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기에는 진실이 아닌 것들이 너무 많이 유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진실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저널리즘의 기본요소>
즐겨 들었던 MBC라디오 <뉴스의 광장>에서 흘러나오던 건조하면서도 힘있고 날선 멘트의 뉴스앵커가 어느 날 MBC뉴스데스크에 등장을 했다. 엄기영 앵커가 사장으로 취임한 후 그의 후임으로 모 앵커(이름을 모르겠음)가 나왔는데 새로 온-어색한 옷을 입은 듯한 앵커를 보면서는 저렇게 인상좋은 아저씨가 뉴스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뉴스가 너무 생동감이 없는데?..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뉴스의 광장>의 카랑카랑한 신경민 앵커가 떠올랐다.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신경민 앵커가 MBC뉴스데스크에 얼굴을 내밀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신경민 앵커의 멘트 하나하나에 가끔씩 쾌감도 느꼈고 저렇게 편파(?)적인 멘트를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거침없는, 자신감에 찬 멘트에 속이 후련했었다. 그가 TV앵커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의 날카로운, 저널리스트다운 멘트를 다시는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기우였다. 처음에 마무리멘트에서 슬쩍슬쩍 이야기를 풀어놓는가 싶더니 요즘은 그 멘트가 듣고 싶어서 뉴스를 본다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신경민 앵커만의 "마무리 멘트 코너"로 자리를 잡았다.
김 화제의 클로징멘트 이야기를 해볼까요. 일단 신경민 앵커 클로징멘트의 특징은 “여야 모두 각성이 필요합니다”류의 주례사적 멘트가 없다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단순치 않은 정보를 담을 때가 많다는 점인데요.
신 공자, 맹자, 예수님, 부처님 말씀 같은 말을 싫어해서 되도록 피해요. 그런 말은 교회나 절에 가도 들을 수 있고, 서점에 처세술 알려주는 책이 산더미인데 제가 할 필요가 없죠. 불과 20, 30초지만 나만이, 아니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자로서 내가 알거나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되 팩트와 논리, 관점을 취재기자나 정보를 가진 사람에게 더블 체크받고 모자라면 다시 객관적 인물한테 검증받습니다. 때로는 내 독선을 배제하기 위해 남이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기도 합니다. 가령 내가 대운하를 반대한다고 해서 뉴스에서 “나, 대운하 반대합니다”라고 하면 누가 귀기울이겠습니까? 어느 정치인이 이야기할 때를 기다렸다가 이러저러한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멘트를 하죠. 정치인이 아닌 기자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떻게 보면 한계죠.
출처: 클로징멘트 30초, 혼을 담은 '독자 꼭지'
신 공자, 맹자, 예수님, 부처님 말씀 같은 말을 싫어해서 되도록 피해요. 그런 말은 교회나 절에 가도 들을 수 있고, 서점에 처세술 알려주는 책이 산더미인데 제가 할 필요가 없죠. 불과 20, 30초지만 나만이, 아니 기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자로서 내가 알거나 접근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되 팩트와 논리, 관점을 취재기자나 정보를 가진 사람에게 더블 체크받고 모자라면 다시 객관적 인물한테 검증받습니다. 때로는 내 독선을 배제하기 위해 남이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기도 합니다. 가령 내가 대운하를 반대한다고 해서 뉴스에서 “나, 대운하 반대합니다”라고 하면 누가 귀기울이겠습니까? 어느 정치인이 이야기할 때를 기다렸다가 이러저러한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멘트를 하죠. 정치인이 아닌 기자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떻게 보면 한계죠.
출처: 클로징멘트 30초, 혼을 담은 '독자 꼭지'
신경민 앵커에는 다 이유가 있다. 위도 쳐다보지 않는다. 옆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저 독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전해야 할 진실과 진실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에 대해서 말할 뿐이다. 진실을 위한 올곧음이랄까. 그가 저널리스트라고 불려지길 원한다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그가 너무 주관적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기자가, 앵커가 너무 주관적이 되면 진실을 왜곡, 호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앵커로서 주관적 시각을 담는 편인데?
= 앵커는 객관·중립적이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무색무취여야 한다는 게 교본처럼 통용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다? 무엇을 위한 중립이고 객관인가. 무색무취가 지고지순한 가치가 될 수 없다. 70년대부터 지금과 같은 뉴스제작시스템이 정착된 이래 삼십여년 동안 앵커의 자율권을 침해한 적은 거의 없었다. 앵커가 상층부와 은밀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가끔 편집 라인에서 멘트에 대한 제안을 할 때가 있지만 사전검열은 없다. 사후 시비가 붙는 경우는 있다. ‘뉴스데스크’ 진행 9개월 동안 몇차례 불평이 있었다. 부장 후배들이 불평을 하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내가 지나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클로징 멘트에 우려를 하는 것은 보도국이 집합체라서 그렇다. 종일 협의를 하면서 뉴스를 만들고 데스킹을 거쳐서 리포트가 나가게 되는데, 앵커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불만이 터질 수 있다.
출처: 신경민 앵커 "방통위원장이 정명 찾으라 공갈 칠 일 아니다"
= 앵커는 객관·중립적이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무색무취여야 한다는 게 교본처럼 통용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다? 무엇을 위한 중립이고 객관인가. 무색무취가 지고지순한 가치가 될 수 없다. 70년대부터 지금과 같은 뉴스제작시스템이 정착된 이래 삼십여년 동안 앵커의 자율권을 침해한 적은 거의 없었다. 앵커가 상층부와 은밀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가끔 편집 라인에서 멘트에 대한 제안을 할 때가 있지만 사전검열은 없다. 사후 시비가 붙는 경우는 있다. ‘뉴스데스크’ 진행 9개월 동안 몇차례 불평이 있었다. 부장 후배들이 불평을 하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고 내가 지나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클로징 멘트에 우려를 하는 것은 보도국이 집합체라서 그렇다. 종일 협의를 하면서 뉴스를 만들고 데스킹을 거쳐서 리포트가 나가게 되는데, 앵커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 불만이 터질 수 있다.
출처: 신경민 앵커 "방통위원장이 정명 찾으라 공갈 칠 일 아니다"
무엇을 위한 중립이고 객관인가. 정치인들이 개거품을 물며 입에 가장 많이 올리는 단어는 '국민'이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과 내가 생각하는 국민이 다르다. 그들이 말하는 대한민국과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이미 주관적인 견해와 해석차이 때문에 다를 수 밖에 없다. 세상에 100% 중립이 있을까. 100% 객관이 있을까. 뉴스를 전하는 앵커가 사실만을 읽어내려간다면 뉴스데스크 의자에 굳이 사람을 앉힐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기사를 읽어주는 로봇이 있으면 된다. 사람의 얼굴을 보며 뉴스를 보고 듣는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그 사람이 주는 인상과 그 사람이 속해있는 미디어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한다.
흔히들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도덕군자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중립'을 이도저도 아닌, 이쪽 편도 아니고 저쪽 편도 아닌 '회색분자'를 일컬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황희정승이 말하는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를 '회색분자'의 말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중립 혹은 중용은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걸 말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는 것이고 그것은 시대를 읽어내는 눈과 마음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단, 진실을 왜곡하거나 자신의 기호대로 변형하지 않는 것. 이것이 중립이며 중용이다.
신경민 앵커가 MBC뉴스데스크 앵커를 언제까지 하게 될지, 또 그의 이런 태도들이 언제쯤 진정한 저널리스트로 평가받게 될지 궁금하다. 많은 논란 속의 신경민 앵커가 보여주는 일련의 멘트와 행보들은 어쩌면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참언론인, 저널리스트의 표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신경민 앵커는 진실이 쉽게 가려지는 세상에서 진실을 어떻게 발견할 것이며 진실을 어떻게 들여다 볼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매일 밤 9시에 치열하게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
제발 제목으로 낚지 말아주세요 ..
답글삭제신 앵커가 중립을 지키겠다고 발언하고, 이 글의 작성자가 신 앵커에에 "너가 말하는 중립이 무엇을 위한 거냐?"라고 묻는 것처럼 제목을 쓰셨는데..
제목을
신경민 앵커, "무엇을 위한 중립인가?"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 멘트 30초
따위로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비 - 2009/01/17 11:05
답글삭제따옴표가 없어서 낚이셨군요. 미안합니다. 저 말은 상당히 유명해서 제목으로 적었는데... 낚을 의도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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