 02:07
    '소통'은 어느 시대, 어느 계급을 막론하고 무척 중요하지요. 그걸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자주 희비가 엇갈리곤 하지요.



    제가 쓴 '밀접'하게 '소통'한다는 말은 정상적 소통을 뒤틀어 반어법으로 쓴 것입니다. '관계'를 통해 '카르텔'을 형성하는 방법의 소통말이지요. 여기에서 '관계'라는 말 앞에는 지연, 학연, 혈연 등등이 올 수 있고 그것은 곧 '끼리끼리', 또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뜻으로 변질될 수도 있겠네요.



    그러니 소통이란 것도 잘 쓰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잘못 사용하면 닫힌 공간에서의 그들만의 소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예컨대 2mb는 국민과의 소통보다는 측근들하고의 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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