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9일 토요일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이란 학벌이나 재산, 혹은 사회적 지위 따위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가치관을 갖지 못한 사람’이다." 라고 시작되는 김규항의 글에 동감이다.

주체적인 가치관을 갖지 못하면서 지배계급에 지배를 받는 이들. 그러면서도 스스로는 지배계급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 어쩌면 나도 평범한 이들 중 하나일 수도 있다. 혹은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평범한 사람'이고자 했던,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들을 떠올릴 때 김규항의 글처럼 단정적이지만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지배계급의 폭압에 몸이던 마음이던 상처를 입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것 밖엔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그런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주체적 가치관을 갖지 못하고' 스스로를 '평범'의 굴레 안에 안주시키며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진실을 영원히 알지 못할 거라는 것과 인생의 목적을 외형적 가치에 두고 살 것이라는 김규항의 얘기는 한 편 섬뜩한 느낌을 주지만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여기에서 말하는 평범한 사람이길 거부한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테고 어쩌면 일부분의 내 삶의 습관들을 과감히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체적 가치관'을 통해 '보편적 가치관'을 획득하지 못하는 것만큼 우울한 일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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