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을 주워 호주머니에 넣었더니 온 몸에 바람이 분다. 이젠 떠날 채비를 해야겠다.
한 번에 씻겨갈 수는 없겠지만 잠시라도 숨을 돌리며 그간 쌓여왔던 부조리가 말끔히 씻겨가길 기도했다. 폭우가 지나가고 나면 사실 또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제 갈 길을 가기 마련이겠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씻겨내지 않으면 악취가 나고 곪아 터지게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잠시 눈 앞이 아른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 정도의 답답함은 견뎌낼 수 있다.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끈적한 삶의 부조리만 씻겨내려갈 수만 있다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