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4일 목요일

중국어 번역을 하면서...;; (어렵군)

9월 15일에 장춘에서 <장춘국제애니메이션교육포럼>이 열린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는 많은 일들을 처하느라 분주하다. 그 와중에 한국측 교수, 감독들과의 연락 및 그 분들의 발표원고 번역 등이 내 손에 쥐어졌다. 사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조직위에서도 내게 일을 부탁하면서 꽤 미안해 했는데 조직위나 나나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조직위는 이미 조선족을 찾아 번역을 부탁하려 했었다. 면접 때는 나도 함께 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런데 한 두명 와서 발표원고를 보고는 두 손 들고 못하겠다고 한다. 그럴 수 밖에. 애니메이션 관련 및 IT신기술 관련 전문 용어가 대부분인데다가 그 외 단어들 중에도 외래어가 참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을 뒤져가며 몇 개의 사전을 뒤적이며 번역을 할 수 있긴 하겠지만 급한 시간을 생각하면 조직위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별 수 없이 그 일들이 내게로 왔다.

아, 정말 힘들다. 내가 중국어를 얼마나 배웠더라?-_-; 그 정도 배우고 번역을 한다는 게 오히려 신통할 지경이다. 다행히 애니메이션 전공자라 번역할 중국어 단어를 쉽게 찾아내곤 하지만 번역은 역시 어렵다. 일반적인 문장이라면 문법이 다소 부드럽지 못하더라도 쉽게 번역을 하겠지만 포럼에서 발표할 원고들인지라 문법은 고사하고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번역을 해야하니 거 참 고역이다. 물론 이렇게 엄살은 떨지만 나름 (열심히) 해내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한 번 번역을 하고 나면 나 역시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단어 및 문장구조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니 공부는 되는 셈이다.

현재 번역하고 있는 건 원문 전체를 하는 게 아니라 간단한 요약본을 만드는 건데 실제 문장을 만드는 시간은 덜 소요될 지 모르겠지만 원문을 정리하는 게 꽤 까다롭다. 큰 제목, 소 제목만으로도 문장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본문에서 핵심되는 문장을 발췌해야 하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정독은 아니더라도 원문을 필히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 손에서 만들어진 중문은 조직위로 넘겨지고 조직위에서는 좀 더 부드럽거나 자주 쓰는 어휘로 다듬는다. 발표원고기 때문에 단어 자체를 바꾼다기 보다 동사, 목적어 순서가 잘못된 부분이나 주어가 생략된 부분을 다시 정리하는 셈이다. 그 와중에 문장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실무자와 직접 만나 말로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함께 수정을 한다. 아, 그런데 방학 중에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였을까. 중국어 성조, 발음이 모두 엉키고 꼬여버렸다.-_-; 암튼, 꽤 고난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중국어 번역을 하던 중에 느낀 점 몇 가지.

1. 한국어를 쓸 경우엔 주어가 종종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중국어에서는 주어가 생략된 문장은 거의 없다. 이유가 뭘까. 주어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엔 모두가 함께 인식하고 있는 문제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중국인들은 문장의 주체를 중요시하는 걸까?

2. 한국어에 외래어가 무척 많다.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한국어 어휘 중 70%-80%(혹은 그 이상?)가 한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외 10%-20%는 외래어인 듯 하다. 동사, 조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단어가 그렇다. 한국어가 표음문자라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많은 경우 외래어가 들어오면 일단 자신들의 언어(한자)로 전환해 사용한다. 가령 블로그는 博客(BoKe;보커)라고 읽는다. 발음도 비슷하지만 "다양하고 많은 손님들이 모이는 오가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유명한 口可口乐(코카콜라)도 있지 않은가. 북한의 경우에도 순우리말을 사용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 걸 볼 때 한국은 쉽게 외래어를 받아들이고 영어로 표현하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사람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에 영향이 있을까, 없을까.

3. 아직 중국어에 대한 이해, 앎이 얄팍하기 때문에 번역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데 한국에서 쓰는 한자 중에 상당부분 중국어와 상통되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이미 쓰지 않는 한자들이 많다. 그리고 분명 내 이해하는 관점으로는 다른 뜻임에도 불구하고 내 설명을 들은 중국인들은 같은 뜻이라고 말한다. 종종 느끼는 거지만 처음 외국과의 교류를 시작했던 사람들이나 외국어 사전을 만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글을 배우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 생활을 배우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었지.

4. ( - ), ( _ ), ( ; ), ( : ), ( () ), ( <> ), ( [] ) 등의 기호 활용에 둔감한 편이다. 분명 한국어에서도 저 부호를 쓰는 경우가 많을 텐데 각기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이해를 못하고 있다.

5. 문장으로 소통하는 게 직접 대화로 의사소통하는 것보다 어렵다.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건 표정과 손동작도 함께 동원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사람이 가진 어떤 기(氣), 기분, 정서들이 함께 표출되어서 그렇겠지. 물론 문장으로 정리하는 건 말로 하는 것보다 더 이성적이고 감정을 배제하기 때문에 유용한 면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직접 말로 대화를 하는 것 역시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메신저를 활용해 대화를 나눌 때 이모티콘을 쓰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학교 과제 제출이나 면접 때 필요한 자기 소개서엔 이모티콘을 쓰면 '어이'가 가출하니 조심.

6.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 쓰임새가 많다. 아! 어릴 적 그렇게 많았던 영어 수업 시간, 왜 열심히 하지 않았던가...!!! 후회는 소용없다. 할 때 하자.

댓글 2개:

  1. 조직위에서 연락이 올 정도라면, 축하드려야 될 일 맞죠? ^^; 형이라면 멋지게 번역하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런데 책이(맞나요?) 나오면 역자이름에 뭐라고 나오나요?(아직 모르고 있는 거 같아서..^^)





    한국어에 쓰이는 외래어들은 요즘엔 한겨레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괜히 유식한 듯 보일려고 하는 마음이 은연중에 있을테고,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는 걸 가로막기도 하죠. 개인적으로 이오덕선생님이 말씀하신 정도의 반만큼이라도 우리말을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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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왕도비정도 - 2006/08/28 23:45
    이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조직위라고 해봐야 행사를 주최하는 조직위원회는 모두 조직위가 되는 거지. 규모가 크던 작던.ㅎㅎ 책은 아니고 "장춘국제애니메이션교육포럼"에 참석하는 한국 교수, 감독들의 발표원고를 요약, 번역하는 일이야.ㅋ



    우리말이 이미 모호해진지 오래지. 식자층이 쓰는 말은 늘 난해하고 어렵고. 문득 나 예전에 첫 대학 다닐 때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상대방과 대화해서 상대방이 이해를 못하면 니가 쓰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거나 난해해서다" 맞아. 그래서 나 그때 나름 노력한다고 동화책, 초등학교 교과서 뒤지며 쉬운 단어들을 다시 학습했던 기억이 있어. 그런데 이제는 쉬운 말로 말하면 돌려서 말한다고 불평을 듣거나 내가 아는 게 없어서(물론 그렇긴 하지만.-_-;) 그런다고 간혹 무시당하기도 하지. 하지만 내가 아는 걸 상대방이 알아듣게 설명하지 못하는 건 내가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해. 나름 노력하고 있는 거지. 뭐.-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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