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22일 목요일

아버지가 생각나서...

동생, 요녀석이 호주로 떠나며 홈페이지 대문에 쓴 글을 읽으며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눈물이 났다.

나도 중국에 와서 가끔씩 아버지가 생각나고 아버지 없는 빈자리가 참 크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는데 결국 어떤 결정을 하거나 생활할 때 보면 난 심중에 아버지를 그다지 크게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동생이 호주로 떠나며 홈페이지 대문에 누구에게 쓴 글인지 불분명하게 글을 남겼지만 난 본 즉시 알았다. 아버지께 잘 살겠다고 잘 다녀오겠다고 편지를 남긴 것이다. 아버지가 생각나서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동생의 그 기특한 마음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형으로써 참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늘 마음에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동생이 어쩌면 나보다 더 형으로써의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먼저 태어났다고 형이라 불리우고 늦게 태어났다고 동생이라 불리우는 것 세상의 모순인 것 같다. 심량이 얼마나 크고 얼마나 심지가 깊은가에 따라 형, 동생이 갈려야 하는 건 아닌 가 싶다.

아버지 가신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 가셨을 때는 모두 다 내 탓이라 생각하고 후회도 많이 하고 참회도 많이 했건만 한해 한해 지날 수록 그런 생각보다는 그저 내 앞가림 하기 바쁘고...당신 생각하는 때도 상당부분 내 감성에 치우친 바 많아서 참 죄송스러웠는데 이번에 동생이 또 참 나를 부끄럽게 하고 가네.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언젠가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가득한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도데체 모르겠다. 아무리 나름대로 생각하고 살아도 역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나보다 앞서가고 더 깊은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반박조차도 못하겠다.

아버지... 잘 살아볼랍니다. 정말 당신 자식으로 태어나서 당신께 잘난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보내드렸지만 잘 살랍니다. 상인이 홈페이지에 써있던 글 보셨겠지요? 잘 살랍니다.

잘 살랍니다.
나중에 잘 살다가 다시 뵐께요....


04|06|11 22:55:54

** 참 많은 변화가 있었네. 이 글, 참 부끄러운 글이지만, 나를 아는 사람은 아는 대로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대로 볼 수 있겠다 생각하니 낯 뜨거운 것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게 되는 뻔뻔함도 생기네. 사는 건... ....라 수없이 대답하고 반문해도 모르겠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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