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6일 일요일

우리는 저항한다 - We Resist...

끊이지 않은 폭죽 소리, 불꽃 놀이 하지만 그곳에 밝은 미소는 없다. 그래, 이스라엘 소녀들이 미사일에 써 준 사랑 가득한 편지는 있었지. "베이루트에서 적막이 폭탄보다도 무섭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Mazen Kerbaj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오늘 밤에도 몇개의 그림으로 내 포스트를 채울 것이다. 내 포스트를 유심히 봐 달라. 그리고 이곳을 지켜 달라.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해 달라. 우리의 상황을 알려 달라..." 그는 자신의 그림을, 글을 되도록 자유롭게 각자의 블로그를 통해 출판하기를, 알려주길 원하고 있다.

"how can i show sound in a drawing?"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서라도 미국의,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막아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왜, 다른 모든 나라들은 전쟁 반대의 성명서만 내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일까. 역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세력,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 둘이서 싸우고 있을 때 그저 바라보며 "어~어~ 저러면 안되는데...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중간에 서서 뜯어말리지도 못한다. 때리는 쪽이 소위 이 바닥의 두목이기 때문인가. 그저 일반 인민들이 나서서 이스라엘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성금을 보내고 마음을 함께 해주는 것 외에는 저 놈의 전쟁을 막아내기 어려운 모양이다. 외교도 UN도 필요없는 세상, UN시찰단도 폭탄을 맞아 사라져버리는 세상. 언제 어느 순간 불똥이 튈지 모르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군인들만 죽어나가는 게 아니라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들, 인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저 빌어먹을 전쟁의 복판에서 단 두 나라의 횡포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슬픈 세상에서 살고 있나. 우리는.

"We Resist"

저항하는 수 밖엔 방법이 없다. 왜 저항해야 하는가. 비겁한 방법으로, 정당한 이유도 없이 휘둘러 대는 폭력에 저항하는 수 밖엔 다른 방법이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앞으로 결코 생명의 존귀함을 입에 걸어서는 안된다. 생명이 존귀함, 인권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그들이 저지른 전쟁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세상에 정의가 발 붙일 곳이 어디 있을까. 백번, 천번 양보해 레바논, 헤즈볼라가 잘못을 했다고 하자. 하지만 이래서는 안된다. 아무런 죄도 없는 아이들이, 생명들이 한 순간에 생명의 불꽃을 잃어서는 안된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사이 빌어먹을 거대한 폭탄이 막 떨어졌다. 이 빌어먹을 느낌을 어떻게 글로 다 묘사할 수 있을까? - Mazen Kerbaj" 다른 뉴스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사진들이 블로거들을 통해, 누리꾼들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 글로, 사진으로, 그림으로 어떻게 그 빌어먹을 전쟁을 묘사할 수 있고 느낄 수 있을까. 나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다. 끔찍한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온 몸에 전율이 흐르고 깊고 큰 슬픔이 지나가지만 그 역시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진실과 아픔을 담고 있을 것이다.

전쟁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다. 모든 사람들의 감성과 이성을 마비시키고 모든 삶을 뿌리채 뽑아버리고 말살시키는 잔인한 물건일 뿐이다. 그 잔인한 전쟁을 일삼는 인간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저 돈과 권력에 눈이 먼, 자신의 이익과 울타리만 바라보는 인간일 뿐이다. 모든 생명은 태어날 때부터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는 법, 태어나는 건 스스로 결정할 수 없지만 죽음은 나 아닌 남이 결정할 하찮은 행위가 아니다. 제발 멈춰다오. 제발 멈춰라. 이 전쟁. 제발...


* Mazen Kerbaj(마젠 케르바즈)는 1975년 베이루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았고, 친구들과 함께 만화가, 음악가,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 6개:

  1. @써머즈 - 2006/08/08 09:23
    응,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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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레바논침공에 관한 기사들이 눈앞에 있었지만, 일부러 무관심했었습니다. 알아도 제가 할 게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지금 그런 문제들 하나하나에 공감을 하고 문제의식을 가질만큼의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요.



    그러다 어제아래 부산에서 하는 레바논침략에 관련된 포럼에 다녀왔어요. 이야기를 듣다 울컥하고 눈물이 나오려는 걸 삼켰습니다. 레바논, 이라크, 팔레스타인 이 세가지 문제들이 궁극엔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라던데..

    자세히 알아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럽네요. 100일동안 눈감고 수능에만 전념하도록 저를 가만히 두지 않군요. 공부보다 저런 불의에도 무심해야하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이 더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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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왕도비정도 - 2006/08/12 18:55
    괜찮아...괜찮아... 100일 동안 무관심했던 일들을 1000일 동안 10000일 동안 100000일 동안 잘 해내기 위해서라도 너무 힘들어하지 마... 때론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일들이 '궁극에 하나로 연결되는 일'을 볼 수 없게 눈을 가리는 경우도 생기거든. 오히려 지금이 네겐 더 좋은 공부가 될 거야. 네 '무심'은 '무심'이 아니지. 더 깊은 통찰과 더 확연한 나툼을 위한 웅크림이야. 오히려 간단한 소식과 기사 조각을 가지고 그 본질을 바라볼 수 있도록 화두를 틀고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봐라. 수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 힘내. '이유있는 핑계'는 늘 있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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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유있는 핑계를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ㅁ;

    지금 제 시기에 아주 꼭 필요한 충고였어요.

    힘이 마구마구 솟는걸요?

    <건강은 무조건 지켜야하고, 마음은 무조건 돌봐야하고, 목표는 무조건 단단히 하고..> 그리고 형이 해준 이야기들, 독서실 책상 앞에 붙여두었어요.

    응원해주신 형에게 부끄럽지 않게 공부해야겠다는 다짐 여기에다 해둘게요. 이번 수능공부는 덜 외로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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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왕도비정도 - 2006/08/13 17:06
    에구...그렇게까지 말해주니 쑥스럽다.^^;;

    공부가 잘 되건 잘 되지 않건 너무 조급한 마음 갖지 않았음 좋겠다. 힘이 솟는다니 다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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