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문화예술로 구분되지 않고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게 옳다. 문화예술이라는 마인드가 없는 OEM은 그저 물건을 찍어내는 OEM일 뿐이다. 동급 매체인 영화에서는 도제시스템은 있되 OEM은 없지만 애니메이션은 도제시스템 역시 OEM 시스템과 같을 뿐이고 뜻있고 재능(능력)있는 이들은 절대 공산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에서 수장 노릇을 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쫓거나 돈을 위해 산다는 건 결코 비루하지 않다. 하지만 아주 단순하게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애니메이션(마인드)을 OEM과 엿 바꿔 먹는 행위나 그걸로 자신의 배를 불리고 물을 흐려놓은 사람들은 아무리 겉모습이 화려하고 대단하게 보일지라도 스스로 그 악취를 맡지 못할 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고약한 악취를 맡고 현기증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에게 악취를 풍기는 게 미안했던지 물 건너 많이들 가는 것 같더라만.
어쩌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미루어 짐작컨대) 현존하는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서 가장 애니메이션다운 애니메이션은 <홍길동>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홍길동> 안에는 세상을 향한 외침이 있거나 호부호형을 하지 못한 서자의 설움이 있고 부패한 이들을 혼내주는 서민의 영웅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홍길동을 만든 신동헌 감독은 장사치들의 농간에 애니메이션을 접게 되고 신동헌 감독과 함께 진로소주CF를 만들었다던 넬슨 신은 도미 후 미국인이 되어 한국에 OEM을 전수해주며 하청 브로커로 엄청난 돈을 벌게 되었다 한다. 이 두 사람의 행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애니메이션은 <홍길동> 이후로 OEM만 남은 상태가 되어 꾸준히 엄청난 양의 공산품 애니메이션을 찍어내고 있는 것이다.(끔찍하지만 제대로 된 오리지널 한국 애니메이션 <홍길동>을 1995년에 <돌아온 홍길동>으로 만들면서 저패니메이션 OEM 수준정도로 격하시킨 경우도 있었다.) 세계의 모든 공산품 중 90% 정도가 메이드 인 차이나라면 그 중 5%정도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찍힌 애니메이션 공산품일 것이다.
물론 그 후로 젊은 창작자들에 의해 창작 애니메이션에 불이 당겨지는가 싶었는데 작금의 현실은 또 다시 OEM만 해도 괜찮은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 같다. 9시 뉴스에서도 한국의 애니메이션 OEM에 대한 칭찬이 쏟아지고 OEM을 진두지휘했던 사람도 애니메이션 시장을 개척한 위인으로 소개되니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창작을 한다는 이들 역시 자신의 입신공명만 이루면 그걸로 끝인 한국 애니메이션. 비평할 가치가 있는 애니메이션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나마 비평하려해도 애니메이션 시장축소를 두려워하며 절반의 실패보다는 절반의 성공만을 봐야하는...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도 없는 저잣거리에서 떨이로, 도매급으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 공산품이라도 제품의 때깔이 좋거나 약간의 성능만 좋다면 사서 써보기라도 하련만.
사람도 있고 테크닉도 있고 산업도 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산업을 위한 시스템은 해가 바뀌어도 줄지 않고 있고 그 시스템을 위해 막대한 세금 들이대지만 결국 제대로 이루어지는 산업은 없었으니 애니메이션 산업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주식 시장이었단 말인가? 실체는 보이지 않고 숫자로만 거래가 되는...
해가 갈수록 오리무중인, 답이 보이지 않는 한!국! 애니메이션.
사실, "적어도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은 문화예술로 구분되지 않고 공산품으로 분류되는 게 옳다"라는 문장만 쓰고 닫으려고 그랬는데, 두서도 없이 글을 쓰게 되서 쪽.팔.린.다. 요즘은 뭘해도 이렇게 정리가 안되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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