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짤막하게 보게 되는 tvN의 스캔들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처음 봤을 때는 한국에서도 저렇게 리얼한 방송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나 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든 재연 프로그램이더라. 재연배우들 연기에 물이 올랐다.-_-;
대부분이 남자건 여자건 불륜을 저지르게 되어 가정파탄이 나는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는데 오늘도 역시 한 가정이 파탄나는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쌍이 이혼을 한다니 이 프로그램은 소재 고갈로 인해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장수할 프로그램일지도.-_-;
그건 그렇고 사실을 기반해서 이야기를 짜내는 것이니 현실에서도 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텐데 문득 저런 상황까지 다다른 부부에게 도대체 어떤 미련이 남아서 절대로 이혼을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일까 싶다. 아이를 위해서? 사회의 눈초리가 따가워서? 만약 서로 불륜을 저지르고도 헤어지지 않고 살아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왜 같이 살까. 함께 산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고 함께 삶을 공유한다는 건 어떤 노력을 해야 가능해지는 것일까. 자신은 로맨스고 남은 불륜이라는 생각 때문에 자기 합리화가 되어서 살 수 있는 것일까. 무촌인 사람 둘이 만나 하나의 소공동체를 이루고 평생을 기약하며 살아간다는 결혼생활. 사실 그만큼 드라마틱한 일이 어디있을까 마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말이 안되지만 말이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 세대에는 살아온 인생이 억울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이혼도 못하고 꾹꾹 참아내며 살아왔다고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고3을 둔 어머니는 참고 또 참다가 자녀가 대학입학을 함과 동시에 이혼을 하는 등 자녀에 대한 눈치도 최소한의 경우까지만을 염두에 두고 자신들의 뜻대로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그래, 어차피 몸도 마음도 다 떠난 사람과 같이 사는 게 진정 산다고 할 수 있겠나. 그런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하고 배려도 하고 살아야겠지만 최후의 수단은 참고 견디며 삶을 소진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분리수속을 밟아내는 것이다. 그게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외국의 동화책 중에는 부모의 이혼을 돕는 어린 자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도 있다고 하더라. 합리적 가치관으로 보면 오히려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수순을 밟고 교육도 미리미리 시켜주는 게 좋겠다. 여진히 감성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는 곳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주절대다가 문득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무엇 때문에 함께 살고 무엇 때문에 헤어짐의 수속을 밟아야 하는지 인간사 세상만사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기로 가득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시급한 건 '나'라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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