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19일 월요일

첫 눈

상투적이긴 하지만 '첫 눈'이 왔다. 처음엔 비와 함께 섞여 내리길래 비가 오는 줄 알았는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금새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첫 눈에 얽힌, 남들도 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법한 이야기 따위는 이젠 스스로에게도 무덤덤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첫 눈'이란 말에 마음이 살짝 달뜨고 동요되는 건 왜일까. 마음 속에서 해결하지 못한, 혹은 해결되지 못할 일을 남겨둔 것 마냥, 조금은 조급한 마음도 함께 고개를 든다. 눈이 오면 옷 깃을 여미게 되는 건 날씨 탓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수 많은 상념이 부유하는 건 날씨 탓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애꿎은 첫 눈 탓만 해야할 모양이다. 이제 겨우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건지, 이제 벌써 인생의 절반이 지나간 건지 말장난도 장난으로 생각이 들지 않을 지금이지만 내가 서있는 시간의 흐름 위에서 오늘 같은 날은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말 없이 서서 내 어린시절을, 내 어렴풋한 지난 날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상투적이지만 자꾸만 '첫 눈'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감성을 몰아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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