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4일 목요일

"조선족"이 "조선족"인가? 호칭에 대한 주절거림...

아래 글도 그렇고 내 블로그를 뒤지다 보면 가끔 "조선족"이란 단어를 접할 수 있다. 난 "조선족"이란 말이 싫다. "조선족"이 싫은 게 아니라 부득이하게 사용하고 있는 "조선족"이란 "단어"가 싫다. 물론 "고려족"도 마찬가지다.  다시 말하면,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조선족"이란 말에 숨겨진 "차별"을 싫어한다. 미국, 일본, 유럽에 살고 있는 한국인, 한국인 2-3세는 그들의 국적에 상관없이 무조건 교포, 동포라고 부르는 반면 한국보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는 이들은 '족'이란 조사를 붙여 부르거나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살다보면 조선족을 만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고 한국의 많은 매체에서도 조선족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눈엔 조선족은 이방일 뿐이고 자신들보다 계급이 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아닌 사람도 많다는 거 안다.) 이런 개념들이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하게 된 건 언제부턴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문제라고만 치부하기엔 복잡하다. 왜 이런 차별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현재 한국의 기원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길 '고조선'이라고 한다. '옛날 조선'이란 뜻이겠지. 그렇다면 그 조선이란 이름을 버리고 한국-코리아가 된 이유는 뭘까. 일본인들이 조센진(조선인)이라고 부르는 건 한국인을 얕잡아 보는 것이라 발끈하면서도 우리는 너무 쉽게 조선족을 "조선족"이라 부르고 있다. 만약 각 나라별로 호칭하는 방법에 따라 정한 호칭법이라면 고려인은 "까레이스키"가 되어야 할테고 조선족은 "차오시엔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베트남의 "라이따이한"처럼.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외국인들은 보통 국적에 따라 자신을 나타낸다.(내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지만) 국가위주의 편재 속에서 당연한 일이다. 가령 "나는 미국인이지만 아버지는 멕시코인이고 어머니는 프랑스인이다."라고 말한다. 그럼 그 사람은 어떤 민족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혈통순결주의, 민족주의 때문에 해외에 살고 있는 수 많은 동포들을 '한국인'으로 부르길 원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문제들을 양산해 내고 있고 그들에 대한 인식의 차로 인해 반목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과연 옳은 일인가? 단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인들에게 차별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뜻인가? 이미 한국에서도 혈통순결주의는 빛을 바랜지 오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900번 이상 외래의 침략을 받은 한국에서 100% 한민족이라고 부르는 건 어불성설이다.(여성을 비하하거나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 마시길.) 게다가 현재 많은 외국인들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한국인인가, 아닌가. 한민족의 범주 내에 포함시키지 못하는 민족, 혈통은 한국인이 될 수 없는 것인가. 국가와 민족, 인종으로 사람을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으로 사람이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호칭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호칭인데 왜 신경쓰냐고 묻는다면? 위에서도 말했지만 호칭은 별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 호칭에 담겨진 차별이 문제다. 호칭을 바꾸건 바꾸지 않건 상관없지만 그 호칭에 담긴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호칭이 분명 문제가 있다. 단어는 생각과 사상을 담는 그릇. 하지만 때론 그 그릇으로 인해 생각과 사상이 바뀔 수도 있다. 간혹 "형식이 본질을 규제"하기도 하니까.

중국 조선족이 처음부터 "조선족"은 아니었다고 한다. 간도 땅에 살고 있던 조선족은 알게 모르게, 영문도 모른 채 중국 공산당에 의해 중국인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당시 중국인들이 조선족을 호칭했던 말은 "조선인"이었다. 이유는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불려지고 있었고 간도 땅 조선족들은 북한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었던 탓이다. 게다가 그들은 중국에도 북한에도 편입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중국과 북한의 이해관계에 의해 이리저리 이용(?)당하다가 어느 순간 중국인이 되었고 중국은 조선인을 자신들의 소수민족의 일부분으로 편입시키고자 "조선족"이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인들 역시 그들을 조선족이라 부르고 있다. 한국인이 조선족이라 부르는 저의에는 중국에 대한 반감, 멸시와 함께 그들 자체를 무시하고 멸시하는 의미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대다수가 그렇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나 한국의 매체에서 그들을 다루는 태도를 보면 역시 비관적이다.

이런 저런 이유때문에 내가 바라는 바는 호칭에 상관없이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똑같은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캠페인 차원으라도 혹은 공식적으로라도 해외에 있는 같은 민족들에 대한 호칭을 통일시켜주길 바란다.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기 전 혹은 후에 타의에 의해 외국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에 대해 깊은 이해와 배려, 애정으로 다가섰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선족"을 "중국동포 혹은 재중동포"(현재 이렇게 부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로 러시아,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지역은 "러시아 동포, 우즈벡 동포"등으로 불러주거나 혹은 각 나라에서 한인을 부르는 고유명사로 직접 불러주던가 하면 좋겠다. 아니면 외국에 사는 중국인들을 화교라고 부르듯이(화교는 华侨-화치아오라는 뜻으로 중화의 화, 우거(거주)할 교를 써서 외국에 사는 중국인이란 뜻이다. 华人이라고 해서 중화인의 줄임말인데 이는 한인(韓人)과 같은 말.) 다른 단어를 만들어도 좋을 듯 싶다. 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있다면 알려주시거나 제안해 주시길.)

그렇지 않아도 호칭에 무척 민감한 대한민국에서 위와 같은 현상은 자연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그 호칭이 많은 차별을 만들어 냄을 안다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맘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생각하고 쓴 글은 뭐 정리가 될까마는) 막 써내려간 글이라 정리가 잘 안되고 있다. 윽.

댓글 10개:

  1. 중국에 한 1년 있으면서 느낀점은 조선족들은 자기들을 한국인의 후손이 아닌 중국인으로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중국이라는 문화적 자부심도 강하구요. 어쩌면 중국인들의 포용정책의 힘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이후로 저는 조선족들은 분명하게 중국인이라고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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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낡은노트 - 2006/08/24 09:08
    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도 그런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만났던 중국동포(조선족)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혹은 때로 그들 스스로가 중국인이라고 말할 때 제가 받은 느낌은 그들의 정체성이 한국과 가까워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이유에서 비롯된 반감같은 것도 느꼈거든요. 그리고 제가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로는 그들이 한국이나 북한과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게 될 경우 중국정부가 보이지 않는 가혹한 방법으로 그들을 압박한다고 하더군요. 공개적으로 말하고 다닐 때는 중국인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죠. 물론 어릴적부터 마오사상을 배우고 중국근현대사를 몸으로 겪어왔던 그들에게 중국은 모국과 같은 느낌도 강할테지만 말입니다.



    한가지 더, 제가 느낀 분위기는 가령 이런 겁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동포가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한다고 하면 모두들 감동하고 한국인임을 부정하면 욕을 하는 반면, 중국동포들은 그 반대의 태도가 많이 보입니다. 중국동포가 한국인이라고 하면 욕을 하고 한국인임을 부정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는 거지요.



    의견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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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 호칭이 아니라, 적어도 우리나라에선 호칭이 우선 제일 중요한 것 같애. 딴 생각 안하잖아? 걍, 표면만 보고 판단하는 사회와 국민들. 그게 한국이지. 내가 딴 나라 사람이 안되봐서 모르는지 몰라도 적어도 내가 아는 한국은 그래. 폄하 차원에서 나왔다는 건 충분히 인정하고도 남을 일이지. 언론이 문제이기도 하고. 그러한 언론이 나왔다는 건, 기본적으로 사회와 국민성의 문제거든.

    나와 살면 다 애국자가 된다던 말...

    난 그때도 지금도 절대 애국자가 아니지만, 한국 사회가 심히 걱정되는 건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이겠지. 오늘도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 왈 " 언니도 현재 한국에 살고 있었다면 똑같았을 거야" 그러더라. 씁쓸했어. 맞는 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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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wolhoo - 2006/08/25 04:27
    응..맞아. 한국에서는 호칭이 무척 중요하지. 호칭에 따라 서열이 바로 서는 나라. 나 역시 나와 살고 있지만 여전히 애국자는 아닌 것 같아. 뭐랄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더 강해진다고나 할까. 물론 한국이란 나라의 혜택을 입었던 부분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애국으로 돌리고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니까. 한국에서 살던 나와 살던 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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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조선족이라 불리면서 겪을 억압들.. 직접 중국에 가지 못해서 피부로 느끼진 못하겠지만, 짐작이 가요.

    정말 캠페인차원에서라도 그런 운동이 벌어져야 할텐데요. 꼭 이 문제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서.. 결국 억압하는 그 심성을 고쳐야하는데.. 쉽지 않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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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왕도비정도 - 2006/08/28 23:35
    그렇지. 비록 이 글에서 조선족이란 단어로 제한해 이야기를 했지만 그건 나와 다른 약자, 사회의 소수, 다른 피부, 외국인 노동자, 여성,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다뤄져야 하는 거지.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지수가 높아질수록 역행하는 분위기를 보면 지금 한국사회는 그저 "과도기인가?"라는 생각이 들 뿐이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소수,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한참 부족한 실정이라고 생각해.



    쉽지 않으니 한 명, 한 명 해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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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중등부 수업을 하려고 자료를 찾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조선족에 대한 생각과 말씀이 중학생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듯 싶어 퍼갑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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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pyungsim - 2006/09/20 11:33
    네...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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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저는 중국에 4년정도 살면서 가슴아픈 우리의 역사를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낡은노트"님이 경험한 것 처럼 대부분의 교포들이 "나는 중국인이다"라고 생각합니다.물론 한(漢)족의 정책때문이겠지요.저 역시 중국에 있는동안 조선족은 중국의 56개 소수민족중의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조선족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중에 어려서 부모님과 이주했던분들(이분들은 국적이 바뀐분들),이주2세가 아직도 상당수가 생존해 있습니다. 이분들은 아직도 한중 국가간 경기가 있으면 한국을 응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반도를 모르는 3,4세로 내려오면 생각은 180도 바뀝니다.그도그럴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한국의 역사를 모르고 중국에서 가르치는 외곡된 역사를 배웠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역사는 그나라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해석을 하는거 같습니다(명백한 사실을 제외하고).그리고 중국정부에서 알게모르게 소수민족에 차별대우가 있다는걸 느꼈습니다.그러다보니 그들 자신이 중국의 한부분이되려고 생각을 하는거 같습니다.

    우리도 넓은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는 정부차원,민간차원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그들을 욕하기전에 그렇게밖에 변할수 없는 그들의 아픈 현실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고 먼 훗날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면 "조선족"이라 부르는 것 보다 "교포,동포"라 부르는게 맞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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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chyj0321 - 2006/12/28 14:55
    네, 동감합니다. 교포, 동포라 불러와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중국동포 3,4세들은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만약 중국 정부에 대한 반감이 비쳐지거나 한국에 대한 신념들이 강해지게 되면 중국 정부로부터 알게 모르게 압박, 핍박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중국 국적으로 가지고 살기 때문에 중국인이라고 하거나 중국 정부로부터 밉보이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그리들 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요. 티벳이나 내몽고, 신장 등의 소수민족들도 되도록 중국 정부의 눈에 나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고 들었는데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동포들 중 완전한 중국인으로 행세하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 한국 정부, 한국민들에 대한 반감도 포함되어 있을 거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정신적 성숙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자본의 맛을 본 소수 한국의 졸부(?)들이, 혹은 한국 정부의 선전선동에 제대로 사고를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중국동포들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참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 같은 민족, 국민이라고 더 잘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암튼 그렇네요.



    chyj0321님 말씀처럼 좀 더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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