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23일 월요일

담합, 자수하면 감면있다.

CJ와 삼양사, 대한제당은 15년 동안의 담합을 통해 이익을 챙겨왔음에도 과징금을 감면받거나 너무 많다고 투덜대며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무려 15년 동안이나 이들이 담합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CJ는 자신신고를 하면서 과징금 50% 감면받고 검찰조사도 면하게 되었다. 자신신고는 양심선언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정상참작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엔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더 웃긴 건 1착으로 신고하지 못하고 2착, 3착으로 자진신고를 한 업체들은 별 혜택도 없다. CJ같은 큰 형님 기업은 자신이 주도해서 담합을 주도하다가도 뭔가 낌새가 이상하면 선수를 쳐 자신신고를 해버리니 맞을 매도 덜 맞고 토해 낼 돈도 덜 내게 되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잘못한 건 매 한 가지지만 세력이 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래저래 속앓이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까지 합세해 이들의 사정을 다 봐주고 '혜택'까지 주니 속 터지는 건 담합기업들에게 꼬박꼬박 있는 돈 없는 돈 상납한 꼴이 되버린 일반 서민들 뿐이다. 

좀 너무하지 않나. 15년 동안 자신의 뱃속을 채우다가 들키고 나니 '자진신고' 형식으로 무마하려고 하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과징금의 50%와 검찰조사를 면하게 해주다니.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인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짓을 서슴치 않을 것이다. '나쁜 짓'을 하다가 들켜 과징금을 낸다한들 '자진신고'하면 감면도 해주지, 검찰조사도 안 받게 해주지 이보다 더한 '특혜'가 어디있나. 게다가 업체 직원이 결정적 제보를 했다고 하는데 CJ가 정말 자진신고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부당하게 100억 원을 먹고 50억 원을 뱉어도 결국 50억 원을 벌고 더 이상 추궁도 당하지 않는 셈이이다. 이번 사례는 담합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여러모로 귀감이 될 법하다.

모든 상황에서 잘잘못을 명확히 가리고 그에 따른 처분을 받게 하는 게 정당한 도리다. 잘못을 시인하면 더 이상 혼내지 않는 게 한국인의 인지상정이라지만 그건 일의 대소유무와 경중을 전혀 따지지 않는 경우다. 용서를 구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모두 용서를 해주는 건 개인적인 관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공적인 부분, 공공의 부분에서는 용서를 빌고 죄사함을 구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건 시스템을 무시하는 행위이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행위이다. 시스템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인민들에게는 작은 잘못도 큰 처벌로 '보답'하면서 기업들에게는 맘껏 놀아나게 하는 시스템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 게다가 CJ는 이번 설탕 건 뿐만이 아니라 밀가루, 세제까지 담합을 주도했던 전적이 있으니 죄질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과징금 걷어가면 정부살림 불리는데만 쓰지 말고 제대로 된 감시를 위해 쓰던 인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자하고 사용 좀 했으면 좋겠다. 그동안 설탕 사느라고 적정가 이상으로 돈 낸 사람들로 인한 부당이익 취득이고 이로 인해 걷어낸 과징금인데 그 돈은 자꾸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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