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임대와 절대 섞이고 싶지 않습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학구열이 떨어진다구요.
아마 제 아이가 그쪽으로 가게 되면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위화감을 느낄게 틀림없어요."
이게 한국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이다. 젠장맞을.
부(富)는 부(富)를 낳고 가난은 가난을 낳는다. 절대 바뀌는 법이 없다.
그 부는 다시 권력을 낳고 권력은 상하를 가르고 계급을 만든다.
그런 사람들이 자녀를 낳고 아주 괴물딱스러운 마음가짐과 흉물딱스러운 뇌구조로
아이들을 키워내면서 이 나라를 원망하고 이 나라를 증오해 외국으로 외국으로 나간다.
다시 말하면 젠장맞을 인간들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천한 것들과 섞여서 품위가 손상되기 싫다는 소리고
천한 것들은 공부도 못하고 아주 바보, 병신이라는 소리며
내 귀한 왕자, 공주가 그쪽으로 가면 그 애들은 모두 찌그러져 있어야만 한다는 소리다.
젠장,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네들의 아이들은 "난 17평에서 사는데 넌 14평에서 살잖아"라는 말을 주고 받으면서
17평 아이는 14평 아이를 무시한다. 그럴 수 밖에... 보고 배운 게 그것 밖에 없는데.
그런 사고 방식이 아주아주아주 자연스럽게 통용되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없는 사람들끼리도 계급을 나눠서 신분상승을 꾀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쓰고
정말 있는 사람들끼리는 계급을 내놓지 않기 위해 더 높이 성을 쌓는다.
그래서 없어도 있는 척, 있으면 많은 척, 많으면 더더더 많은 척을 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엔 최대한 경멸을 담고
위를 올려다보는 시선엔 질투와 부러움, (가상의) 동질감을 담고나면
자신은 절대로 임대와는 섞일 수 없는 귀하디 귀한 신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새벽 1시, 뉴스를 보다가 하도 '기'가 차서 '어이'가 상실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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