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일 수요일

[ani] 한국의 PIXAR? <빼꼼> 방영 결정...!

RG스튜디오가 한국의 PIXAR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요? 하지만 제 생각엔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 무척 많이 있지만 기술력을 뽐내기 위한 회사도 많고 내용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재미없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도 참 많습니다.

RG스튜디오는 임아론 감독을 중심으로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각자의 참신한 발상을 재미있게 풀어내 볼만하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RG스튜디오 관계자냐구요? 천만에요. 애니메이션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에서 일을 할 때 관계 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될 뿐이고 저도 그런 경우처럼 RG스튜디오도 가 봤고 감독과 PD도 만나봤을 뿐입니다. :)

<Angel>이란 작품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빼꼼>이란 말은 들어보셨는지요? <빼꼼>은 '백곰'을 코믹하게 발음하는 이름입니다. 어리숙하지만 친근한 하얀 곰이 나와서 좌충우돌하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이지요. 이미 단편 몇 편은 해외 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도 수상한 경력이 있고 일반인과 관계자들의 주목을 집중시킨 바 있습니다. <Angel>은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호평을 받았던 단편 작품이구요. RG스튜디오 홈페이지를 가시면 <빼꼼>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몇 편은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회사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 3D로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거나 20분물 TV시리즈, 혹은 극장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5분물 분량의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되 최대한 내용에 신경을 쓴다는 점에 있습니다. 회사의 자금력이나 설비가 받쳐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금력이 있다 한들, 어마어마한 설비가 있다 한들 반드시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낸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먼저 짧지만 재밌게, 소박하지만 강력하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보이지 않게 엄청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나름 좋은 성과들을 얻어냈고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이지요.

, 감독(혹은 PD)의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직접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애니메이터들에게 상당부분 자율권을 준다는 것이지요. 이는 Bluesky나 PIXAR와 비슷한 작업구조입니다. 큰 이야기의 투르기는 가지고 있되 디테일한 부분이나 아이디어들은 애니메이터들의 몫인 거죠. 충분이 즐기면서 재밌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그런 후 감독, PD와 상의해가며 다시 조율하고 다듬어서 완성품을 내놓은 것이죠.

,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인재양성'이라고 했습니다. 미야자키 감독 밑에서 작업했던 많은 감독들이 독립을 하고 분가를 해서 나름 일가를 이루고 있는 걸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아주 오랫동안 미야자키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작업하고 쉽게 이직(移職)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면에서 파트너쉽이 아주 강력하게 발휘되고 있지요. 이직을 하지 않는 이유는 미야자키 감독이 가지고 있는 역량도 역량이지만 그만큼 권위의식을 버리고 아랫사람(?)들과 함께 작업하고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후진양성', '인재양성'에 인색한 게 사실입니다. RG스튜디오는 감독이 직접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해 회사 직원들과 일반인들에게 3D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과정을 수료하고 나면 일부는 회사에 남고 일부는 다른 곳에 가서 작업을 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RG스튜디오가 아닌 다른 곳에 가더라도 그들은 애니메이션의 아주 기본적이면서 핵심적인 내용들을 배웠기 때문에 쉽게 적응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일반 애니메이션 회사, 그것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는 회사에서 이런 아카데미 과정을 운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쉽사리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더군요. 몇 몇 회사들은 자신들이 준비하는 프로젝트의 규모를 신문과 잡지를 통해 부풀리기에 여념이 없을 때 RG스튜디오는 차근차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해왔고 언론을 통한 '알리기'를 최대한 자제해 왔던 것이지요.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성실하게 애니메이션을 준비한 결과는 TV방송을 통해, 혹은 극장에서 RG스튜디오의 작품이 소개될 것입니다. 미디어 활용이 아주 중요한 애니메이션인데 언론 플레이를 하지 않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만 최대로 끌어올려놓고 형편없는 작품을 내놓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봐주기 운동' 운운하는 건 더욱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척박한 애니메이션 제작 풍토에서 나름 실력을 키워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듬으며 준비하는 작품이 있다는 건 참 기쁜 일입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접한 후 평가는 냉정하게 해야겠지요.

이런 RG스튜디오가 이번에 TV시리즈를 방영합니다. 8월 28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EBS에서 첫 방영합니다. 그 이후로 월, 화, 수 세 차례 5분짜리 애니메이션 52편이 방영될 예정입니다. 기다렸다가 꼭 시청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부분이나 불만족스러운 부분들은 그들에게 제대로 피디백을 해주시면 좋겠군요.

RG스튜디오는 <빼꼼> TV시리즈 뿐만이 아니라 <머그잔 여행;Mug Travel>이라는 장편도 완성했습니다. <머그잔여행;Mug Travel>은 8월 15일 제1회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상영한다고 합니다. 부산에 계시는 분들, 부산에 휴가 가시는 분들은 겸사겸사 어린이영화제도 구경할 겸 <머그잔여행;Mug Travel>를 직접 확인하시면 좋겠군요.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꼭 가서 보세요. 예고편을 봤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대사도 줄이고 슬랩스틱으로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하니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머그잔 여행;Mug Travel 캐릭터 소개

얼마 전 무척 보고 싶었던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이 개봉되었고(중국에 있어서 보지 못했습니다.) 상영일수가 짧았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19세 이상 관람가로 만들어진 작품이었기에 투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다만, 기존에 극장에 걸렸던 여타 작품들에 비해 퀄리티도 잘 나왔다고 하고 나름 재밌었다는 평가도 많았던 걸로 압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아치와 씨팍'의 뒷 이야기를 조금 알고 있었던 터라 그다지 편하게 생각되지는 않더라구요. 물론,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위해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사실입니다. 좋은 결과 뒤에 좋은 과정도 함께 했더라면...하는 아쉬움만 (약간) 있다는 거지요.

수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TV에서 방영되고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그리고 소리없이 무대에서 사라지곤 합니다. 지금 FTA때문에  한국 애니메이션은 더더욱 위태로운 현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JTeam이나 RG스튜디오처럼 끈기와 집념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회사, 사람들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영화배우나 연예인들, 한국영화만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먹고 사는 건 아닙니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고 그들의 칭찬과 질책이 많이 필요합니다.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만드는 사람들도 힘이 나겠죠. 작품을 잘 만들었는지 못 만들었는지를 제대로 평가를 해줘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은 잘 모르기 때문에 평가를 못하겠다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영화'입니다. '영화'라는 큰 틀 안에 '라이브 액션(흔히 말하는 영화)'이 있고 '애니메이션'이 있는 거지요. 영화를 보고 평가하고 비판하듯이 애니메이션도 그렇게 해주면 좋습니다. 적극적 피드백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경종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간만에 한국 애니메이션(장편이든 단편이든)을 찾아서 감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댓글 6개:

  1. 마치 사회자가 애니메이션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환상의 세계를 청중들에게 선사하는 듯 하네요. 음.. 사회자가 미남이니 아줌마청중(?)들이 좋아할 듯^^ㅋ



    이제부터 애니메이션을 사랑하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네요. 조금 전에 아시는 상담선생님하고 의논하고 왔어요. 서울에 가기 위해 한 번 더 수능을 치자 결심했지요. high risk, high return.이라며 위험부담이 클수록 얻는게 많다고 하시더군요.



    제 블로그엔 저희 과 사람들도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여기다가 남겨요. 형 블로그에 지금처럼은 못 들리겠지만, 짬 날때마다 들릴게요. 이제 조금 친해지려는데, 아쉬워요. 그래도 어렵게 선택한 결정이니 이젠 뒤돌아보지 않고 가야겠죠? 나중에 또 뵈요^^

    답글삭제
  2. 주목하는 이유 중

    두번째 - 좋네. 멋지다.

    네번째 - 신뢰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해. (다 완성하고 나서는 적극적으로, 합당하게 홍보를 해야겠지만. ^^)

    답글삭제
  3. @써머즈 - 2006/08/05 01:09
    그렇지. 시작도 하기 전에 부풀려서 언론플레이 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말야... 영화 제작 기간의 약 3-4배 정도가 소요되는 애니메이션 제작이기 때문에 초반 홍보에 너무 열을 내는 것도 역효과가 날 우려가 많지... 암튼, 좀 대박?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하나 정도는 나와줘야 할 시기가 된 것 같긴 한데 말야...

    답글삭제
  4. 형이 조언해주신 거에 유념해서 그런지 요 며칠은 공부가 잘 됐어요.

    정말인지 형이 해준 이야기들을 보고 나서 마음을 한 번 더 다 잡았았던 게 큰 도움이 됐어요. 형이 해준 이야기는 제게 없는 씨앗을 준 거와 같아요. 흐트러질 수 있었던 부분들을 짚어줬다고 할까.. 아니면 누군가가 제게 응원을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힘을 내게 했는지도.. 덕분에 삼일동안은 아주 만족스러우리만큼 공부를 했답니다. 하루 12시간씩 꽉 채워서..^^



    감.사.해.요.

    답글삭제
  5. @왕도비정도 - 2006/08/02 19:11
    사회자가 푸근한 아저씨같은 느낌이 아니고?ㅎㅎ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마음은 언제라도 가능한 걸...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힘찬 걸음을 내딛는 것.



    모든 사람들이 서울로 서울로 향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긴 하지만 나 역시 애니메이션을 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던 걸... 그리고 서울에서 얻은 것도 느낀 것도 많았지.



    옳은 목적이 있고 바른 과정이 있다면 서울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어울려 공부하고 배운 후에 다시 여기저기 씨앗을 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올 거라는 것. 난 믿어. :)



    high risk, high return이란 말 동감. 그 return속엔 좋은 결과도 그 반대의 결과도 모두 포함되는 거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모두 스스로에게 소득이 될 거야. 힘 내.



    초발심과 함께 이미 흘렸던 눈물을 기억한다면 준비하는 과정이 그리 힘겹지도 않을 거야. 좋은 결과 기다릴게. :)

    답글삭제
  6. @왕도비정도 - 2006/08/06 00:17
    도움이 되었다면 그건 내가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인 걸? :)



    예전에 내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진행할 때 늘 '작심삼일'같은 느낌이 들었었거든? 그런데 한 친구가 내게 불쑥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작심삼일 100번이면 일 년이다. 적어도 삼분의 일, 삼분의 이는 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지금도 가끔 이 말을 떠올리곤 하지. 친구가 한 말이 정작 100% 실현 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안된다고 푸념할 때 다시 시작하면..그렇게 작심삼일 100번만 하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는 거지.



    삼일동안 아주 만족스러웠다길래, 노파심에 삼일 후에 만족스럽지 않아 실망하면 어쩌나 싶어...미리 말하는 거야. ^^; 그냥, 가볍게 들어주렴. 물론, 앞으로도 계속 만족스러운 공부, 그 과정을 즐기게 되길 염원할게. :)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