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5일 수요일

이랜드, 정부 그리고 법

이랜드 관련 업체 홈에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하다가 공권력에 의해 강제 해산되었다. 뉴스를 보다가 문득 한국의 법은 누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되고 적용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기고 일터에서 쫓겨나는 게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농성을 했을 것이다. 이랜드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계약서든 뭐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거두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이들 사이에서 중재를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점거농성은 불법이라며 해산하라고 했고 이랜드의 행위는 법에 저촉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했다. 마침내 정부는 공권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사실, '그들만의 법'에 따르면 노동자와 그와 비슷한 계급이 법의 혜택을 누리기란 쉽지 않은 듯 하다. 팽팽하게 대립한 상태의 양 쪽에게도 법은 모두에게 이롭지 않은 듯 하다. 결국 한 편의 손을 들어주고 다른 한 편을 억눌러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난 정부(법)가 늘 가진 자의 편에 서있는 걸 목격하곤 한다. 아마도 법을 발로 뛰어 만들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 만들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이유가 어쨌든 자본주의에서 돈은, 권력은 유리하게 작용하고 대접받기 마련이다.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정부가 왜 인민을 위해 법을 활용하거나 개정하려고 하지 않고 가진 자들이 유리하게 만들고 적용시키는 것일까. 그건 정부를 이루고 있는 자들이 가진 자들과 같은 계급이어서 그럴 것이다. 지배 계급의 겉모습은 바뀌고 있지만 실체는 변하지 않았다. 계속 외양만 변주시키고 있을 뿐이다.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을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랜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했고 다른 한 편에서는 자신들의 영업에 방해되니 농성을 풀라며 그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자고 했던 이들은 다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혹은 큰 규모의 매장이 편하다는 이유로 이랜드 관련 매장으로 발을 옮기고 이랜드 관련 브랜드를 몸에 걸치고 다닐 것이며 자신들의 영업에 방해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던 이들은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슷하게 정부에 의해 탄압을 받거나 자본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 놓은 시장구조에 의해 거리로 내 앉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인민들은 엎어치나 메치나 늘 피지배계급으로 살면서 서로를 밟고 할퀴는 모양새가 반복될 것이며, 지배계급은 때론 자본의 모습으로 때론 권력의 모습으로 때론 법을 이름을 빌어 자신들이 유리한 세상을 만들기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도대체 왜...

 '이랜드 사태'와 같은 사건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직접 겪고 있지 않은(않았던, 겪게 될 지도 모를)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산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런 악한 힘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이들은 얼마나 힘겨울까.

난 그러고 있지 못하지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낸다.

혹... 난세이니 영웅이 출연할 때가 온 건가...

댓글 4개:

  1. trackback from: 헌법 제33조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박물관속의 유물로 전락
    이랜드 노조의 행위를 불법이라 규정하는 포스트도 가끔씩 보입니다. 공권력이 언제나 선이기 한것은 아닙니다. 다음을 글을 붙입니다. 헌법 제33조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박물관속의 유물로 전락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법인 헌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이렇게 무참히 짓밝히는 현실을 알고 있는가. 이랜드일반노조는 설립신고가 된 적법한 노동조합이다. 2007년 단체교섭을 진행하며 사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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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행복한자유인 회원님의 포스트가 미디어몹 헤드라인에 링크되었습니다. 다음 헤드라인으로 교체될 경우 각 섹션(시사, 문화, 엔조이라이프, IT과학) 페이지로 옮겨져 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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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노동부장관이 그렇게 직접 시켰다는 건 피디수첩 보고 처음 알았었는데.. 우리 사회라는 게 이렇게 흘러가는구나... 싶더라구요. 학교에 4학년 졸업반인 선배가 있는데 자기 진로준비하기에도 바쁠텐데, 집이 인천인데도 매번 서울까지 집회를 갔다가 오더라구요. 1시간 밖에 못 앉아있는데도 매번 그렇게 가더라구요. 그 얘길 들을 때, 왠지 모르게 뭉클했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전화로 같이 가자고 압박을 하는데.. 형 글을 보니까, 난세인데도 그냥 제 몸 편하게 살자고 무심했었던 같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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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왕도비정 - 2007/08/09 05:31
    사실, 뭐 나도 그런 집회에 나가 본 적이 전혀 없어서 할 말이...쩝..-_-a 마음이라도 진심을 다해 기운에 응할 수 있도록 해야지. 노동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가장 일반적이 사회가 아닐까. 이상하지 않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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