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15일 토요일

한 줌의 희망도 없는 한국 언론

한국은 거의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 방송, 잡지 등 수많은 매체에선 유명했거나 유명하거나 앞으로 유명해지려고 하는 사람들의 속살이 보여지고 있으며 그 속살들을 보며 잠시동안 남자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확연히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몸을 팔아서 뜨고 싶냐'는 비아냥이 존재해도 유명인 되고 싶은 많은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고의건 고의가 아니건 간에 거의 모든 매체에 자신의 '성(性)'을 노출시킨다. 그들을 비아냥 거리는 사람들도 역시 꾸준히, 열광적으로 그들을 환영하고 소비해주기 때문에 그 방면에서만큼은 어떠한 도덕적 해이도 쉽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엔 남성이 소비의 주체였다가 지금은 여성 역시 그 소비에 동참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무리 '성'이 '상품'이 되고 어떤 이에겐 '무기'가 되는 세상이지만 문화일보가 신정아씨의 누드 사진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은 해도 너무했다. 물론 문화일보가 말한 '국민이 알 권리'라는 주장이나 '가릴 것 다 가리고' 사진을 공개했다는 이야기, 또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충분히 고민했고 노력했다'는 자기들 멋대로의 주장은 사실 그들만의 문제 이상의 문제가 있다. 즉, 적정 수위를 건드려가며 조금씩 시도해오던 행위들-운동경기에서 심판이 보는 앞에서 정도껏 파울을 해본다.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으면 그 정도는 파울로 인정하지 않는 셈이 되기 때문에 그 '정도껏'의 파울은 마음대로 범할 수 있다- 차츰 수위를 높여 시도하다가 이번 사건이 터지게 된 것이다. 그 전에 꽤 많은 언론의 기능이나 '성'과 관련한 노출수위들이 오가긴 했지만 사실 유야무야 넘어가기 일쑤였고 오히려 그로 인해 부가이득을 취한 부류들이 꽤 많았었다. 이걸 문화일보가 보기엔 주목받기 가장 쉬운, 그러면서도 파격적인 행위 정도로 인식했나 보다. 연예오락프로그램이나 X데이서울과 같은 잡지들이 해오던 걸 아무런 주저함없이 질러버렸으니 말이다.

물론 이미 제 기능을 완벽하게 잃어버린 언론이 블로거나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기사로 '카더라'통신을 내보내거나 이제는 이도저도 안되니까 충격적인 방법들을 찾아다니고 제멋대로의 언론으로 자리한지가 꽤 되기에 이젠 언론이 뭘한다 해도 믿기가 어려운 판국이 되었다. 어쨌거나 문화일보는 이번에 제대로 한 건 올린 셈이 됐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언론의 정의'를 껍데기 삼아 어떻게든 주목받고 껀수를 올려 배를 불리려고 하는 양아치적인 생각 밖엔 없는 듯 하다. 한 개인의 알몸을-가릴 것 다 가렸다고 해도 알몸은 알몸이다-한국 국민 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두 취재원들, 그리고 전세계 네티즌들이 접할 수 있도록 공개한 걸 보면 정말 기도 안 찬다. 그러면서 언론인것 처럼 생색내고 폼 잡고 있으니 어찌 역겹지 아니할까. 문화일보 때문에 한국 언론은 동시에 사망을 했고 한국 국민들도 쪽팔리게 되었다. 저런 상황이 벌어지도록 꾸준히 언론에게 휘둘려 온 게 드러나 버린 셈이 되었으니.

문화일보가 말한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 난 '왜 전두환이 여전히 국가와 모종의 세력의 비호를 받고 있는지' 알고 싶고, '언론사 사주들의 머리 속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고 싶고, '국회의원들이 어떤 비리를 퍼질러놓고도 잘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 '사회의 소외계층이 더 이상 소외받지 않을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고 '한국에서 집 한 채 사지 못하는 이유와 부동산을 쥐락펴락 조장하는 이들의 행태가 어떤지' 알고 싶다. 난 그런 게 알고 싶다. 한 여성의 알몸 사진이 궁금해서 밤 잠 못자고 설치는 게 아니라 정말 알고 싶은 걸 언론들이 까발려주지 않아 답답해서 잠을 못 잔다.

문화일보 뿐이겠나. 이 기회에 덩달아 문화일보를 까대는 언론 중에 제대로 된 언론이 있을까. 그냥, 언론 간판은 내리고 기업 간판을 내건 후에 본격적으로 장사나 해보시라. 어차피 돈 벌어 자기 배 불리자고 신문사 차린 거 아닌? '말'은 있는데 '논'이 없고 '글'은 있는데 '정신'이 없으니 그들에게 '언론'이란 이름은 당치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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