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8일 일요일

95%가 보수라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언젠가 앞으로 최소한 10년-20년 동안은 이 나라에서 살기가 참 퍽퍽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상위 5%가 지배하고 있는 사회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의 95%가 보수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도 않았고 근거를 댈 만한 것도 없다. 그냥, 주변을 살펴보면 그렇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 보수가 과거처럼 정치적, 사상적으로 극명하게 표시가 나는 보수 또는 우파, 극우와 같아 보이진 않는다.

인간의 존엄, 삶의 가치, 평등, 자유 등등은 이젠 절판이 된 책에서나 나올 법한 가치없는 메아리가 되어버렸다. 대신 자본(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그를 쟁취하기 위해 무한경쟁으로 내몰려진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되었다. 그 세상의 가치를 부정하고 철지난 가치를 들먹이면 바로 감각없는 사람이 되고 무능력한 사람이 되고 마는 세상에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며 함께 어깨걸이를 한다는 건 허황된 꿈이 되고 말았다.

김규항의 '사람의 일이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건 알게 모르게 오랜동안 몸과 마음을 겪어왔던, 체험했던 지난 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이미 그렇게 변해버렸다. 언제부턴가 급속도로 좌우의 균형도 잃어버렸고 상하의 격차는 심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함께 '돈'과 '권력'에 올인을 하며 만들어놓은 사회구조에서는 개인발언이 쉽게 묻혀버리기 일쑤고 올바른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한다며 무시당하기 일쑤인 세상이 되었다. 더 자극적이지 않으면 타당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사실, 이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늘 거부하던 사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거품물고 비판하다가 점점 자신도 모르게 그 사회에 동화가 되어가는 것이다. 사회, 인간에 대한 문제의식은 단 몇 개월, 몇 년을 유지하면 선방한 셈이 되고 시간이 흘러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아도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동화되어서는 결국 앞장서서 변한 세상의 선봉에 서 '돈'과 '권력'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 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지금은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라고 한다. 상식을 부르짖는 사람들끼리도 '자본'과 '권력' 앞에서는 다시 '상식(현실)'과 '비상식(비현실)'로 나뉘어 대립한다. 상식은 시대에 따라 늘 바뀌기 마련이다. 그래서 상식과 비상식이라는 말로 대립한다고 해도 세상이 더 나아지게 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능력없는 자신을 탓하기도 하면서 고민 중이고 또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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