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3일 토요일

대통령과의 대화 - '질문있습니다!'..'할 말 없는데?...'

권위로만 뭉쳐진 질의응답 시간. 누가 누구를 대신해 봉사하는 사람이며, 누가 누구를 섬겨야 하는 건지도 모르는 사람을 불러내 질문하고 그의 앵무새같은 반복적인 대답에 지켜보던 난 신물이 났다.

정은아의 진행이 미숙했던 미숙하지 않았던 간에... 패널의 말을 중간에 잘라먹으며 "일어서서 하세요"라고 말하는 그는 활발하고 깨어있는 아나운서라는 표피 안에 또다른 권위와 보수가 가득차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다시 보게 되었다. 정은아의 말투는 짐짓 훈계조였다. 방청객, 패널로 나와 다리라도 꼬고 앉아있었더라면 그가 나서서 혼냈거나 경호원들을 불러 끌어내진 않았을까. 임금과 저잣거리 서민만큼이나 먼 거리-대한민국의 상류계급과 하류계급. 에잇...#$*&!@#$

촛불시위에 관련해 물어보던 대학생에게 2MB는 "주동자는 아니지요?"라고 물어봄과 동시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만 어이를 상실하고 말았다. 무식한 게 용감하다고 만약 주동자(?)라도 나왔으면 바로 공권력 투입해서 물대포 살짝 쏴주고 수갑채워 끌어냈을 게 분명한 어조로 묻는 2MB는 관용과 섬김의 미덕따윈 애초에 가슴에 담아두지도 않았음이 분명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훈계라도 하고 뭐라고 쏘아붙이기라도 하고 싶은데 방송이라 차마..차마... 못하는 것 같았다.

20년 정도(?)만 기다리면 집값 걱정없이 모두가 자신들의 집을 갖게 될 것이고 공급과 수요가 맞을 것이라고 말하는 넋 나간 이야기가 내 귀에는 "앞으로 집권기간 5년, 그 이후로도 약 15년 정도(2MB가 죽기 전까지)는 당신들 집 가질 생각하지 말고 우리(상류계급)들에게 쪽 빨릴 거 각오하라"고 말하는 듯 해서 섬뜩했다. 앞으로 가진 부동산만 잘 가지고 뻥튀기면 그가 말하는 20년 후부터는 아무런 걱정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말고 그들은.

농어민들이 딸기를 재배하면 딸기주스도 만들 줄 알아야 하고 참치를 잡으면 참치캔도 만들 줄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돈 못벌고 가난한 국민들은 모두 못나서 멍청해서 가난한 줄 안다. 그러니 농어민을 향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아파할 줄 모르고 엄숙히 꾸짖고 바보스럽다고 멍청하다고 훈계하며 가르치려 들지 않나.

질문하면 뭐하나. '믿어주세요', '오햅니다', '함께 노력합시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딴 소리나 해대는 걸. 질문을 하면 그 질문에 맞는 대답을 하는 게 옳은 거다. 앞으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논술시험 좀 보자. 힘을 가진 자, 지가 다 잘났다고 생각하니 어떤 질문과 반박에 부딪힌들 가슴이 쪼그라들고 벌렁거리겠나. 그냥, 밀어부치는 거지. 그럼, 그들의 눈에 바보스러운 국민들은 한숨 몇 번 쉬다 잊어먹고 또 자신들을 위해 환호할 걸 아는데.

듣자하니 이 따위 형편없는 Q&A를 위해 4시간 리허설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리허설을 한 거지? 2MB의 대답 내용 정도라면 전 세계 생방송에서 나라도 할 수 있겠던데. 코미디는 코미디인데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웃기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욕지기가 치미는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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