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불편했다.
홍상수 영화가 늘 그렇듯이 이 영화도 보고 나면 불편함을 느낀다. 그런데 그 불편함은 여느 영화와 다른 불편함이었다. 어쩌면 홍상수의 그 노골적이고 뻔뻔한 속내가 점점 수위를 더해가서 그 전 홍상수 영화의 영화를 보고 그의 팬(?)이 된 사람들을 대놓고 속인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난 홍상수 감독이 좋다. 그리고 또 싫다. 좋은 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큐멘터리인 듯 아주 철저하게 속내를 파헤쳐서 보여준다는 게 좋다. 영화는 꿈이기도 하지만 우리들 삶의 거울이기도 하기 때문에 내가 조금 얼굴이 화끈거려도,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며 불편해해도 난 그걸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홍상수의 여성편력(?)이나 혹은 성에 대한 이기적인 태도는 싫다. 그건 취향이다. 맞다. 그래서 나도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 좋고 싫다. 물론 나도 속을 아주 갈기갈기 벗겨내보면 그와 비슷한 사고구조나 본능구조를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난 이번 영화에 대한 그의 시선에는 동의하기가 어렵다.
영화 내내 성현아=히로뽕=누드 라는 세 단어가 머릿 속에서 맴맴 돌았다. 나도 매스컴에 의해 길들여진 어쩌면 그렇게 단순한 도식으로 밖에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러한 걸 염두에 두고 감독이 성현아를 캐스팅했다면 성공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영화 중에 선화가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돌아온 선배에게 이끌려 갔다가 헌준과의 약속에 늦게 나타나서 '선배에게 납치당해서 강간당했다'라는 말을 하는 씬이 있다. 아주 덤덤하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그리고 조금은 그걸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헌준에게 동정을 얻으려는 듯한(?) 뉘앙스로 얘기를 한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헌준과 선화는 섹스를 한다. 그러면서 헌준은 선화의 몸을 씻겨주며 '너의 더러움을 다 닦아내주겠다'고 하고 섹스를 하는 내내 둘은 헌준의 물건으로 인해 선화의 신체 내부(혹은 정신)가 깨끗해질 거라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한다.
난 여기에서 성현아의 위에서 말한 세 가지 단어의 고리가 떠올랐다. 성현아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포장을 해서 깨끗하게 해주겠다는 홍상수 감독의 마음이 보이는 듯 했다. 한 개인, 그 개인사를 나 개인적으로 모르는 바에야 추측은 그저 추측일 뿐이고 허공에 중얼거리는 망언에 불과하겠지만...매스컴의 탓이건 나의 탓이건 간에 그렇게 느껴진 건 사실이다.
문호는 젊은, 대학 교수라는 신분을 악용(?)하고 왠지 싸가지가 없는 녀석으로 나오는데 유지태의 새로운 연기를 보는 듯 했다. 영화에서의 그는 정신 불안에 시달리는 미성숙한 어른처럼 보였다. 한국에서의 남자들은 그렇게 미성숙한 존재들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런가? 여전히 여자들에게 기대지만 또 여자들을 유린한다. 부인이 있음에도 선화에게도 그렇고 여 제자에게도 그렇다. 운동장에서 약간의 꿈, 환상을 할 때도 여자들의 스킨 쉽을 원하고 있었으며 여전히 여자들의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 생활들은 놓치고 싶지 않은...
영화의 구성은 독특했고 신선(?)했지만 내용은 그 전 영화보다 못한 듯 싶다. 여자를 바라보는 여성 폄하적인 시각. 그게 현 대한민국 남성들의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홍상수 감독이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 '강원도의 힘' -> '오! 수정' -> '생활의 발견' ->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까지 오면서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보여지고 있다고나 할까? 즉 그 전까지 영화는 남자도 여자도 모두 관찰의 대상이고 연구의 대상이었다면 점점 비중이 섹스와 여자 쪽에 치우친다는 느낌. 다만 그의 영화를 다 본 사람들은 그의 화법에 귀를 기울이고 어느 정도 믿음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그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 것 같은...
이번 영화는 대사도 그렇게 재밌지 않았고 연기들도 그리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기대를 하고 보지 않았는데도... 하지만 여전히 홍상수 그가 내놓은 '생활의 발견'에선 내 안에도 내재되어있는 '이상한' 태도와 자세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나도 살아가고 있고 나도 발견해가고 있으며 계속 자라고 있다!!!
아~ 배우들의 인터뷰가 실려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김태우는 뭐...그런대로 자기 철학을 가지고 말을 하더라. 그런데 조금 뭔가 자아당착에 빠진 듯한 느낌도 들고...! 어쨌든... 그런데 성현아의 인터뷰는 정말 뜨악! 이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는 듯한 대답. 뭐랄까... 자신이 연예 생활에서 겪는 곤란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화를 택한 듯한 느낌이랄까?!! -_-;
그런데 정말 '여자는 남자의 미래'일까? 문득 '여자는 남자의 과거'란 생각도 들었다. 제목을 아이러니하게 뒤집어 놓음으로써 뭔가 새로운 효과를 기대한 거였나? 남자에겐 여자의 존재는 소중한 거예요.라고 말하면서....내용은 꼭 그렇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